ISSUE 22. 상품, 규제, 생명

2024년 4월, THREAD

들어가며

인간의 뇌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컴퓨터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SF 영화나 소설의 한 장면 같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이다. 진짜 사람의 뇌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배양한 뇌세포로 이루어진 유사 장기 ‘뇌 오가노이드’ 얘기다. 인공 뇌를 이용한 컴퓨터는 그 효율이 일반 슈퍼 컴퓨터를 한참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뇌로 친환경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니, 우리의 미래는 정말이지 과학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뇌로 만든 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그리고 그 컴퓨터가 구현한 AI가 구독 상품으로 제공된다면, 우리는 그 상품을 선뜻 살 수 있을까. 생각보다 쉬운 결정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감정적 돌봄을 제공하는 소셜 로봇을 상품으로 받아들이며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는 저서 《생명 그 자체의 감각》에서 AI는 ‘의식이 없는 지능’, 접시 뇌는 ‘지능이 없는 의식’이라 설명했다. 둘 다 인간에게는 당황스러운 존재이며 매력적인 상품이다. 질주하는 기술이 상품으로 소비되는 동안 이를 의심하고 막아서는 도구가 바로 ‘규제’다. 둘 사이의 균형점은 어디쯤이 되어야 할까. 이번 《스레드》는 그 기술과 규제 사이의 줄다리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뤘다.
익스플레인드

우리에겐 ‘해설(explained)’이 필요하다.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세계를 해설한다. 복잡하고 경이로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를 전한다.

소셜 로봇이 온다


서울시가 폐지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건강 관리를 위한 대책으로는 AI 기기 지급을 제시했다. 방문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건강 관리와 상담을 제공하는 한편, 비대면으로도 만성 질환 등을 모니터링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되는 지자체 노인 복지 정책에는 AI 기기가 빠지지 않는다. 송파구, 강서구, 성북구 등과 같은 서울 시내 지역은 물론이고 안동시 등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도 도입이 진행 중이다.

프리미엄 육아와 요즘 부모


출생률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데, 아동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가 꾸준하다. 국내 아동용 의류 시장은 8.6퍼센트 성장해 2조 4488억 원을 기록했고, 아동 신발 시장 역시 14.7퍼센트 성장한 4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등장과 제품 다변화가 주요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알테쉬의 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으로 대표되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짝퉁’ 제품이나 상품 소개와 다른 상품을 배송받는 등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대책이다. 방법은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다. 해외 플랫폼의 경우 공정위가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니, 국내 대리인을 두게 해, 대신 조사를 받거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틱톡틱톡, 180일 남았다


미국 하원이 3월 13일 틱톡 배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의 이름은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이다. 상원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을 마치면 틱톡은 180일 내로 미국 법인을 매각해야 한다. 매각하지 않을 경우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다.

AI의 전장, 저작권법


미국 소설가 세 명이 지난 8일 엔비디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엔비디아가 자사 챗봇 ‘네모’를 개발할 때 19만 권의 책을 학습시켰는데, 여기에 자신들의 작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 배상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수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우리는 저작권법을 준수해 네모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후에 투자하세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 기업에 기후 위기 관련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칙을 최종 승인했다. SEC는 2년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 끝에 3월 6일 이 규칙을 표결에 붙여 3 대 2로 통과시켰다. 제정을 주도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성향 위원 세 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성향 위원 두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금융이 시키는 육식


은행의 자금 조달이 전 세계 육류와 유제품의 생산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캠페인 그룹인 ‘피드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은행 기업들은 전 세계 상위 55개 축산 기업에 연평균 770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했다. 일부는 이를 위해 삼림 벌채 금지 정책까지 타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오 슈퍼스타, 오가노이드


신약 개발에 사용되는 나노 입자 단백질의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배양법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들의 결실이다. 주로 동물 실험에 의존해 왔던 인체 독성 평가에 실용적인 대안이 제시된 것이다.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오가노이드의 가능성이 한 차원 더 넓어졌다.
피처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을 소개한다. 기사 한 편이 단편 소설 분량이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한다.

굿바이 플라스틱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퇴출 운동이 거세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고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런 반플라스틱 열풍은 불과 2년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 플라스틱이 대중화된 지 70여 년 만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경고해 왔지만, 대중은 플라스틱을 성가시기는 해도 위험한 물질로는 여기지 않았다. 우리가 별안간 플라스틱에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롤모델이 아니라 레퍼런스다.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가를 인터뷰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혁신가들의 경험에서 내 삶을 변화시킬 레퍼런스를 발견한다.

내용을 존중하고, 형식을 배려하는 브랜드


‘트락타트’의 옷에는 마치 책과 글처럼 형식과 내용이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풀어내면서도 의미 없는 프린팅으로 면과 의미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그들의 티셔츠에는 존경과 배려가 묻어난다. 트락타트는 그런 마음이 우리가 무언가를 인용하고, 보관하고, 소중히 하는 동력이 된다고 본다. 오래 읽히고, 또 오래 입고 싶고, 오래 보고 싶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마치며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물질의 위계는 폐기되고 하나의 물질이 모든 물질을 대체”하고 있다. 면, 종이, 유리, 나무의 자리에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플라스틱은 쉽게 가질 수 있고 질리면 버릴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임시적 소유’의 개념도 창조했다. 시대정신을 만든 물질이다. 소비주의라는 시대정신이다. 물건의 수명에 맞춰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속도에 맞춰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문화의 정수가 바로 ‘테무깡’ 아닐까. expained에서는 상세히 다루지 못했지만, ‘알테쉬의 습격’이 두려운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페트병 재활용에는 신경 쓰면서, 결국 버리게 될 물건을 쉬이 구입하고 만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수요를 초과한 생산,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는 마케팅이다. 때문에 고심해서 만드는 브랜드는 반갑다. 더군다나 소비자에게 고심할 것을, 숙고할 것을 권하고 이를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내세우는 브랜드라니 더욱 흥미롭다. 저서 《미식 예찬》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미식 철학자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라고 적었다. 먹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장바구니가 우리에 관해 증언한다.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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