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3일 사회
해변 하나 입양하세요
반려 동물이나 가족처럼 해변을 입양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해양수산부는 올해 하반기 제주도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전국에서 ‘해변 입양(Adopt-a-Beach)’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된 해변 입양은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해변을 입양해 책임감을 갖고 돌보는 환경 보호 운동이다.

핵심 요약: 최근 피서객이 몰린 해수욕장은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생활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해변 입양 제도가 시민들이 해변에 책임감을 갖고 환경을 아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변 입양해 가세요: 해변 입양은 개인이나 단체가 해변에 책임감과 애정을 갖고 돌본다는 취지의 운동이다.
  • 해변을 입양한 개인이나 단체는 주도적으로 해양 쓰레기, 주변 경관 등을 관리하게 된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넘어 다양한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지향한다.
  • 해변 입양은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델라웨어 등 미국 여러 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특정 해안을 입양하면 2년간 3번 이상 청소하고, 청소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거한 쓰레기의 정보를 단체에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해변을 입양한 사람과 단체의 이름은 웹사이트 지도에 표시된다. 텍사스의 해변 입양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54만 명이 참여해 9700톤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 공공재를 입양한다는 아이디어는 고속도로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의 해법으로 처음 등장했다. 1985년 텍사스는 고속도로 입양(Adopt-a-Highway)을 시작했다. 민간에서 고속도로 특정 구간을 입양해 쓰레기를 청소하고, 각 구간에 도로를 입양한 사람이나 단체 이름이 쓰인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고속도로 입양이 성공하면서 해변 입양, 협곡 입양(Adopt-a-Canyon) 등 비슷한 운동이 확산됐다.

쓰레기가 가득한 해변: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이 개장하면서 해변에는 다시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 코로나19로 강원도 8개 해수욕장에 야간 음주와 취식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이 내려졌지만, 쓰레기는 오히려 작년보다 늘었다. 강릉시에 따르면 해수욕장 개장 첫 주 주말이었던 지난 18~19일 누적 쓰레기 수거량(5톤)은 지난해 개장 첫 주 쓰레기 수거량(3.8톤)보다 많았다.
  • 해양 쓰레기는 바다 경관을 망치고 해양 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영국 엑시터대학과 플리머스 해양 연구소, 그린피스의 공동 조사 결과 대서양, 태평양, 지중해 등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 거북 102마리 전부 몸속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에 밴 냄새 때문에 이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엔 바뀔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개인위생에 필요한 일회용품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는 환경 파괴가 계속되면 코로나19 등 인수 공통 감염병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와 동물의 건강은 인류의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변 입양 등 일상에서 환경을 아끼고 보호할 수 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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