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혁신

요즘 ‘혁신’만큼 진부한 말이 없다. 뼈를 깎는 혁신, 남다른 창의력, 새로운 아이디어. 우리 모두 목말라 있다. 누구나 쉽게 혁신을 말하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믿는다. 번뜩이는 생각은 늘 멀리 있고, 천재들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인 싱킹은 혁신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20대에 노인 분장을 하고 3년을 지냈다. 할머니와 살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쓰고, 귀에 솜뭉치를 넣어 잘 들리지 않게 했다. 걷기조차 어려웠던 경험을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여낸 결과물은 우리 모두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 소리 나는 주전자, 계단 없는 저상 버스, 여행용 가방 등이다.

핵심은 공감을 통해 숨겨진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문제점을 지레짐작한다. 지금 당장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이 뭘까. 열에 여덟은 물 또는 식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한 소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의 적막한 밤에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폐휴대폰과 태양광 충전 패널을 연결한 햇빛 영화관은 그렇게 탄생했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저자는 사람 중심적인 사고에서 혁신의 지름길을 찾는다. 아이디어는 결국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직접 경험하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의 팀 브라운 공동 대표는 “좋은 디자이너는 사물을 관찰하지만, 위대한 디자이너는 사람을 관찰한다”고 말했다.

공감에서 출발해 아이디어를 내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디자인 싱킹은 우리 삶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디자인 싱킹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더욱 빛나는 생각의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혁신은 어떤 알고리즘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이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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