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와 오드리 탕
26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디지털 타운십

“국민의 힘은 타운십(township)에서 비롯된다. 자유를 시민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그 자유를 어떻게 누리고 활용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은 1832년 당시 신생 국가였던 미국을 9개월간 둘러보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펴냈다. 민주주의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에서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원을 타운(town)의 독립성에서 찾았다.

타운은 수천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타운이 모여 카운티(county)가 되고, 카운티가 모여 주(state)를 이룬다. 토크빌은 우리로 치면 마을 회의에 해당하는 미국의 타운미팅을 관찰하고 ‘신의 작품’이라 평했다. 카운티 의회나 주 의회를 이끄는 엘리트들과 달리, 평범한 주민들이 공공의 일을 직접 결정하는 모습에 감명한 것이다.

본래 민주주의란 타운십처럼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와 사상을 뜻한다. 그러나 인구와 영토가 늘면서 모든 국민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지자, 선거를 통해 대리자를 선출하고 권력을 위임하는 대의 민주제를 채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면서 2세기 전 타운십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대만의 민주주의 실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은 “철저한 투명성과 시민 참여, 대략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대만이라는 국가 플랫폼에 민주주의를 코딩하고 있다.

전병근 저자에 따르면 오드리 탕을 비롯한 시빅 해커들은 민주주의를 인터넷 같은 사회적 기술로 간주한다. 앱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듯 정부 정책도 업데이트가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처럼 누구나 이용하고 수정할 수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이다. 지금 이 시스템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복지, 테크, 환경, 다양성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이 책이 다시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업데이트 가능성을 살필 수 있는 패치(patch)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연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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