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왜 비트코인을 버렸나?
 

5월 18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머스크는 어떻게 가상화폐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5월 12일 수요일, 머스크는 트윗을 하나 올렸습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이라는 제목이었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화석 연료 사용이 급증하고 있어서 우려된다. 최악의 탄소 배출 원인인 석탄이 특히 문제다.” 그러더니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차량 판매를 중단하겠다.” 머스크의 트윗 직후 2시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10퍼센트가량 폭락했습니다. 결국 5만 달러선이 붕괴됐죠.

머스크의 폭탄 트윗 이후 일주일 가까이 지났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아직도 서서히, 확실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5월 10일엔 7000만 원 초반대였습니다. 5월 15일엔 5000만 원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비트코인은 줄곧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에서 거래돼 왔습니다. 대중적인 가상화폐 광풍을 주도한 명실상부한 가상화폐 대장주였죠. 언론들도 가상화폐 열풍을 다룰 때면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을 기준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런 비트코인의 위상이 알게 모르게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5월 16일까지도 머스크의 비트코인 흔들기는 계속됐습니다. 암호화폐 분석가 크립토웨일은 본인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걸 알면 자책할 것이다.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지지만 나는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머스크는 여기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indeed.”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겁니다. ‘정말이다’ 한마디에 비트코인은 8퍼센트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흔들기는 정말입니다.
 

머스크는 가상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노린다

©Paul Ratje/For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원래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1월엔 “비트코인을 사지 않아서 후회된다”라는 트윗도 했죠. 머스크는 곧바로 테슬라를 통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합니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보고서를 통해서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매수 사실을 공개한 게 지난 2월 8일이었습니다. 이날이 비트코인에서 머스크 랠리가 촉발된 특이점이죠. 1월 말까지만 해도 300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을 전후해서 5000만 원대로 체급을 높였습니다. 머스크는 3월 24일엔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라는 트윗을 올립니다. 이때 비트코인 가격은 7000만 원대까지 튀어올랐죠. 4월 중순은 머스크 랠리의 절정이었습니다. 업비트 기준으로 1코인당 8070만 원을 기록했죠. 이때까지만 해도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수호자였습니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주도권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은 2100만 개입니다. 더 이상은 발행할 수 없습니다. 2009년 채굴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90퍼센트가 채굴됐습니다. 앞으로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은 250만 개 정도입니다. 동시에 비트코인 수요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법정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기업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페이팔이죠. 페이팔은 고객들이 비트코인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죠. 소비자가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치르면 페이팔은 판매자한테 명목 화폐를 지불해 주는 방식입니다.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페이팔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가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비트코인 결제 시장에선 테슬라도 여러 경쟁자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렇게 이미 성숙한 채굴 시장과 벌써 치열한 결제 시장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에서 머스크가 주도권을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일론 머스크여도 비트코인을 흥행시킬 순 있어도 비트코인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머스크는 못 말리는 독점광입니다.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야말로 비즈니스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여깁니다. 머스크는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입니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과 머스크는 초창기 인터넷 결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던 사이였습니다. 머스크 역시 2000년 당시 결제 서비스 스타트업 엑스닷컴을 창업한 상태였죠. 머스크와 피터 틸은 모두 자기 뜻대로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카리스마형 리더입니다. 그런데 양측이 합병을 결정한 건 둘 다 이상적인 경쟁보다 현실적인 독점을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피터 틸과 머스크의 경쟁심이 얼마나 강했냐면 물리적으로 양측 사무실의 정가운데에 있는 카페를 일부러 골라서 합병 서류에 사인을 했을 정도였죠. 그토록 상대방한테 지기 싫어했던 두 사람이 합병에 합의했던 건 양측 모두 독점이 경쟁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걸 알았던 거죠.

이때부터 머스크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시장에만 도전합니다. 무주공산이었던 전기차 시장이 대표적이죠. 테슬라의 주가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선점 효과와 독점 효과로 설명됩니다. 《제로투원》에서 피터 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머스크를 비롯한 페이팔 마피아는 예외 없이 독점 자본주의자입니다. 머스크한테 가상화폐 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시장 지배적 독점 사업자가 되는 게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독점은 페이팔 마피아들한텐 본능에 가깝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을 지배하려면 우선 지배적 가상화폐부터 흔들어야 합니다. 가상화폐 시가 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만 해도 70퍼센트를 웃돌았습니다. 명실상부 대장코인이었죠. 비트코인 혼자서만 시총이 1조 달러가 넘었죠. 그런데 삽시간에 전세가 역전됐습니다.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5월 16일 현재 비트코인의 시총 비중은 39.88퍼센트입니다. 40퍼센트대도 깨져 버렸죠. 분명 5월 12일 머스크의 폭탄 트윗 여파입니다. 시장의 센티멘털을 180도 바꿨죠. 적어도 지금의 분위기론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의 지배력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흔들기가 성공한 셈이죠.
 

머스크에게 도지코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Joe Raedle/Getty Images
“가상화폐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굿 아이디어다.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해 줄 것이다. 하지만 환경에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비트코인의 1퍼센트 이하 에너지로도 채굴과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를 찾고 있다.” 머스크가 5월 12일에 올린 트윗의 마무리 부분입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공격했지만 가상화폐를 통째로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갈라치기죠. 머스크는 시장의 관심을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으로 이동시킨 겁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의 대안 코인을 통칭합니다. 자산 시장은 전형적인 관심 경제입니다. 대중적 관심이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장인 거죠. 호재에 과열됐다 악재에 폭락하기를 반복하는 주식 시장이 대표적입니다. 내부자들한텐 새로울 것 없는 정보도 대중적 관심을 얻으면 엄청난 호재나 악재로 받아들여지죠.

비트코인이 탄소 발자국 투성이란 건 가상화폐 전문가들한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의 75퍼센트가 이뤄지는 중국 상황이 특히 심각하죠. 지난달 《가디언》은 《네이처》를 인용해서 비트코인 채굴 때문에 중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전력의 40퍼센트가 석탄 발전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중요한 건 머스크가 처음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를 실행했던 올해 초에도 이미 알려진 문제였다는 사실입니다.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거죠.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선 특정 해시값을 얻어 내기 위해 알고리즘을 풀어내야 합니다. 막강한 컴퓨팅 파워와 막대한 전력 소비가 필요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채굴의 시장성이 좋아지고 자연히 채굴이 활성화되고 그만큼 전력 소비도 증가할 수 밖에 없겠죠. 유가가 오르면 유전 개발의 시장성이 개선되고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증가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서울로 날아오는 중국발 미세 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머스크가 서울의 공기 질 개선에 기여한 셈이죠.

정작 머스크의 관심은 환경에 있지 않습니다. 관심 경제의 가장 큰 재화인 대중적 관심을 자신이 원하는 알트코인으로 전환시키는 데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달리 머스크 자신이 확실히 주도하고 지배할 수 있는 코인으로 말이죠. 환경은 비트코인을 공격할 명분일 뿐입니다. 일단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밀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스스로를 ‘도지 아빠(Doge Father)’라고 부릅니다. 지난 2월엔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는 트윗을 올렸죠.

머스크의 관심이 비트코인에서 도지코인으로 분명하게 이동하기 시작한 건 4월 중순 무렵입니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시기였죠.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자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저금리와 돈 풀기는 필연적으로 법정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돈을 거듭해서 물건이나 자산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덕분에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하게 됐죠. 정작 그렇게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인 화폐의 가치는 자꾸만 떨어지고 있죠. 한마디로 인플레이션 시대엔 물건을 돈과 바꾸는 건 손해 보는 장사인 겁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머스크와 테슬라가 보증한 가상화폐입니다. 적당한 가치 저장 수단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비트코인한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정판이라는 것과 단위 코인당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입니다. 이래선 교환의 매개로서 화폐의 기능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달러 인플레이션의 헤징 수단이 되는 그 순간부터 사실상 주류 화폐 체계에 편입된 셈입니다. 애당초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화폐 체계의 대안으로 설계됐습니다. 연준이 무한 발권하는 달러 체계의 허상을 비판하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젠 비트코인도 달러나 별다를 바 없어진 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4월 27일 “G20에선 비트코인 등을 가상화폐 대신 가상자산으로 정의했다”고 밝혔죠. 비트코인이 화폐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려고 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발언이었죠. 이젠 우리나라의 경제 수장도 비트코인이 시장 가치를 지닌 자산은 맞다고 인정한 거죠. 비트코인은 높은 가격 탓에 디지털 금이 돼버린 겁니다. 부자들은 이제까진 금고에 현금 다발과 함께 금괴를 넣어 뒀다면, 앞으론 디지털 지갑에 현금과 비트코인도 넣어 두는 그런 세상이 돼버린 거죠.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이 지닌 그런 한계를 일찍부터 비판하면서 등장한 가상화폐입니다. 그렇다고 진지한 화폐는 결단코 아닙니다. 2013년 6월에 IBM 출신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3시간 만에 뚝딱 만든 장난이었죠. 시바견의 밈을 로고로 사용했고 무엇보다 비트코인과 정반대로 채굴량을 무한대로 설정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머스크의 관심을 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시바견이라는 로고부터가 MZ스럽게 쿨합니다. 브랜딩이 쉽단 말이죠. 가상화폐 시장은 관심 경제인 자산 시장 중에서도 가장 브랜딩이 중요합니다. 가상화폐는 가장 가치가 높다는 비트코인조차도 아직 내재 가치는 불안정합니다. 동네 슈퍼에 가서 가상화폐를 내밀면 바로 라면 한 박스를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 아니란 거죠.

화폐는 신용이 기반입니다. 우리는 은행에 가면 디지털상으로 표시된 내 재산을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론 어느 은행도 우리 모두가 지닌 자산을 곧바로 현금화시켜 줄 수 없죠. 법이 정한 최소한의 지급 준비금만 보유할 뿐입니다. 중앙은행이 인쇄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화폐로 김밥과 라면을 살 수 있는 것도, 디지털로 표시된 은행의 재산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도 모두 신용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에 쓰여진 ‘In God We Trust’는 오독되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신을 믿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트러스트, 즉 신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머스크는 누구보다 가상화폐에서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브랜딩이 신용이니까요. 도지코인은 브랜딩이 쉬운 가상화폐입니다. 유망한 알트코인은 많지만 도지코인만큼 직관적인 알트코인은 많지 않습니다.

무한대의 채굴량은 정작 도지코인 개발자인 잭슨 팔머조차 비판적이었던 부분입니다. 채굴량이 무한대여서 가상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얘기였죠. 그런데 그건 법정 화폐인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달러처럼 말이죠. 한정된 채굴량이 비트코인을 달러보단 금의 대안으로 만들었다면, 반대로 무한 채굴량은 도지코인을 달러의 대안으로 만들 수도 있단 말입니다.

게다가 개발자들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는 2015년에 도지코인을 떠났습니다. 창업자들이 떠나고 자신의 자본과 명성이 절실한 스타트업은 머스크가 가장 애호하는 기업입니다. 테슬라도 유사한 경우였습니다. 좀 더 멀리 나가 보자면 머스크는 도지코인으로 가상화폐의 연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연준 역시 한국은행과 달리 정부 기관이 아닙니다. 화폐 발행 권한을 지닌 민간 은행이죠. 어쨌든 꽉 막힌 비트코인과 달리 도지코인은 머스크한텐 혁신의 여지가 많은 가상화폐인 겁니다. 도지코인은 아무도 모르던 잡코인에서 시총 4위를 오가는 주코인으로 부상했습니다. 적어도 머스크는 시장의 관심을 비트코인에서 도지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입니다.
 

머스크에게 비트코인은 혁신이 아니다

©SpaceX via Getty Images
머스크의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갈라치기 이후 주목받고 있는 알트코인은 도지코인만은 아닙니다. 에이다와 리플이 급부상하고 있죠. 에이다는 시총 7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도지코인을 추월했습니다. 에이다는 카르다노 재단에서 개발한 가상화폐입니다. 비트코인에 비해 채굴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이 매우 적습니다. 에이다는 올해 들어서만 가격이 1200퍼센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특히 머스크의 갈라치기 이후엔 25퍼센트나 급등했죠. 머스크가 트윗한 대로 비트코인의 1퍼센트 이하 전력을 소모하는 가상화폐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리플이 주목받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리플은 처음부터 전부 발행해 버린 코인입니다. 당연히 채굴이 필요 없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비트 시세로 3월엔 500원대였던 리플의 가격은 5월 17일 현재 2.5배 이상 상승한 1700원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도지코인 역시 전력 소모량면에선 비트코인의 7퍼센트 남짓입니다. 탄소 발자국 탓에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한다는 머스크의 발언이 진심이든 아니든 시장의 관심이 친환경적인 차세대 코인으로 옮겨간 건 현실인 겁니다. 

머스크에겐 이것이 진짜 혁신입니다. 혁신은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는 일이 아닙니다. 머스크에게 혁신은 한마디로 비용 절감입니다. 숫자로 보여지는 개선이 혁신입니다. 스페이스X는 우주여행의 비용을 낮췄습니다. 우주개발은 국민 혈세를 방만하게 낭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야였습니다. 1회용 우주 발사체를 당연하게 여긴 것도 그래서였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을 개발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발사체의 수직 이착륙에 집착하는 건 그래야 로켓의 재활용 빈도를 높일 수 있어서입니다.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에서의 전력 소비량은 비용입니다. 머스크는 지금이야 비트코인처럼 고비용 가상화폐도 통용되는 초창기지만 결국엔 경제적인 가상화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 CCAF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선 연간 110테라워트시(TWh)가 필요합니다. 스웨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죠. 채굴 방식 역시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합니다. 가상화폐 채굴 방식에는 크게 작업 증명(PoW)과 지분 증명(PoS)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작업 증명 방식입니다. 반대로 퀀텀이나 네오, 그리고 개발 중인 이더리움2.0이 지분 증명 방식입니다. 지분 증명 방식의 전력 소비량이 확실히 적습니다. 채굴과 거래의 비용 절감은 결국엔 가상화폐 간 경쟁의 분수령이 될겁니다. 이제까진 가격만 따졌다면 앞으론 비용을 따지게 될 거란 말입니다. 머스크의 트윗은 비트코인 가격을 폭락시켰지만 가상화폐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쏜 것도 분명합니다.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이런 시각으로 머스크의 행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금융 자산 시장 분석에선 일가견이 있죠.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5월 15일 ‘머스크가 암호화폐의 미래를 위한 여행을 이끌기 위한 자리를 제대로 잡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비트코인 시대를 끝내고 저비용 고효율의 알트코인 시대를 열어 줬다는 분석입니다. 머스크의 트윗에서 환경이라고 쓰여진 걸 비용이라고 읽으면 이해가 빨라집니다.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개인과 기업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역시도 자동차를 팔아서 비트코인을 축적할 경우 오히려 거래 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자동차를 팔아서 비환경 코인을 벌고 있다는 대중적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죠. 친환경적 이미지는 테슬라한텐 탄소 배출권 판매라는 현실과 쿨한 그린 브랜드라는 이미지까지 여러모로 중요한 자산입니다.
 

머스크가 리스크다

©Justin Sullivan/Getty Images
머스크의 의도대로 가상화폐 시장의 세대교체가 가능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비트코인 진영의 반격이 거셉니다. 적잖은 기업과 개인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트위터입니다. 트위터의 창업자이자 CEO인 잭 도시는 지난 5월 14일 “우리는 비트코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잭 도시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퀘어의 소유주죠. 한때 테슬라와 함께 비트코인 결제에 앞장섰던 회사입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와 잭 도시는 비트코인 띄우기를 합창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입장이 갈렸죠. 머니 게임에선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설사 알트코인이 더 비용면에서 혁신적이어도 비트코인 진영은 쉽게 물러나지 않을겁니다. 

머스크 리스크도 변수입니다. 일단 머스크는 이번 트윗으로 자산 시장 시세 조정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식 시장과 달라서 시세 조정 혐의로 처벌할 법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가상화폐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해달라고 미국 의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방법을 준용해서 규제 감시에 나서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입방정의 빈자리를 제대로 대신하고 있는 머스크야말로 겐슬러 위원장한텐 좋은 먹잇감입니다. 가상화폐 시장 규제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 주는 산증거인 셈이니까요. 겐슬러는 “SEC는 현재 SNS를 통한 시장 조작 행위를 중점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머스크를 저격한 발언이었죠. 국내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에 대한 시세 조정 혐의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만, 정작 미국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담장 위를 걷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지코인은 상위 100명 보유자가 발행량의 67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1명이 367억 개를 갖고 있죠. 전체 도지코인의 28퍼센트에 달합니다. 이 투자자가 머스크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회 매수량이 28.061971개인데 이것이 머스크의 생일인 1971년 6월 28일과 동일하다는 마켓인사이더의 분석도 있습니다. 해석은 분분합니다만 정말 ‘정말이다’ 트윗댓글에서 암시한 것처럼 테슬라가 5월 12일 폭탄 트윗 이전에 비트코인을 매도했다면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전기차 시장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이유죠. 머스크에 대한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머스크는 지난 5월 8일 한 방송에서 자신이 아스퍼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혔죠. 이례적인 일입니다. 아스퍼스 증후군은 흔히 천재병이라고 불립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천재적 집중력을 보여주지만 충동적 행동을 자제하는 게 불가능하죠. 자신의 트윗들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 병 때문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재벌들이 휠체어를 타고 검찰 조사를 받았던 것과 버전만 다르지 유사한 핑계인 셈입니다. 분명한건 머스크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그가 시장에 신호와 소음을 한꺼번에 던져 주는 혼란스러운 신호등이란 사실입니다. 머스크의 소음조차 신호로 받아들이는 순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8일 SNL에서 머스크가 던진 농담처럼 말입니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농담을 했죠. 덕분에 도지코인 가격은 30퍼센트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다음 날 “도지코인 개발자들과 거래 방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트윗을 했지만 소용 없었죠. 거래 방식 개선이란 결국 전력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을 말합니다. SNL은 소음이었고 트윗은 신호였지만 시장은 이걸 거꾸로 해석했죠. 어쨌든 이런 머스크 리스크는 가상화폐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재료입니다.
 

머스크의 트윗이 아니라 행간을 읽어라

머스크는 가상화폐 시장의 판을 흔들기로 작정한 듯 보입니다. 그래서 머스크는 앞으로도 가상화폐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머스크 본인이 애당초 전기차 혁신가이기 이전에 결제 서비스를 만들었던 금융 혁신가였다는걸 고려해도 그렇죠. 머스크는 전기차와 우주 다음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혁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도지코인을 통해서든 또 다른 알트코인을 통해서든 말입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한테 머스크는 사기꾼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도지코인 투자자들한텐 도지아빠로 통하지만 그래도 불안불안한 건 사실이죠. 진짜 중요한 건 머스크의 말이 아닙니다. 머스크의 의도입니다. 트윗이 아니라 트윗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머스크의 입이 아니라 시선을 봐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머스크 리스크를 머스크 찬스로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비트코인 제국주의》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