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을 이해하는 팁
완결

팁을 이해하는 팁

팁은 더 나은 서비스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객, 종업원은 서로 다른 이유로 여전히 팁을 주고받는다.

데이비드 프랭크는 11살에 뉴욕의 한 식당에서 마술로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고 팁을 받는 일을 시작했다. 10대 시절 그가 하루에 팁으로 번 돈은 평균 60~70달러 정도였다.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프랭크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팁에 관한 연구를 읽기 시작했다. 손님의 식사가 끝날 무렵 달콤한 것을 건네는 종업원들이 더 많은 팁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찾아낸 그는 마술이 끝나면 트릭에 사용했던 카드를 손님들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그들이 더 많은 현금을 주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그가 발견한 연구 결과는 팁이 뛰어난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는 개념을 확인시켰다. 이것이 다소 직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현재 프랭크가 학생으로 있는 코넬대학교의 마이클 린 교수 팀의 후속 연구는 이 손 재주가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손님 테이블에서 마술을 선보였을 때, 평상시보다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았음에도 그곳에서 일하는 웨이터들과 웨이트리스들의 팁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티핑(Tipping·팁을 주는 행위)이 단순한 경제적 거래처럼 보일지 몰라도, 직원들이 업무를 각별히 더 잘하도록 장려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그렇게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구매하려는 제품에 가능한 한 적은 돈을 지불하기를 원한다고 가정하면, 경제학자들은 일상적인 서비스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현금을 나누어 주는, 즉 팁을 내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프랭크에게 영감이 된 감사의 감정처럼 애매하고 불분명한 요소는 분명 중요해 보인다. 2010년 이스라엘 네게브의 벤구리온대학교 오퍼 아자르 교수가 팁을 내는 이유를 조사(중복 답변 가능)한 결과, 평소 팁을 주는 미국인의 85퍼센트는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는데, 60퍼센트는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왜 팁을 내나?/ 팁을 내는 이유/ 단위: %(복수 응답 가능)/ 미국/ 이스라엘/ 사회 규범이기 때문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웨이터들이 팁에 의존해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난처한 상황을 피하려고/ 팁을 안 내면 다음 서비스가 나빠져서/ 팁을 안 내면 종업원이 화를 내서 ©벤구리온대학교 오퍼 아자르 교수, 2010
코로나19 판데믹 동안 이러한 애매한 요소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린 교수는 사람들이 음식을 테이크아웃할 때도 전보다 더 관대하게 팁을 주는 사실을 발견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소속 사라 콘리스크는 부유한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택시 기사들에게 더 많은 팁을 주고 있음을 발견했다. 팁을 주는 비율은 코로나19 입원률과 같이 상승했는데, 이는 사실상 일종의 위험 자금을 조달한 차원으로 추정된다. 단, 판데믹 위험에 대해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을 수 있는 트럼프 투표 지역에서는 이 비율의 상승 속도가 느렸다.

판데믹 상황 그리고 누군가의 식사 테이블에서 펼친 마술 공연은 팁 액수에 영향을 끼치는 두 가지 요인일 뿐이다. 팁을 주는 사람은 단순히 종업원의 서비스 자체에도 감동할 수 있다. 만약 웨이터가 주문을 받을 때 테이블에서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면, 그것은 종종 더 많은 액수의 팁으로 연결된다. 좋은 날씨도 손님들의 관대함을 자극할 수 있다. 인종은 더 추악한 요인이 될 수 있는데, 택시 기사의 팁을 조사한 결과 흑인 운전사는 평균 13퍼센트 정도 팁을 받는 반면, 백인 운전자의 경우 20퍼센트 정도가 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여성 우버 운전자들이 남성 운전자들보다 10~12퍼센트 더 많은 팁을 받는데, 운전자가 65세 이상일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탑승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차용)/ 예상 팁 변화/ *우버 드라이버 대상/ 2017년, 운전사 연령 및 성별, 달러/ 여성 운전사, 남성 승객/ 남성 운전사, 남성 승객/ 여성 운전사, 여성 승객/ 남성 운전사, 여성 승객/ *남성 승객을 태운 21~25세 남성 운전사와 남성 승객 비교 ; 팁 미지급자 포함 ©시카고대학교 존 A. 리스트 외
팁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식당 음식 가격의 20퍼센트가량을 팁으로 주는데, 어떤 사람들은 인종 불평등의 역사가 이 관행을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1902년에 저널리스트 존 스피드는 다음과 같이 썼다. “흑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팁을 기대하고 또 받지만, 그것은 열등함의 표시다. 백인에게 팁을 주는 것은 내게 창피한 일이었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는 서비스 요금이 청구서에 포함돼 고객들이 추가 요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들은 종종 전체 요금을 자체적으로 반올림해 동전 몇 개를 테이블에 올려 두거나 요금의 2퍼센트 정도를 팁으로 남기고 떠난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팁을 주는 것이 명백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팁을 받는 사람을 마치 간절히 구걸하는 거지 취급할 정도로 모욕적인 암시로 여긴다. 이와 유사한 인식은 한국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홍콩에서도 대개 식당에서는 팁을 기대하지 않는다.

팁을 가장 기대하는 곳은 부유한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들 간의 빈부격차가 큰 인도와 아프리카의 국가들이다. 일부 학자들은 팁을 주는 문화가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도 측정 가능한 심리적 특성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려 노력해왔다. 30개국에 걸쳐 조사가 이뤄진 한 연구에서는 팁을 주는 행위가 불평등이 만연하고 부유한 사람들의 죄의식이 더 심한 사회에서 더욱 흔하게 벌어진다고 결론 냈다. 어떤 환경에서는 종업원이 고객을 평가하는 온라인 등급 시스템에 의해 사람들이 팁에 관대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는 승차 공유 앱 이용 후 현금으로 팁을 내지 않으면 고객 등급이 낮아지고 이후에 택시 잡기가 더 어려워져 사용자들의 우려가 크다.

팁을 주는 가장 분명한 경제적 정당성은 그것이 종업원의 성과를 끌어 올리도록 장려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려책으로서의 타당성은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 어떤 식당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단골손님이 아니며, 한 번 방문하고 마는 손님은 식사가 끝날 때 팁을 남긴다고 해서 이후에 이득 보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골 손님들이 종업원 서비스를 보상하거나 벌주는 데 팁을 이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아자르 교수는 만약 그랬다면 단골 손님들의 팁이 일반 손님들의 팁보다 서비스의 질에 따라 더 밀접하게 오르거나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연구에서는 그러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팁을 주는 게 극히 드문 일본이나 한국 같은 나라의 서비스 품질이 미국이나 유럽의 서비스 품질과 비교해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팁이 일종의 장려책으로 작동한다면,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가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직업군에서 팁 문화가 더 일반적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치위생사, 자동차 정비사, 수의사 같은 많은 직업군에서는 팁 문화가 전혀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답은 아닌 듯 하다. 아자르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14퍼센트만이 훗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팁을 냈다.

우버 탑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어느 연구에서는 서비스 품질이 팁 액수에 미치는 영향이 5퍼센트 이하라고 밝혀졌다. 대상자 가운데 단 15퍼센트만이 실제로 운전사에게 팁을 줬는데, 팁 액수는 운전사의 특성보다 승객 개인의 특성과 세 배가량 더 관련이 많았다.

 

사기 치는 사장님?


팁을 주는 행위는 팁을 받는 사람만큼이나, 심지어 때로는 그 이상으로, 식당 주인이나 비즈니스 자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낮은 공급가로 손님을 유인해 팁을 얻어낸 후 예상된 수령인, 즉 종업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들은 그들의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팬들로부터 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고의 인재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떠나지 않도록 잡아두기 위함이다. 또 워싱턴이나 뉴욕에서는 테이크아웃 커피나 베이글을 주문하면 종업원이 태블릿을 화면을 들이밀며 팁을 남길 것인지 묻곤 하는데, 이때 많은 사람이 거절하는 것을 곤란해하거나 불편해 한다.

매니저에서부터 일반 종업원까지 팁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처럼 웨이터 수입의 20~60퍼센트가 팁에서 나오는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업이 번창하면 팁도 더 늘어나 경영진과 종업원 모두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사업이 부진하면 사업장 수입과 함께 종업원의 수입도 줄기 때문이다.

위험 분담의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팁이 최저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저 임금이 적용되는 프랑스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고용주들이 최저 임금에 팁을 포함시켜 근로자들이 고용주에게 받는 첫 번째 팁, 즉 임금(기본급)을 사실상 잃곤 한다. 다른 측면에서 팁 문화를 옹호하고 찬성하는 이들 즉, 관리자들은 고객들이 자신들보다 직원의 서비스 질을 더 잘 관찰하고, 누가 추가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팁은 세금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사장과 종업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나머지 식사 가격에 적용되는 20퍼센트의 부가가치세를 팁으로 면제하기도 한다. 이때 팁을 현금으로 받으면 세무사에게 소득을 숨기기 쉽다. 2018년 미국 국세청은 개인 소득세 과소 신고의 약 10퍼센트가 팁을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는데, 팁을 신용카드로 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과소 신고는 다소 어려워졌다.

팁으로 정말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일까. 인식은 종종 현실보다 더 중요하다. 다수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고객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팁이 적어질 것으로 여기는 한, 경영진은 의도했던 바를 이룰 것이다. 1189명의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이들 중 절반은 서비스 질이 팁 액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다른 가격 책정 방식으로 팁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고객 평가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카니발 크루즈 라인즈’가 2000년대 초 별도의 서비스 요금을 받기 위해 팁을 없앤 후에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린 교수와 웨인주립대학교 재커리 브루스터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식당, 특히 음식값이 싼 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더 높은 임금이나 더 나은 직원 훈련이 식당, 그중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훨씬 효과적으로 개선한다고 주장했다.

 

팁을 원하는 각자의 사정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다. 팁은 식당 매출의 20퍼센트를 떼어 고객들과 소통하는 종업원에게 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방 직원과 팁을 나누는 것이 불법인 워싱턴이나 뉴욕 등지의 고급 레스토랑 경영진들은 좌절할지도 모른다. 2015년 글로벌 레스토랑 그룹 ‘Union Square Hospitality Group’의 대니 마이어 대표는 자신의 식당에서 팁 문화를 없애려 했다. 그러나 골치 아플 정도로 직원들의 이직률이 치솟자 다시 팁을 받도록 했다. 팁 없이는 매력적인 가격 책정도, 경쟁력 있는 웨이터 임금 유지도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그럼에도 그는 고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그저 말로만 “감사하다”고 말해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비평가들은 팁을 주는 행위가 근로자들이 호의를 구걸하도록 만들고, 고객들이 실제 결제 가격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주며, 경영진의 탈세까지 부추기는 불공정한 관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팁 논쟁의 승리자들은 팁이 사장과 종업원 사이의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하나의 효율적인 방법이며, 고객이 직원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팁에 따른 모든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팁 문화를 유지하길 열망한다.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퍼센트가 약간의 봉사료를 더 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팁을 주면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고객들의 말은 틀릴 수 있다. 그들은 아마 식사하러 나왔을 때 자신들에게 주도권이 있는 듯한 그 느낌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종업원에게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설령 잘못이나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더 많은 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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