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스케이트장이 이상 기온으로 위기를 맞았다. 캐나다 오타와주에 위치한 리도 운하 스케이트장이다. 이곳은 얼음 두께가 30센티미터 이상일 때만 민간 개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10~14일 간의 한파가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오타와주 기온은 예년보다 4~6도 높았고 얼음은 얼지 못했다.
동계 스포츠는 날씨, 에너지, 방문객 감소 세 가지 위기에 직면했다. 우선 유럽의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따뜻했다. 스키나 썰매를 탈 언덕이 사라졌다. 알프스 산맥이 걸친 스위스, 프랑스 등지의 스키장은 폐장하거나 축소 운영했다. 우리나라 스키장 또한 개장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기온이 낮은 강원 지역에선 10월에도 개장했던 과거와 달리, 올 겨울 대다수 스키장은 12월에 맞춰 개장했다.
스키장의 규모는 고스란히 운영비로 이어진다. 전력은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1]지난해 에너지 수급의 난을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전력 가격은 급등했다. 이에 일본의 하치코겐 스키장은 올겨울 개장 시기를 늦췄다. 프랑스의 발토랑스 스키장은 인공 눈 제조량을 줄이고 난방비를 아꼈다. 알프스 산맥의 일부 스키장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리프트 운행 속도를 늦췄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비롯한 유럽 20여 개의 스키 리조트는 입장료를 10퍼센트 이상 인상했다.
사람들이 스키장에 오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스키 인구는 686만 명을 기록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후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이용객은 2020년 376만 명, 2021년에는 145만 명으로 급감했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판데믹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으나 스키장의 고민은 계속된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만한 인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의 변화로 스키장은 매출을 고민하지만 역으로 환경 오염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스키는 지역의 겨울 활기를 책임지는 사업이다. 숙박업과 각종 편의 시설, 주변 관광 산업까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된다. 우리나라에서 스키장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원도고 그다음이 경기도다.[2] 스키장의 부진한 실적은 지역 산업의 쇠퇴와 맞물린다. 2018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자연 복원 혹은 현상 유지를 두고도 정선군과 환경 단체 사이 갈등이 빚어졌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여가는 스키만의 얘기가 아니다. 넓은 부지를 요하는 골프는 수자원 낭비로 자주 지목된다. 우리나라 18홀 골프장 기준 하루 평균 800~900톤의 물을 사용한다.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약 44만 톤이다. 농약 살포에 따른 토양 오염 또한 골프장이 세계 환경 운동가들의 비판을 사는 이유다. 지난여름 프랑스의 한 환경 단체는 가뭄 시기 관수를 단속하던 정부가 골프장에 예외를 두자, 이에 반발하며 한 골프장의 홀을 시멘트로 메워 버리기도 했다.
세계의 겨울 ; 레저 업계의 어깨는 무겁다. 달라지는 기후에 대비해야 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비판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프랑스 스키 협회 Domaines Skiable de France는 2037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4대 스키 업체 또한 재생 에너지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250개 스키 리조트가 운영하는 세이브아워스노우는 눈과 관련된 에코 투어리즘 상품을 소개한다. ESG 시대의 여가는 달라지고 있으며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윈터 스포츠 업계가 그 출발선을 끊고 있다.
한국의 겨울 ; 2000년대, 2010년대의 스키는 겨울의 이벤트였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스포츠 혹은 가족 단위 모임을 위한 콘텐츠로서 기능했다. 그러나 눈 위를 달리는 경험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해외 여행은 보편화됐고 체험을 강조하는 공간이 늘며 여가의 선택지는 많아졌다. 청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까지 염두한다면, 한국의 겨울 스포츠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그려야 한다.
지구의 여름은 길어지는 중이며 인공 눈은 무한정 생산될 수 없는 법이다. 세계 스키장은 이미 눈보단 산, 겨울보단 사계절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온이 서늘한 고산지대의 특성을 내세워 여름 상품을 만들고, 성수기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늘리고 있다. 눈 녹은 스키장의 미래는 하이킹과 캠핑을 비롯해 지형과 지대의 특성에 집중한 마운틴 투어리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