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분노하다
완결

이스라엘이 분노하다

시민들은 국가 붕괴의 날을 선언했다. 정치에 붙은 불은 이제 경제로도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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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돌의 땅 서안 지구


아비가일은 요르단강 서안 지구 사우스 헤브론 힐스 꼭대기에 있는 자그마한 유대인 정착 전초 기지이다. 건조한 바위투성이인 이곳에는 수십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지난주에 이들에게 축하할 만한 일이 있었다. 정착 20년 만에 처음으로 주민들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법적인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스라엘 정착촌들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위해 필요한 땅보다도 훨씬 많은 부분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 땅들 모두는 영국을 포함하여 민주주의 국가들 대부분에서 국제법상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아비가일은 이스라엘 법령으로도 불법이었다. 아비가일과 비슷한 시기에 이스라엘이 인가한 여덟 개의 다른 전초 기지들도 그러했다. 심지어 아비가일은 2000년대 초에 아리엘 샤론(Ariel Sharon) 당시 총리에 의해 철거될 예정이었다.

이번의 합법화는 이미 서안 지구에 거주하는 47만 5000명에 더해서 1만 명의 정착민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승인되었다. 두 명의 고립된 팔레스타인 사람이 동예루살렘에서 두 명의 아이를 포함하여 이스라엘인 최소 열 명을 살해한 후에 이루어진 일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외무장관들은 이 “일방적인 조치(unilateral action)”에 대해 “강력한 반대(strong opposition)”를 표명했다. 이번 일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는 말이다.

팔레스타인 마을 알 무파카라(Al Mufakara)는 현재 아비가일과 이웃해 있으며, 또 다른 전초 기지인 하바트 마온(Havat Maon)과 아비가일 사이에 불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16개월 전, 나는 취재를 위해 알 무파카라에 간 적이 있다. 무장한 정착민들이 두 전초 기지 쪽으로부터 진격해 왔다. 이 침공으로 인해 주택, 차량, 물탱크, 태양 전지판 등이 파괴되고, 세 살 남자아이를 포함하여 여섯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쳤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유주의 성향 언론 하아레츠(Haaretz)는 이를 ‘포그롬(pogrom·유대인에 의한 조직적 학살)’이라고 묘사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최소한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전초 기지들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그들 가운데 앞서 설명한 예루살렘에서의 살해 사건과 관련된 이는 아무도 없었다.
 


2. 3기 네타냐후, 극우와 손잡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의 세 번째 내각은 지난 2022년 12월에 구성되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 성향을 띠는 이 행정부의 내각에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Itamar Ben Gvir)와 베잘렐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가 있다. 이 둘이 없었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 초기부터 갑작스러운 정착촌 확장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국가 안보 장관과 재무 장관을 맡고 있다. 이들은 신앙심 높은 초국가주의적 정착민이고, 반 아랍주의적 견해를 오랫동안 띠고 있었으며, 서안 지구를 합병하여 ‘더 큰 이스라엘(Greater Israel)’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 왔다.

벤 그비르는 1995년에 처음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츠하크 라빈(Yitzhak Rabin) 총리가 이스라엘의 극우 광신자 이갈 아미르(Yigal Amir)에 의해 살해되기 몇 주 전이었다. 벤 그비르는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하여 총리의 캐딜락 차량에서 떼어 낸 엠블럼 장식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의 차량까지 도달했고, 그 사람에게까지도 접근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Adobe Stock

지난 2021년, 네타냐후는 크네세트(Knesset·이스라엘 의회)에 무사히 진입하기 위해 스모트리치의 독실한 시오니즘 당(Religious Zionist Party)과 벤 그비르의 유대인 세력 당(Jewish Power Party) 측에게 후보자 명단을 공동으로 구성하자고 설득했다. 참고로 이스라엘은 순수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결국 지난해 선거에서 극우 진영의 승리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두 사람은 네타냐후의 연립정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과중한 대가를 요구했다. 그 결과, 이전 카흐(Kach)[1] 당원이었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유죄 판결 전력으로 군 복무를 면제받은 벤 그비르가 치안을 담당하는 장관직을 맡게 되었다. 네타냐후는 또한 스모트리치에게 정착지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점령 지역에서의 민간인 문제를 책임지는 군부 조직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했다.

정착촌 확장은 어떤 측면에서는 지금의 연임 정부가 집권하기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이 더욱 격렬하긴 하지만, 당시에도 폭력의 정도는 2005년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저항 운동) 종료 이후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이 북부 서안 지구에서 활동하면서, 2022년 한 해에만 15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30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죽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이스라엘 중도파의 상당수가 앞선 두 번의 집권 시기에는 전혀 볼 수 없던 방식으로 네타냐후 3기 정부에 대항하여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치피 리브니(Tzipi Livni) 전 외무장관과 같이 주류의 신중한 정치인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를 비판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월 20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거리에 수많은 시위대가 쏟아져 나왔던 어느 자리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광기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더 이상 징후가 아니라 실체가 되었습니다. 바로 파시즘입니다.”
 


3. 이스라엘을 화나게 한 사법 개혁


정치권과 사법계, 그리고 전직 정보기관 및 군부 지도자들이 사실상의 독재를 반대하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 행렬에 참여하게 되었다. 네타냐후의 프로그램 중 가장 시급한 사안은 대법원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려는 조치들이다. 비평가들은 이를 거세(neuter)라고 부른다. 이러한 조치는 여론 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으며, 20일 월요일에는 수만 명의 시위대를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국회가 이 법안의 1차 심의를 통과시키자 시위대 일부는 의원들의 자택을 봉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대법원 ©Adobe Stock
이 법안에는 의회 다수가 찬성할 시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여 내린 법원의 어떠한 판결도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초안은 네타냐후 정권의 법무 장관인 야리브 레빈(Yariv Levin)이 작성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대법관 선정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다. 법안은 이스라엘에서 헌법 역할을 하는 기본법[2]에 대한 판사들의 심사를 사실상 중단시킬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조치들에 대하여 법원이 제기하는 합리성(reasonableness) 검증을 없앨 것이다.

대법원은 반대파가 설명하는 것처럼 좌파주의의 강경한 보루라고는 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법원은 지극히 논쟁적인 국민국가법률(Nation State Law)을 승인함으로써 공용어였던 아랍어의 지위를 강등시키고 자결권을 유대인들에게 고유한 권리라고 명문화했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들을 격하시킨 일이었다. 남부 서안 지구에 있는 자택에서 1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퇴거 위협을 받고 있을 때, 법원은 퇴거를 진행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참고로 이는 군대 사격 훈련장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대법원 무력화 시도가 이스라엘의 일원제 정치 체계의 중심부를 폭발하게 만든 것은 법원이 행정부와 의회 다수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가장 저명한 전직 대법원장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이기도 한 86세의 아하론 바라크(Aharon Barak)는 사법부 개혁을 막을 수 있다면 자신이 총살 부대(firing squad) 앞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개혁을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군 전직 참모총장인 단 할루츠(Dan Halutz)는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병역 의무를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민주주의에서의 병역 기피와 독재 체제에서의 병역 기피는 별개”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비판자로는 아비차이 만델블리트(Avichai Mandelblit)가 있다. 그는 네타냐후에 의해 법무 장관으로 임명되었음에도 리쿠드당(Likud) 대표인 네타냐후를 세 가지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네타냐후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2020년에 시작된 이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달, 만델블리트는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 동기에 대해 언급했다. 네타냐후가 레빈 장관의 임명을 이전에 반대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만델블리트는 이러한 움직임이 네타냐후의 소송과 연관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어느 쪽이든, 이스라엘 정부는 예상보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사법부 공격에 대한 저항의 물결 이외에도, 스모트치리와 벤 그비르의 극단성은 이스라엘 안보 진영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몇몇 반대에 부딪혔다. 점령된 영토의 통제권을 두고 스모트리치와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 국방 장관이 권력 다툼에 직면한 것이다.

한편, 코비 샤브타이(Kobi Shabtai) 경찰청장은 이스라엘 시위대를 상대로 다양한 체포 전술과 물대포를 사용하라는 벤 그비르의 요구에 지금까지 저항하고 있다. 이슬람력 9월, 2023년에는 3월에 시작되는 라마단이 위험할 정도로 격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는 벤 그비르에게 위험한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고 한다. 벤 그비르의 요구는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시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집단적 처벌에 해당하는 것보다 더욱 가혹한 작전을 시위대에게 가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이스라엘 국내 정치와 점령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적정한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약 20퍼센트)의 시위 참여율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위 주최 측은 시위에 참여해 왔던 소수의 우파 세력과 심지어 정착민들이 소외되는 것을 우려하여 아랍계가 발언하거나 팔레스타인 깃발이 등장하는 것을 기피해 왔다. 그리고 현 정부 아래에서 그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번 시위를 이스라엘 내부 문제로 보고 있다. 그들은 네타냐후의 전임자들이 겪은 최근의 사례들로 보아, 설령 네타냐후 정부가 몰락하더라도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의 일상적인 억압이 없어지기는커녕 완화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4. 불안한 미국


미국에 여전히 많은 것이 달려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연간 38억 달러의 원조 패키지를 제공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하여 다른 곳에서도 할 일이 산적해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 지역에 관여하는 것을 특히나 꺼려 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톰 프리드먼(Tom Friedman)의 글을 통해 조심스럽지만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코멘트 했다. 그 내용은 독립적인 사법권의 중요성과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합의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였다.

미국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 장관은 정착촌 전초 기지의 합법화에 대한 불쾌감을 거듭 드러냈다. 그러나 2월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대한 투표를 막기 위해 격렬한 외교 활동이 개시되었다. 이는 이스라엘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이 이번 사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대신에 안보리는 의장 성명을 내놓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는 전초 기지에 대한 합법화를 일시적으로 동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에 대한 대가로 보인다. 그럼에도 안보리는 네타냐후 정부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물론 서안 지구의 시골 지역에 있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택을 철거하기 위해 잘 짜인 계획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지금과 같은 무모한 길을 건다면 미국이 결국 제동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인지는 여전히 답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논쟁적인 조치라면, 현재로서는 대법원을 약화하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유명한 기업들은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는 최소한 이스라엘 국내 투자가 줄어들 위협이 있다는 여러 증거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헤르초크(Isaac Herzog) 대통령이 사법권 개혁에 대해 협의된 절충안이 나오기를 바라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현재 네타냐후는 한편에서는 이스라엘 기득권층의 상당수와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소환한 종교 및 극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현재 이들은 네타냐후의 통제권을 벗어날 위험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
이스라엘 정통파 랍비 카하네가 창당한 과격 극우 정당. 이스라엘로부터 불법화되었으며 미국으로부터는 테러 조직으로 지명되었다. 카하네는 1990년 암살되었으며, 카흐는 1994년 강제 해산되었다.
[2]
 이스라엘은 단일 성문헌법을 가지지 않고, 분야별 기본법(Basic Laws)이 사실상 헌법의 기능을 수행한다. 기본법은 대통령, 의회, 행정부, 사법부, 이스라엘군, 감사원, 직업 선택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 자유, 시민권/이민권, 예루살렘 지위, 국경에 관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일련의 기본법을 제정할 권한은 의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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