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스타트업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0에서 1이 되는 순간

글로벌 시장은 포화 상태다. 해답과 기술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스마트폰만 해도 위기를 겪고 있다.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80퍼센트를 넘어서면서 시장은 축소됐다. 카운터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출하량은 2018년부터 감소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혁신을 만들지 못한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찾아냈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삼성전자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2022년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3조 357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1퍼센트 급상승한 수치로, 중국에서 달성한 매출 2조 6395억보다 높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는 LG전자의 TV와 모니터를 생산하는 현지 생산 법인이 있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는 왜 그간 보이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아프리카 대륙은 머나먼 나라에 불과했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 중 하나로 주목할 뿐이었다. 그마저도 중동과 묶어서 분석하곤 했다. 저자는 현지인에게 직접 물어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를 찾아 나섰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스타트업 정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의 젊은 창업자들이 만들어 내는 역동성에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본 것이다. 높은 문맹률, 인프라 부족 등 아프리카 대륙은 그야말로 문제가 많다. 아프리카 기업은 이를 발판 삼아 성장하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기술들이 나오는 시대, 해답보다 찾기 어려운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미 해결된 문제는 관심사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내놓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정부보다 빠르다. 케냐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선컬처(Sun Culture)는 농업 분야에 기술을 덧입혔다. 소규모 농부에게 태양광 패널이 부착된 관개 장비를 공급한다. 농업용수를 끌어오는 펌프를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장비다. 선컬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생 에너지를 제공해,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며 온실가스 배출까지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 보고서(Bloomberg NEF)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선컬처를 ‘뉴 에너지 파이오니어(New Energy Pioneer)’로 선정했다.

스타트업은 아프리카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현재보다 미래를 따져 산정된다. 기업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술 기업의 경우, 평가된 기업 가치를 현실에 옮기기까지 10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핀테크 붐이 일고 있는 아프리카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역동성은 머지않아 세계를 바꿀 것이다. 국제 경영 전략 전문가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en)은 다음 산업혁명이 예상되는 곳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을 지목했다. 세계은행은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서 농업과 산업의 이중 혁명이 일어난다고 전망했다.

변화를 직감한 글로벌 기업인들은 아프리카로 향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는 아프리카가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2019년 ‘잭마 재단’을 설립해, 매년 아프리카 유망 신생 기업인 한 명을 선발해 10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문제 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상황은 세계의 기업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저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사람은 대부분 현재를 살기 때문에 잠재력을 쉽게 놓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발 앞선 미래를 소개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0에서 1이 되는 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그 순간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제로 베이스에서 혁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겐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정원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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