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일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사람들

스트리밍 시대다. 유튜브 섬네일을 클릭해 오늘의 뉴스를 접한다. 습관적으로 켠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웃음과 위로를 얻는다. 영상과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로 접어들며 텍스트의 가치는 추락했다. 종이책이 대표적이다. 언젠가부터 책의 물성은 고루한 것, 느린 것, 지루한 것이 됐다. 2021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6~64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44.9퍼센트가 “평소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고 답했다. “출판계는 지는 별”이라는 말조차 이젠 구태하게 느껴진다.

상반된 양상도 보인다. 유명 소설가들은 에이전시로 편입되는 중이다. 소설가 김영하, 김초엽 등이 소속된 작가 에이전시 블러썸엔터테인먼트는 작가의 집필 일정과 행사 스케줄을 관리하고 팬덤 문화를 만든다. 지난여름엔 CJ E&M이라는 거대 자본과 손잡고 2차 저작물을 위한 콘텐츠 IP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연예계 인플루언서의 책 출간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인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 가수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 등은 출판과 동시에 바이럴이 된다. 텍스트 가치는 하락하는데 인플루언서 작가는 부상하는 양극화는 출판 시장의 현실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들이 있다. 저자가 유명하지도, 출판사 규모가 거대하지도 않은데 특정 카테고리의 판매 순위 상단을 차지하는 책들이다. 어떤 경우 그 순위를 수개월, 수년간 유지하기도 한다. 조용히 빛나는 책들엔 유명세나 자본의 논리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영역이 존재한다. 독자가 필요로 하는 소재를 포착해 독자가 반응하는 언어로 가공하는 기획이다. 그 중심엔 에디터가 있다.

저자는 에디터의 역할을 욕망, 감별, 연결, 노동 네 가지로 제시한다. 내적 질문을 사회적 어젠다로 이끌어내겠단 욕망이 있어야 하고, 독자에게 필요한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감별해야 한다. 끊임없는 소통으로 독자와 저자, 시장과 학계를 연결하고, 무엇보다 산발된 생각들을 책이라는 하나의 물성으로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노동한다. 그 과정에서 산업의 한계에 좌절하기도 하고 무대 뒤 그림자로서 마음에 생채기도 입지만 판을 벌이는 작업을 이어간다. 무수한 정보값이 흘러가는 시대에 ‘한 권’이라는 단위로 누군가의 세계관을 완결하고 소개한다는 것은 언어에 대한 가장 어렵고도 귀한 애정이다.

에디터의 진가는 그 애정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위 세대가 세상을 배워 온 방식을 답습할 만한 이유도 여유도 없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필요한 책, 읽을 만한 글을 발굴하는 눈이다.

출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기술, 금융, 건축, F&B 등 모든 분야엔 베스트셀러가 존재한다. 그 기반이 자본이 아닌 기획일 때 우리는 감탄한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니즈를 누구에게나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 세상을 설득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진정한 베스트셀러는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다.

이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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