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유치의 꿈과 열망

6월 21일, explained

엑스포 유치전이 뜨겁다. “부산은 준비됐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사실일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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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랑스 파리가 외교 전쟁의 무대가 됐다.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파리를 찾은 것이다. 20~21일 양일간 엑스포를 주관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제172차 총회가 열린다. 현지 시간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프레젠테이션 연사로 나서 “부산은 준비됐다”고 외쳤다. 11월 179개 회원국의 투표와 최종 결정까지 단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엑스포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WHY NOW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메가 이벤트(Mega event)로 불린다. 한 도시에 전 세계의 자본과 이목이 쏠리기 때문이다. 엑스포는 특히,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한 달 동안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6개월간 지속되기 때문에 경제 부문의 기대가 크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만 254억이 쓰인다. 그렇다면 엑스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엑스포의 시작, 국력 과시

국제박람회기구 협약 1조는 엑스포의 목적을 ‘인류의 진전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여줌으로써 대중을 계몽’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엑스포라는 말이 흔해지기 이전 ‘만국박람회’로 불렸던 이 행사는 1851년 영국 런던 수정궁(Crystal Palace)에서 개최된 ‘대전시(Great Exhibition)’로 시작했다. 영국은 식민지의 물건인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와 전시했고 기계와 건축물로써 산업화의 결과를 과시했다. 20세기 초까지 선진국은 국력 과시를 위해 경쟁적으로 엑스포를 개최한다. 이것이 5년 간격으로 정례화된 것은 1928년 파리협약에 따라 국제박람회기구가 설립되고부터다. 1993년과 2012년에 우리나라 대전과 여수에서 열린 엑스포는 특정 분야[1]를 주제로 개최하는 인정 박람회(Recognised Exhibition)인 반면, 2030년에 열리는 엑스포는 등록 박람회(Registered Exhibition)다.

등록 박람회의 특징

인정 박람회와 등록 박람회의 가장 큰 차이는 주제와 규모다. 인정 박람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하지만, 등록 박람회는 보통 인류와 관련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규모는 훨씬 크다. 2000년대 이전까지의 엑스포는 주로 과학기술과 인류의 진보를 주제로 삼았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지구와의 공존을 다룬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Better City, Better Life)’을, 2015 밀라노 엑스포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선정해 도시 환경과 인류 먹거리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엑스포가 던지는 두 가지 메시지

엑스포는 인류를 향해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박람회의 주제가 첫 번째다. 두 번째 메시지는 숨겨져 있다. 19~20세기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주최국의 발전 정도를 과시하는 것이다. 1889년, 프랑스는 파리 엑스포를 기념해 에펠탑을 세우며 프랑스가 전쟁을 극복하고 기술을 성장시켰음을 세계에 선언한다. 우리나라도 대전 엑스포를 준비하며 대전에 한빛탑을 세운다.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가 열리고 글로벌리즘(globalism)의 열망이 부풀며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Segyehwa)’를 국가 발전 전략으로 말하던 시기였다. 대전 엑스포는 한국이 개도국에서 산업·과학 강국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전쟁을 극복했다는 선언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선언 효과는 각국이 엑스포를 개최하려는 핵심 이유다. 2005년 일본의 아이치 박람회가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회복’,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G2 중국의 슈퍼 파워에 대한 과시’로 읽히는 것은 일반적인 해석이다.

2030 등록 엑스포 유치전

2030년 엑스포 개최를 위한 후보지는 총 네 곳이다. 대한민국의 부산과 이탈리아의 로마,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우크라이나의 오데사이다. 이중 우크라이나는 전쟁 상황을 들어 잠정적으로 유치 활동을 중단했기에 부산과 로마, 리야드의 삼파전이 치러진다. 이탈리아는 로마 지역의 도심 재생을 목표로 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이며, 그 주제도 ‘사람과 땅: 도시 재생, 포용과 혁신’으로 잡고 있다. ‘변화의 시대: 지구를 선견지명이 있는 내일로 이끌다’라는 주제를 내세우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엑스포 유치를 추진한다. 빈살만의 독재자로서의 이미지와 자국의 인권 문제를 희석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오일 머니를 세계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030년 부산에서 만납시다(See you in Busan in 2030)”

부산의 목적은 무엇일까. 표면적인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다. 국내적으로는 제2의 수도 부산에 엑스포를 개최함으로써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균형 발전으로 향하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다. 이번 BIE 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약속·보답·연대’를 주제로 하여, 영어 발표로 부산의 매력을 알렸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연예인 싸이와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성악가 조수미도 유치전에 동원됐다. 작년에는 월드 스타가 된 BTS가 무료로 콘서트를 열며 부산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드러났다. 10만 명을 수용해야 하는 공연장의 출입문이 한 개여서 안전과 교통에 대한 우려가 따른 것이다. 당시 부산 숙박 업소는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가격을 높여 숙박비 폭리가 일어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행정력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가 가능하겠냐는 불만과 걱정이 속출했다.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

“부산은 준비됐다”는 이번 파리 유치전의 핵심 문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고, 김건희 여사는 이 문구가 달린 열쇠고리를 가방에 달고 출국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열 대에 이 문장을 새겨 파리 주요 관광 명소 주변에서 운행한다. 하지만 정말 부산은 준비됐을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다. 원래 2035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가덕도 신공항 개항 시기는 타당성 조사 때보다 6년 앞당겨 엑스포 이전인 2029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와 부산시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나, 기재부의 반대로 설립 법안 입법은 불투명하다. 더 큰 문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다. 조사 기간이 3개월에 그쳐 내용 부실 우려가 있으며, 환경영향평가 자문단과 관련한 인력 문제도 불거졌다. 주민 갈등도 여전하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신공항을 급하게 추진한다면 국가의 주요 기간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갈등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위험이 도사리는 엑스포

엑스포는 도시들이 기대하던 영광을 남기지 않았다. 지표상 성공한 대전 엑스포는 지역의 애물단지 엑스포 과학 공원을 낳았다. 매해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던 공원은 끝내 2014년, 20년 만에 철거되었다. 여수 엑스포에서는 방문객 유치가 안 돼 흥행에 실패해 조직위원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대전과 여수의 사례는 인정 박람회이기 때문에 부산에서 유치하려는 등록 박람회와 기대치와 성격이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등록 박람회도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열린 독일 하노버 엑스포는 등록 박람회인데도 불구하고 24억 마르크, 2000년대 한국 돈으로 자그마치 1조 20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흥행에 참패했다.

IT MATTERS

사회학자 권오헌[2]은 대전 엑스포가 1988 올림픽에 뒤이은 발전주의적 사고에 의해 추동되었으며, 엑스포는 독립된 행사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국가로서는 엑스포 개최를 국가 발전에 동원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열망에서도 발전 국가의 그림자는 읽힌다. 국가 프로젝트에 민관정이 한몸으로 움직이고 연예계가 동원된다는 것을 그 증거로 든다.

부산 엑스포 유치가 성공한다면, 이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에 충실한 축제가 될 수 있을까. 원광대 박해남 교수[3]는 1970년 일본 만국박람회와 1993년 대전 엑스포를 분석한다. 이 분석에 따르면 대전 엑스포는 대전의 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겼다”는 평가를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둔산 신도시와 동남부 구도심 사이의 격차가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지역 내 불균형을 초래했다. 엑스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간접자본, 하천정비사업 등이 신도시와 타지역 내 접근성과 인프라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거점 도시를 육성하는 것은 균형 발전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엑스포라는 거대 이벤트는 영남권의 발전과 인프라 투자를 위한 이벤트가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산 지역 시민들의 염원과 열망을 담고 있다. 다만 열망의 뒷면에는 발전주의와 불균형의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유효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말하고 한국이 급속 성장을 했던 건 30년 전이다. 현재 엑스포를 둘러싼 메시지는 그 겉부분을 ‘대전환’이라고 포장했을 뿐, 내적으로는 여전히 30년 전과 비슷한 모습이다. 1993년 당시 대전 엑스포에서 도우미로 일했던 류승미 씨는 충청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전 엑스포가 영원히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그래서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좋은 추억으로 남으려면 거기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우리는 정말 ‘준비된 후보’일까.
백승민 에디터
#explained #세계 #정치
[1]
1993년 대전 엑스포의 주제는 ‘새로운 도약에의 길’로, 과학을 테마로 개최되었다. 2012년 여수 엑스포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으로, 해양과 환경 문제를 테마로 삼았다.
[2]
권오헌, 〈메가이벤트의 상징정치와 발전국가의 문화적 상상력: ’93 대전 엑스포를 중심으로〉, 《사회와 이론》 43, 2022, 387-420쪽. 링크
[3]
박해남, 〈동북아시아 메가이벤트와 지역 (불)균형 발전- ‘70 일본만국박람회와 ’93 대전세계박람회를 중심으로 -〉, 《지역사회연구》 30(1), 2022, 119-147쪽.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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