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 MONEY

2023년 5월, THREAD

이달의 이야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신아람 CCO입니다.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무한대로 벌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말이죠. 이 세계를 알면 알수록,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구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 말입니다.

테슬라의 재무제표

대체 그런 것을 누가, 얼마나 팔고 있을까요? 테슬라가 팔고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약 17억 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2000억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바로 탄소배출권입니다.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테슬라. 그러나 전기차를 팔아서 흑자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모델S’로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일론 머스크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2017년도에는 ‘모델 3’를 출시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하기 시작했죠. 모델 3는 2018년 미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까지 테슬라는 차량 판매만 놓고 볼 때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그런 테슬라의 재무제표를 채워준 것이 바로 탄소배출권입니다.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업체가 아닙니다. 청정에너지 기업이기도 합니다. 테슬라는 태양광 패널 설치 사업을 운영하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판매합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다른 내연차 업체 등이 구입합니다. 2019년,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가 정한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내연차 업체들이 3억 5700만 달러 어치의 탄소배출권을 테슬라로부터 구입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쉽게 말해 오염 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한 기업이 정부가 정한 배출량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게 되면 배출권을 구매해서 이를 상쇄하도록 한 것입니다. ‘공짜 탄소는 없다’라는 취지겠죠. 하지만 뒷맛이 씁쓸합니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도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고, 돈이 있다면 떳떳하게 탄소를 뿜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돈이 곧 지구에 대한 책임이 됩니다.

기업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우리도 지구에 대한 책임에 돈을 지불하는 당사자가 됩니다. 예를 들면 육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소고기는 같은 무게의 토마토나 바나나에 비해 30배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그래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바로 배양육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해당하는 배양육은, 당연히 비싸겠죠. explained, 〈육식에 얽힌 인류의 책임〉에서 백승민 에디터는 질문을 던집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먹는 존재’의 고민이 담긴 질문입니다. “마트에서 배양육이 들어간 냉동 만두를 집어 들 때, 실제 고기를 쓴 만두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민 없이 그것을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을까?”

기후 위기에서 시그널을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 종류의 시그널입니다. 지구와 이웃을 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 그리고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곳간을 채울 수 있겠다는 신호. 일론 머스크는, 배양육 개발자들은 어떤 시그널을 읽은 것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 신호를 읽어내고 계신가요?

대학살의 가격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탄소 중립과 같은 ‘선한 가치’ 뿐만이 아닙니다. 성공도 살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반도체 시장에는 주기가 있습니다. 없어서 못 파는 호황기가 있는 반면,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요가 없는 불황기도 있죠. PC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진행된 2010년대 중반, 그리고 클라우드 업체들의 데이터 서버 구축으로 ‘슈퍼사이클’을 기록한 2010년대 후반이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호황기 사이사이에 불황기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불황기를 기회로 삼았습니다. ‘대학살’의 기회 말입니다.

삼성전자가 주도한 첫 번째 대학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엇이든 잘 팔리지 않던 때입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요가 줄면 공급도 줄어듭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죠. 당시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은 이 원칙에 따라 생산을 줄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당장은 적자가 나고 재고가 쌓입니다. 안 팔리니까요. 게다가 삼성전자의 재고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합니다. 시장이 흔들리자, 업체들도 흔들렸습니다. 독일 업체 ‘키몬다’가 파산했고 대만 기업들도 파산 직전까지 몰렸죠. 하지만 돈이 있는 삼성은 끝까지 버텼습니다. 그리고 승리했습니다.

이런 대학살은 2010년대 초반에도 벌어졌습니다. 2012년 일본의 마지막 D램 기업 ‘엘피다’가 파산했죠. 그리고 2017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퍼 사이클의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스란히 다 가져갔습니다. 1997년 전 세계 D램 제조 업체는 23곳에 달했습니다. 돈으로 치러낸 대학살 끝에 살아남은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세 곳이 시장의 95퍼센트 이상을 나누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장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왕좌를 거머쥔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이야기 같지만 딱히 드문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떤 업계에서든 독과점이 당연해지고 있는 요즘, ‘성공’은 ‘생존’의 동의어가 된 지 오래니까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각변동을 다룬 explained, 〈네이버를 이긴 쿠팡의 유통 전략〉에서 이현구 에디터는 직매입 중심에서 물류 대행 쪽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쿠팡의 행보를 두고 “6조 원을 들여 구축한 물류 인프라의 추가 매출”이라고 분석합니다. ‘계획된 적자’를 감내하면서 물류에 압도적인 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에 경쟁에서도 압도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즉, ‘낙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개인의 삶도 어쩌면 비슷할지 모릅니다. 오늘 밤 쿠팡 물류 센터에서 야간작업을 하고 내일을 맞이하는 사람과 편안히 단잠을 자고 내일을 맞이하는 사람의 효율과 가능성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지금 당장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구직자와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실직을 좀 더 유지해도 상관없는 구직자의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손해를 감당할 용기는, 결국 돈에 달려 있습니다.

관용이 힘든 나라

그렇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가장 뻔한 답이 바로 ‘행복’일 겁니다.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부자가 아닌 우리들의 마음이 너무 스산해지겠지요. 하지만 행복과 돈 사이에 상관관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정원진 에디터의 explained, 〈우리나라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읽어 보면 말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유엔이 내놓은 기준 여섯 가지 중에 눈에 띄는 것이 ‘관용’입니다. 우리나라가 크게 뒤처지는 항목입니다. 나의 생존에 천착하지 않고 공동체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마음이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관용’의 가치를 만듭니다. 대표적으로는 기부를 들 수 있겠죠. 우리나라는 세계기부지수 88위 국가입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내 사정이 넉넉해야 남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습니다. 다만, 물리적인 빈곤이나 부유함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내 마음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내가 얼마나 가진 사람이라고 느끼는지의 문제입니다. 똑같이 1000만 원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처한 상황, 욕망의 크기 등에 따라 가치는 달라질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절망스러운 금액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심을 쓰기에 충분한 금액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용의 마음도, 그리하여 행복이라는 가치도 결국 돈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돈에 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돈을 움직이는 세계의 법칙에 관해서도 잘 알아야 하겠죠. 이번 달 《스레드》가 여러분에게 그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힌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식방이나 코인방에서 귀띔해 주는 투자의 ‘묘수’ 같은 것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는, 간편한 해설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아, 그런데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기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쾌변’입니다. 이번 달 롱리드, 〈비움은 사랑이다〉를 읽어보시면서 쾌변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plained

우리나라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3월 20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행복의 날입니다. 행복은 측정할 수 있을까요? 측정할 수 있다면 기준은 무엇일까요? 유엔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을지도요. 전쟁 중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행복지수 순위는 낮았지만, 자비심 항목이 높았습니다. 행복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보다 앞서지만, 관용 항목에서는 뒤처집니다. 자비심과 관용 모두 함께 사는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죠. 행복의 비결은 여기 있습니다.


육식에 얽힌 인류의 책임

1만 년 전 원시 인류가 사낭했던 매머드가 2023년, 다시 식탁 위에 올랐습니다. 호주의 배양육 스타트업 ‘바우(Vow)’가 매머드 DNA로 만든 세포 배양육 미트볼을 공개했거든요. 판매용은 아니고, 배양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퍼포먼스였지만요.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인류는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인 배양육, 언제쯤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을까요? 배양육이 출시되면 우리는 기후 중립적인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


챗GPT는 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까?

핫하다 핫해, 챗GPT가 다양한 분야에 덧붙고 있습니다. 노션에도, 슬랙에도, 심지어 토스에도 챗GPT가 결합돼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생성형 AI는 몇 가지 번거로운 절차를 대신해 주고 있지요. 가끔은 재미있는 장난감도 돼 주고 있고요. 하지만, 정말 이 엄청난 성능의 AI를 이렇게만 쓰는 건 아까워요. 수만 번 실행된 암 치료에 대한 임상 시험 정보를 생성형 AI에게 학습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챗GPT가 이메일만 써 주는 게 아니라, 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한 조건을 생성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AI가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구글의 새 라이벌, 엔비디아

구글이 자신들이 인공지능 학습에 쓰는 슈퍼컴퓨터를 공개했습니다. 속도나 전력 효율이 엔비디아 것보다 좋다고 성능을 과시했는데요, 엥? 구글이 원래 컴퓨터 만드는 회사였나요? 인공지능을 학생이라고 치면 슈퍼컴퓨터는 인공지능의 학원과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무수한 인공지능용 반도체가 탑재되죠. 인공지능 열풍이 하드웨어로, 반도체로 확산하는 이 상황, 함께 짚어 볼까요?


네이버를 이긴 쿠팡의 유통 전략

최근 유통 업계에는 엄청난 지각 변동이 있었습니다. 이커머스의 3강 구도가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정리됐고 1위의 자리를 쿠팡이 차지했죠. 쿠팡하면 ‘로켓 배송’이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쿠팡은 이를 일반 판매자에게까지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팡은 어떻게 값싸고 빠른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을까요? 혹시 이면에 누군가 그 값을 대신 치르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알리바바 기업 분할의 함의

알리익스프레스 써보셨나요? 배우 마동석이 광고하는 바로 그 해외 직구 플랫폼이요. 우리나라 시장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죠. 알리익스프레스가 속해 있는 알리바바 그룹이 사업 부문을 6개로 나눕니다. 창업자 마윈이 중국 당국을 공개 비판하고 해외에 머물다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라고 하는데요. 중국 당국의 승리라는 분석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알리바바에도 호재라고 해요. 알리바바에 얽힌 이야기, 같이 알아 볼까요?


미국 젊은이가 대학을 싫어하는 이유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무려 56퍼센트가 4년제 대학 진학을 나쁜 선택이라고 판단했대요!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거죠. 왜일까요? 지금 미국의 젊은 세대는 대학을 최악의 가성비템이자, 이념 전쟁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불신의 주된 이유에 경제적 논리가 자리하는 거죠. 한국과는 먼 이야기 같나요? 생각보다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톡스

Ode Studio Seoul - 16만 명이 사랑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일할 때도 쉴 때도, 어딘가로 이동할 때도, 노래는 필수죠. 배경음악은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16만 명의 사랑을 받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 Ode Studio Seoul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깔끔한 브랜딩을 보고, 당연히 전문가의 솜씨일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알고 보니, 취향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였습니다! 취향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 동력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롱리드

비움은 사랑이다

대장 속 사정, 현대인의 대표적인 말 못 할 고민입니다. 그런데 사실 좌변기에 편하게 앉아서 배변하는 방식이 문제였을지도 몰라요. 얼마 전 유행했던 배변 보조 발판 ‘스쿼티포티’는 쾌변을 위해 쪼그려 앉기를 제안합니다. 다시 허심탄회하게, 인류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건데요. 현대인이 대변을 외면하면서 처리하지 못하는 건 자기 대장 속 사정만이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에 담기지 않는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도 그중 하나일 거예요. 우리가 남긴 것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무사히… 비우셨나요?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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