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도시와 아픈 노인에게 필요한 것

6월 30일, explained

노인의 수는 많은데, 그들은 행복하지 않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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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늙어 간다. 겨우 2년 후인 2025년, 우리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1] 그런데 노인들이 행복하지 않다. 빈곤율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를 보이고 있고, 학대를 당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에 대한 기사가 들려온다. 무엇보다 노인은 건강하지 않다. 몸과 마음, 모두 말이다.

WHY NOW

나이가 들면 몸이 성치 않은 것은 필연적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인데 건강수명은 66.3세다.[2]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못해도 10년 이상은 건강하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신체는 활동성을 잃을 것이고, 몸과 마음의 병은 쌓일 것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40년 후 아픈 우리는 지금의 노인보다 더 초라해질지 모른다.

노화는 질병일까

나이가 들면 사람은 허약해진다. 허약하다는 말은 누군가를 단순하게 묘사하는 표현이 아니라, 노화의 증상을 말하는 단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년기의 일반적인 상태에 청력 상실, 백내장, 노안 등 굴절 이상, 허리와 목 통증, 당뇨병, 우울증 및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여러 질병이 나타날 확률이 나이가 들수록 올라간다는 것이다. 2018년에 WHO는 노화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화가 유발하는 여러 문제를 질병으로 분류하려 했던 것이다.

이유 하나 ; 병원에 갇힌 노인들

한 노인은 고혈압이 있어 병원에 간다.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부종이 생긴다. 다리가 부어 병원에 가니 이뇨제를 처방해 준다. 약을 먹으니 요실금이 생긴다. 노인의 건강은 그렇게 계단식으로 나빠진다. 재생력과 근육이 약한 몸에 쌓인 문제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얽히기 때문이다. 결국 약만 하루에 한 줌씩 먹는다. 65세 이상의 한국 노인 중 10종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10퍼센트 이상으로 나타났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에 따르면 “부작용이 적어도 한 가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다. 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인이 생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전체 진료비 43퍼센트가 65세 이상의 몫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메꾸고, 아픈 부모를 챙기는 몫은 다음 세대에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인 의학이 필요한 이유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노인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통합하기로 했다. 방문 의료와 주거 및 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가 연결된다. 여기에 빠진 게 하나 있다. 기본적으로 노인들이 아프면 달려가는 1차 병원에 대한 개념이다. 만성 질환을 앓거나 다종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은 그때그때 다른 병원에 가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적고 약을 너무 많이 먹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 대신 통합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주치의 제도와 비슷한, 노인 의학(geriatric)이다. 영국은 노인 의학 전문의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 미국과 대만 등도 전문의 과정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질병 중심으로 전문의과가 나뉘어져 있다. 노인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한국에도 노인 의학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인 의학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반대한다. 문제는 의료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으니, 전문 과목을 신설해서 해결할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각 과 전문의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노인 의학 전문의가 만들어지려면 수가의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 체계는 진찰이 아니라 검사와 시술 등 행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노인 환자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진료하는데 일반 진찰료와 수가가 같을 수는 없다. 환자 특성상 긴 진료 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수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대학병원 세 과가 볼 진료를 한 과가 보는데 진료비 2만 원으로는 통합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돈의 문제다.

이유 둘 ; 노인 빈곤의 문제

건강의 문제는 원래 평등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 그 차이는 더 심하게 벌어진다. 같은 노년이어도 어떤 사람은 이가 다 빠져 있는데 어떤 사람은 이가 튼튼하다. 병원에 꾸준히 다니며 검진과 진료를 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퍼센트에 육박한다. OECD 평균의 2.5배에 달한다. 빈곤한 노인은 건강을 챙기기도 어렵다. 빈곤의 문제는 몸과 마음 모두에서 나타난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1위에 달한다. 노인들은 왜 우울할까. 노인의학계에서는 노화로 인해 근육이 감소하는 ‘근감소증’을 원인으로 든다. 운동을 안 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더 활력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육을 만드는 몸의 능력과 우울감으로 인한 마음의 능력이 떨어져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유 셋 ; 환대하지 않는 도시

아픔은 초라함이 아닌데, 사회는 아픔과 초라함을 동일선상에 두곤 한다. 우리의 도시는 한창 활동하는 청년 세대에게는 너무나도 친화적이지만, 노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지하철 한 번 타려면 계단을 타거나 승강장과 멀리 떨어진 승강기까지 걸어야 한다. 택시 열에 아홉은 예약이 걸려 있고, 은행엔 창구 직원이 없으며, 영화를 보고 싶어도 자리가 없고, 식당 키오스크 앞에 선 노인은 좌절하고 만다. 디지털화가 덜 된 대신 빠르게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농촌은 어떨까. 면 단위에서 인구가 3000명 이하로 줄어들면 보건의료 서비스 시설들이 폐업한다.[3] 지방 노인들의 의료 접근성은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

세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다. 고령화에 대처하는 핀란드의 방법은 코티사타마(Kotisatama)라는 주거 공동체였다. 여기서 노인 18쌍은 젊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하며 살아가고 있다. 프랑스는 렁드에 알츠하이머 마을을 만들고 의료진이 최소한으로 개입한다. 공통적으로,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살아가는 모델이다. 하지만 돌봄 인력 부족에 직면한 한국에서 이러한 모델이 대규모로 구현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을 모델은 전통적인 양로원에 대한 대안은 되겠지만, 마을을 외부 세계와 차단하여 노인에 대한 사회적 견해를 바꾸지 못한다는 문제도 동반한다.

IT MATTERS

WHO는 고령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도시와 지역 사회를 고령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2007년부터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를 만들어 전 세계 33개 국가 287개 도시가 고령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 친화 도시의 8대 영역[4] 중 활기찬 노년에 필수적인 ‘교통수단 편의성(Transportation)’만을 놓고 보았을 때, 미국 브루클린은 노인 전용 버스를, 뉴욕은 택시 바우처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리옹의 인력거(Cyclopusse)와 같은 교통 수단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 도시들은 노인에게 더 활력 있게 살라고 부추기고 있다. 

노인은 전형적이지 않다. 그러나 노화의 과정은 어느 정도 전형적이다. 《노화의 종말》을 쓴 데이비드 싱클레어 등 학자들은 노화를 질병으로 다루고 젊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의료는 불평등하므로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영원한 젊음은 불가능하다. 섭리가 다가올 때 우리는 언젠가 아프고야 만다. 그렇다면 늙어가는 대한민국 사회는 노년의 아픔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아프다고 해서 그 누구도 초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백승민 에디터
#explained #사회 #복지·의료
[1]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7퍼센트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퍼센트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퍼센트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퍼센트를 차지한다.
[2]
2021년 기준
[3]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2022. 10.
[4]
① 외부환경 및 시설 (Outdoor spaces and buildings) ② 교통수단 편의성 (Transportation) ③ 주거환경 안정성 (Housing) ④ 여가 및 사회활동 (Social participation) ⑤ 존중 및 사회통합 (Respect and social inclusion) ⑥ 인적 자원의 활용 (Civic participation and employment) ⑦ 의사소통 및 정보 (Communicationand information) ⑧ 의료 및 지역 돌봄 (Community support and health ser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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