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학생에게 끼친 영향

2023년 7월 19일, explained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든 교육 공백은 미래에 빚이 되어 돌아온다. 학력 격차와는 다른 학습 결손의 문제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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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국의 여름 캠프라고 하면 캠프 파이어를 떠올린다. 여름 캠프는 미국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자연에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여름 캠프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구구단, 독해와 같은 학습 활동이 추가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을 메우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닫힌 기간, 학령기 아동의 학습 결손은 35퍼센트로 드러났다.

WHY NOW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은 우리나라와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영향을 실증할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사교육비 지출을 학습 결손의 증거로 해석할 뿐이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 학습 결손은 무엇인지, 어떤 대책이 나오고 있는지 알아 본다.

반년의 공백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은 전 세계의 과제가 됐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에서 1220억 달러를 학교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2022년 미국 학업성취도평가(NAEP)에서 8학년의 수학 평균 점수는 500점 만점에 274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8점 떨어졌다. 이는 NAEP 역사상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암기와 모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한 수학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반년 이상 학교를 빠진 것과 맞먹는 수치라고 설명한다.

평생소득 7만 달러 감소

반년의 공백은 미래에 경제적 손실이 되어 돌아온다. 스탠퍼드대학교 에릭 하누셰크 교수는 이대로라면 일명 ‘코로나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낮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코로나 세대의 평생 소득이 이전 세대보다 5.6퍼센트 감소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를 환산하면 일인당 7만 달러로, 국가 전체로 보면 28조 달러에 달한다. OECD는 학습 결손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의 GDP가 2100년까지 평균 1.5퍼센트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손실이라는 뜻이다.

학습 결손 보고서

그렇다면 얼마나 따라잡아야 할까. 옥스퍼드대학교 바스티안 베토이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학령기 아동의 학습 결손은 35퍼센트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학습 결손(learning loss)은 공식적으로 학습 기회가 제공됐으나 다양한 이유로 실제 학습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았던 2020년, 학생들은 전년에 비해 독해는 87퍼센트, 수학은 67퍼센트만 학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놓친 학습량을 따라잡기 위해선 독해에 1.5개월, 수학에 3개월이 더 필요하다. 또 학습 결손은 인종,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그 정도가 가장 큰 수학을 예로 들면, 같은 기간 동안 백인 학생들은 1~3개월, 유색 인종 학생들은 3~5개월의 학습 결손을 경험했다.

summer slide

이미 존재하던 학력 격차에 학습 결손이 더해진 결과다. 바스티안 베토이저 교수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집중적인 여름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을 강조했다. 9월 학기제인 미국에서 여름 방학은 아주 중요하다. 오래 전, 미국 연구자들은 여름 방학 동안 중산층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독해 능력의 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여름 학습 결손(summer loss) 혹은 여름 미끄러짐(summer slide)으로 불렸다. 연구자 엔트위슬은 수도꼭지 이론(faucet theory)으로 설명했다. 학기 중에는 모든 가정이 지원에 열려 있지만, 학기가 끝나는 여름 방학이 되면 저소득층 가정은 수도꼭지를 잠그듯 지원을 멈춘다는 것이다. 이는 공교육의 영향이 닿지 않는 방학 시기, 가정환경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끼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여름 캠프

사실 초창기 여름 캠프는 학력 격차를 만드는 요인이었다. 여름 캠프는 보육 시스템이 없던 산업 혁명 때 인기를 얻었다. 여름 캠프는 아이들이 실내보다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부유한 부모의 선택 중 하나였다. 지금은 보편화해 공교육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 NWEA는 학습 결손을 메우기 위해선 학생들이 몇 개월 더 학교에 머물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름 캠프는 학교의 연장선이 되고자 한다. 코로나19 이후 열린 여름 캠프는 구구단과 독해 등 학습 활동을 추가했다. 미국 캠프 협회(America Camp Association)는 학교보다 경쟁의 압박이 덜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새 학기 학업에 대한 의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K-태권도장

학교 문이 닫힌 시기, 여름 캠프는 미국 부모들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여름 캠프도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캠프 협회에 따르면 2020년 여름 약 20~30퍼센트의 캠프만 운영됐다. 1950만 명의 학생들이 캠프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태권도장은 코로나19를 기회 삼기도 했다. 국내 태권도장은 특히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방학 기간이면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간식을 제공하는 등 ‘제2의 집’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보육 모델로서의 태권도장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코로나19 시기, 버지니아주의 한 태권도장은 수학, 미술, 코딩, 글쓰기 전문 강사를 초빙해 ‘Life Long Education’라는 종합 학습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미국 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팬데믹 이후의 여름 캠프

그리고 다시 여름 캠프가 열렸다. 미국 캠프 협회에 따르면, 2022년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여름 캠프의 평균 가격이 35퍼센트 올랐지만 수요는 줄지 않았다. 그리고 전체 예약자의 11퍼센트가 BNPL(Buy Now Pay Later)서비스로 결제했다. 먼저 결제하고 나눠서 갚을 만큼 여름 캠프 비용이 부담되는 가정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FSA(flexible spending account)를 통해 캠프 비용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기도 한다. FSA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저축계좌로 의료비, 피부양자 돌봄 비용에 사용할 수 있다. 애리조나 주지사는 2022년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름 캠프에 1억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IT MATTERS

물론 여름 캠프가 학습 결손이나 학력 격차의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여름 캠프의 가격이 업체마다 천차만별인 만큼 또 다른 사교육의 장으로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학습 결손에 대한 대안으로 여름 캠프가 논의되고 있다는 그 자체다. 학습 결손의 실증 데이터를 연구하고,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2022년 우리나라 초중고생 사교육비 지출은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의 사교육 확대다.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 참여율, 참여 시간이 모두 늘었다. 과목별로는 국어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언어 습득이나 독해력에서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현철 교육경제학자는 학습 결손을 정확하게 분석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기초학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교육부가 내놓은 것은 학력 진단 강화다. 시험을 통해 학생 수준을 측정하고 이에 맞는 학습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의 상황은 학력 격차 문제와는 다르다. 교육 공백으로 인한 학습 결손이 더해진 상황이다. 학생들의 성적등급 분포만으로 학습 결손을 파악할 수는 없다.

바스티안 베토이저 교수는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습 결손을 회복하지 않으면 그 비용은 20~30년 뒤 치르게 될 것이다. OECD가 예측한 2100년까지 교육 공백으로 인한 우리나라 GDP 손실액은 1677조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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