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와 AI 버블

8월 14일, explained

손정의 회장은 AI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 말한다. 이 예언은 다가오는 9월을 향할까, 2400년을 향할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소프트뱅크의 2분기 성적이 발표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4조 3900억 원의 손실이 기록됐다. 한편에서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렸다. 기술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비전 펀드는 6분기 만에 투자 이익을 기록했다. 1조 4700억 원을 벌었다. 비전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AI 벤처 기업이었다.

WHY NOW

투자 어려움에 직면한 소프트뱅크의 활로는 AI다. 공룡 VC 소프트뱅크는 수백조 원의 돈을 AI 산업에 공격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그를 따라 대부분의 투자가 AI 스타트업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AI 기업에 과도하게 몰리는 투자가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AI 버블, 어쩌면 손정의 회장의 전략일 수 있다.
SVF2

한 애널리스트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현실과 상관없이 매우 공격적으로 꿈에 베팅하는 전략.” 그런 손 회장에게 실현 가능해 보이는 꿈이 생겼다. 기술과 미래를 내세우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2(SVF2)다. SVF2는 가까운 기술을 통해 빠르게 성장을 실현하는 투자에 집중한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와 AI가 있다. 2017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 손정의 회장은 AI를 500회 이상 언급했다. 지금껏 손 회장이 AI에 투자한 돈은 182조 원에 달한다.

놓친 흐름

수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지금까지의 AI 투자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일단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들어선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적었다. 생성형 AI를 다루는 유니콘 기업 중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곳은 한 곳뿐이다. 그보다 뼈아픈 실수는 엔비디아였다. 2019년, 소프트뱅크는 2017년 매입한 엔비디아의 주식을 매각한다. 소프트뱅크가 매각한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열 배 상승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모인다. 소프트뱅크는 자사가 투자한 기업의 90퍼센트가 AI 기술을 활용한다고 밝혔으나 막상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는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닷아이 버블

지난 1년간 글로벌 VC의 4분의 3이 AI 기업에 투자했다. 돈이 급격히 몰린다. 이익 실현은 다른 얘기다. 미래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의 진면모는 이른 시일 안에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AI 기업들은 정해진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이를 꼬집어 ‘스태빌리티AI’의 CEO 에마드 모스타크는 현재 AI 회사에 대한 투자가 역사상 가장 큰 버블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6월, 프랑스의 한 스타트업은 제품도, 직원도, 로드맵도 없는 상태에서 1억 13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모스타크는 지금의 투자 물결에 ‘닷아이 버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손 회장은 이런 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AI는 “정보 혁명의 주체”이자, “인간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는 구세주다. 

공격 모드의 이유

손정의 회장은 기술주의 상승세를 근거로 지난 6월 총회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프리젠테이션에는 인간의 진화가 AI로 닿는다는 내용의 삽화가 가득했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투자 이익은 그러한 손정의 회장의 혜안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 낙관할 수 있을까? 1조 원의 성공을 기뻐하기에는 소프트뱅크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비전 펀드 부문의 누적 투자 손실은 2017년 첫 번째 펀드가 출시된 이후 여전히 75억 달러, 우리 돈 9조 원에 이른다. 이번 투자 이익은 AI를 위시한 기술주 전체의 상승세, 즉 AI 버블 덕분이었다.

소프트뱅크의 위기

지금 소프트뱅크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손 회장의 위태로운 베팅에서 출발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피자 혁신을 꿈꾸던 스타트업 ‘줌(Zume)’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 7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소셜 메시지 플랫폼 ‘IRL’은 유저 중 95퍼센트가 봇과 자동화 계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역시 문을 닫았다. 소프트뱅크의 대표 포트폴리오였던 ‘위워크(WeWork)’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미래를 향한다는 그의 투자 원칙에 적지 않은 회의감이 쌓이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작년 최악의 손실 이후 “우리는 그간 기업 가치 평가의 거품 속에 있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Arm의 기업 공개

그의 말처럼 거품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AI에는 거품이 조금 끼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팹리스 기업인 ‘Arm’이 기업 공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의 기술 기업에 Arm을 매각하려 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Arm은 투자 이익을 실현하기 까다로운 회사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Arm 설계도에 기반을 둔 반도체는 60퍼센트에 달한다. 반독점 심사, 기업의 견제, 국가 안보 문제가 기업에 엮여 있다. IPO가 무사히 성공하지 못한다면 소프트뱅크의 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버블의 파열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세계 경제에 연간 4조 4000억 달러의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년 전 그 자리에는 블록체인, NFT와 메타버스가 있었다. 웹3.0 버블이다. 2022년 11월, FTX의 파산과 VC의 한숨은 마침내 터진 거품의 파열음이었다. 거품이 터지면서 사라진 건 돈만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믿음,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았다. 신기술을 향한 VC의 대형 투자는 미래 기술의 방향을 설정하고 선도한다. 이 전제가 무너지면 FTX가 낸 파열음은 AI의 파열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IT MATTERS

손정의 회장은 혁신가였다. 소프트뱅크는 비록 현실과 상관없더라도, 공격적으로 꿈에 베팅해 왔다. 그 베팅 전략은 그가 닷컴 버블을 무사히 넘을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2400년, 인공지능 로봇과 인류의 공존을 말한다. AI를 향한 손 회장의 공격 모드는 정말 2400년을 향한 것일까, 다가오는 9월을 향한 것일까? 손 회장의 진심과는 무관하게 거품은 언젠가 꺼진다. 빠르게 대규모의 돈이 몰린 시장이라면 더 흔들리기 쉽다. 우리는 닷컴 버블을, 웹3.0 버블을 그렇게 지나왔다. 다급한 선택과 빠른 대규모 투자는 기술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 버블의 파열음은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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