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7. MEDIA

2023년 10월, THREAD

이달의 이야기

경계를 넘는 미디어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신아람 CCO입니다.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한국인으로 만들려고요.”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MIT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향해 던진 말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국뽕 차오르는 얘긴가 싶으시겠지만요, 이민진 작가는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소개하죠.

이민진 작가의 계획은 소설가의 야망입니다. 이것이 문학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문학을 통해 스스로가 러시아인, 무슬림, 이스라엘인, 팔레 스타인인, 아이티인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문학을 통해 남성과 게이, 트랜스젠더가 되었노라고, 지배층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감옥에 갇힌 사람이 되었다고 간증합니다. 그래서 문학을 통해 우리는 경계를 넘는다는, 당연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죠.

저는 이민진 작가의 야망에서 미디어의 존재 이유를 발견합니다. 책, 음악, 영화, 뉴스, 소셜 미디어.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미디어까지. 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그릇에 해당하는 미디어는, 우리가 경계를 넘어 ‘되어 보지 못한 우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됩니다. 그리하여 ‘남’이라는 존재가, 실은 ‘우리’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타인의 고통

물론, 늘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시가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유튜브를 통해 중계되는 시대에는, ‘타인의 고통’이란 디스플레이 속에만 존재하는 비현실의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20세기에 시작되었습니다. 신문과 잡지가 보도 사진을 여염집의 거실로 실어 나르게 된 이후, 참혹한 현장은 전혀 드물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폭력의 현장, 범죄의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콘텐츠가 너무 많은 시대, 선택받고 살아남으려면 더 자극적인 이야기와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사회보다 개인이, 맥락보다 단어가, 해결책보다 비난이 더 잘 팔립니다. 정보는 파편화되고 참사는 일상이 됩니다.

지난여름, 연이어 발생했던 이상 동기 범죄 관련 보도들은 그런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죠. 예를 들어 볼까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서 언론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원인이나 방지 대책, 사회적 파장 등이 아니었습니다. 피의자의 개인적인 서사였죠. 정신 질환이나 뛰어났던 학업 성적 등이 그것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서현역 특목고’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관련 기사만 64개가 표시됩니다. 시민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재료 삼아 장사에 나섰던 언론의 단면입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의 과제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말은 공급자의 변명일 뿐입니다. 미디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아 건넬지는 공급자의 결정이죠. 미디어의 영향력은 수용자에게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될지는 공급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뉴미디어 스타트업 북저널리즘의 고민은 요즘 더 커집니다. 미디어이되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미디어를 지향합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속한 분야의 문제를 찾아내 해결할 의무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너무 어렵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미디어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결론은, 저희 브랜드명에 담겨있습니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유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노력하고 있지만, 만족스럽게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장사가 될까. 돈방석에 앉아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미디어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과제를 해결한다면 무척 벅찰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할 일

수전 손택은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폭력의 이미지들이 자신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이미지들을 보고 무엇인가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폭력을 외면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북저널리즘은 폭력을 직시할 수 있도록 성의를 들여 맥락을 해설하고 싶습니다. 

‘남’은 끔찍하다는, ‘남’이 ‘우리’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이민진 작가의 야망도 함께 이루어 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를 함께 짊어지고 있는, 타인이라는 이름의 우리를 공감할 수 있도록 넓은 그릇이 되고자 합니다. 또, 세계의 작동 원리를 기울어지지 않은 구도로 잘 담아내는 그릇도 되고자 합니다. 정답을 찾아낸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저널리즘의 종이 뉴스 잡지 《스레드》가 미디어의 할 일을 다하기 위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찾아뵙게 될 새로운 모습의 《스레드》를 기다려 주시고, 또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전에, 이번 달 《스레드》에서는 현재의 미디어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미디어의 실체와 그 영향력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볼 주제가 가득합니다. 찬찬히, 사유해 보셨으면 합니다.

explained

소셜 미디어의 죽음

요즘은 플러팅할 때 번호 말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주고받는다면서요? 그런데 혹시 이런 분 없으신가요?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공개에 게시물이라고는 브랜드 콘텐츠나 릴스만 가끔 보고, 그나마도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로 쓰는 분이요. 어느새 친구의 소식보다 알고리즘 광고 게시물이 더 늘어나 피로감을 느끼진 않으시나요? 다행히 여러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스타그램 CEO도 이용자들이 점점 폐쇄된 커뮤니티와 그룹 채팅, 다이렉트 메시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메시징 앱과 차별성이 사라져가는 소셜 미디어,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우리에게 소셜 미디어의 의미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다음 시대 소셜 미디어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봅니다.


틱톡 프로파간다의 시대

지난 7월, 아프리카 니제르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있었어요. 이즈음 공영 방송은 물론 틱톡까지도 뜨거웠다고 하는데요. 다름 아닌 친군 성향의 뮤직비디오와 리믹스 영상들 때문입니다.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짧은 영상은 오히려 경계 없이 받아들였던 순간이요. 최근 권위주의 국가, 권력들은 이런 쇼트폼과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프로파간다에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틱톡 시대의 프로파간다, 더 무서운 건 국가만이 이 주체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점입니다.

왕의 DNA를 신봉하는 이유

지난 8월 있었던 ‘왕의 DNA’ 사건 기억하시나요? 한 교육부 공무원이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9개 요구 사항을 편지로 보냈던 사건이었죠. 결국, 해당 사무관은 교사에게 사과하고 중징계 절차를 밟게 됐지만, 논란은 남았습니다. 분노가 식은 뒤,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절박한 부모들은 왜 사이비 치료에 빠져들게 됐을까요? 단순히 무지해서 그런 거였을까요? ‘금쪽이’들의 세상이 된 지금, 원인은 어딘가에 분명히 있습니다.


기후 문화 전쟁의 종군 기자

영국 런던에서 지난 8월 29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다름 아닌 통행료 때문인데요, 노후 공해 차량은 런던에 진입할 때 2만 원을 내도록 한 정책이 문제였죠. 취지는 좋은데 당장 새 차를 살 수 없는 저소득층에겐 가혹했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 정책에 반대한다며 힘을 보탰죠. 그런데 이 사건, 단순한 갈등이 아닙니다. 그 기저에는 기후를 둘러싼 문화 전쟁이 있는데요, 유럽과 미국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이 문제를 둘러싸고 크게 격돌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인식의 차이는 왜 생기고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구의 운명을 가를 전쟁의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구독 경제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훌루 등 주요 스트리밍 기업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인데요, 물론 가격을 올린 요금제는 광고 없는 요금제입니다. 사실 스트리밍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광고 요금제로 이동해 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죠. 하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요. 광고도 없고 볼거리 가득했던 스트리밍 서비스가 초심을 잃은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렇다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수익화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열린 디지털 구독 경제의 시대, 이용자와 기업의 줄다리기는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구독 경제를 돌아봅니다.


누가, 왜 이 정보를 허위라 규정하나?

일본 정부가 중국에서 나오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허위 정보라 규정했습니다. 허위 정보는 대개 개인의 잘못이 되는 만큼, 그러한 정보를 믿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죠. 주목조차 하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런 지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고 싶은 일본에는 이 허위라는 규정이 전략적인 선택이었을 겁니다. 지금, 하나의 정보를 진실 혹은 허위로 규정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허위와 진실이라는 태그 너머를 바라봐야 미디어를 쥐고 있는 권력이 무엇인지 파헤칠 수 있습니다.

톡스

도보마포 신현오 운영자 - 즐거운 동네 생활을 만드는 새로운 로컬 미디어

서울에 외국인 친구가 놀러 온다면? 저는 멋도 있고 맛도 있는 연남동을 추천하고 싶어요. 자세한 가게 이름은…… 인스타그램 ‘도보마포’ 계정을 팔로우해보면 좋겠네요! 골목을 걷고 누비고 머물며 마포구의 이야기를 전하는 도보마포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마포구 바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당근마켓, 신한카드와 기아자동차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며 하나의 자생적인 미디어가 되고 있죠. 우리 동네도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요? 시도해 보고 싶다면, 도보마포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어 보세요.

롱리드

담론의 바다로 진격하라

중국이 세계에 커다란 ‘미디어의 배’를 띄웁니다. 외국 언론 지면을 빌리거나 혹은 언론사를 통째로 사고, 언론인에게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요. 중국은 과거와 달리 자국 언론을 검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금융 자본을 투입해서 해외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정교하고 철저하게 생산되고 있어요. 이 싸움은 뉴스 제작 방식이나 주도권에 대한 게 아닙니다. 저널리즘 그 자체를 위한 것이죠. 지금도 중국의 미디어 제국주의는 부상하고 있습니다.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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