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가 커졌다. 본업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나?
처음 시작할 때 1년 동안 꾸준히 한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꾸준하려면 가벼워야 하니까 하루에 한 시간만 투자했다. 주말엔 좀 더 시간을 쓰더라도 평일엔 여전히 한 시간이다. 출퇴근 길에 모바일로 습관처럼 쓰는, 그 한 시간이 꾸준함의 장치다.
여전히 스트레스가 없나?
그렇다. 힘들 때는 안 한다. (웃음) 혼자 운영하는 거니까.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는 상태다.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올리면 통할 거라는 건 알았나?
본업이 브랜드 마케터라서 전략적으로 알기는 했다. 네이버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잘 되는 계정을 보면 초반 업로드가 꾸준하다. 어느 정도 하면 궤도에 오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포구에서 30년을 넘게 살다 보니 머릿속에 쌓아 둔 콘텐츠가 이미 많기도 했다.
나만 알고 간직할 수도 있는 정보들이다. 왜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스무 살 대학에 진학했을 때 내 포지션은 ‘홍대에서 온 애’였다. 한창 홍대 앞 문화가 흥할 때다 보니 특별하게 인식된 게 있다. 거기에 더해 동네에 대한 애정은 원래 있었으니까, 좋아하는 곳들은 항상 메모장에 정리해 두었다. 중요한 소개팅이나 약속이 있는 친구들에게 인원수, 테이블 간격, 음악 크기 등을 따지며 1차 2차 코스를 추천해 주는 건 일상이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좀 더 퍼블릭하게 풀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마포에 발을 딛고 평생 살아왔으니 같은 말을 해도 진정성 있을 거란 확신도 있었고. 최근 합정에 있는 ‘
콩청대’라는 밥집을 소개했다. 옛날부터 좋아하던 곳을 올린 건데, 댓글 반응이 재밌다. ‘여기 올라오면 안 되는데’, ‘올라올 게 올라왔다’ 이런 반응이다. 주민들이 마음속에 간직하던 공간을 소개하다 보니 공감을 얻으면서 힘이 실린 것 같다.
뿌듯한 반응이었겠다.
오랜만에 하나 터졌단 느낌. (웃음) 힙하고 트렌디한 것과는 거리가 먼 조그마한 밥집이 뭐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하고 공감할까 싶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다. 도보마포 계정에 올라오는 가게는 그렇게 자기만의 무기가 있는 곳들이다.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도 마포에 모여 있어서 그 색깔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가게의 스토리를 풀어내려면 사장님과도 대화해야 할 텐데,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도보마포는 맛집 소개 계정이 아니니까 단순히 맛있다, 좋다는 표현보다는 사장님의 히스토리나 가게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로 접근한다. 먼저 도보마포인 걸 알리진 않고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한다.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언제 생겼는지, 왜 이 장소로 오게 되었는지 여쭤본다. ‘고미태’라는 식당 이름이 사장님의 별명에서 나왔다든가, ‘연희동국화빵’이 어쩌다 시작하게 되었는지 같은 건 그런 은밀한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스토리다.
도보마포가 관찰한 마포의 특별한 점이 궁금하다.
주인 의식,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유행과 트렌드보다는 자기만의 콘셉트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홍대병’이라고도 하지 않나. 자기만의 리스트 업을 짜놓고 그 안에서 디깅하는 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스리슬쩍 자기 취향을 알리고도 싶고. 콩청대 포스트에 달린 댓글이 딱 마포를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여기 올라오면 안 되는데’를 뒤집어 말하면 ‘나도 원래 여기 알고 있어’거든.
‘도프라인’이라는 모임으로 구독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실제 마포 주민들도 그랬나?
가설이 들어맞았다. 보통 샤이(shy)하고 벽이 높은데,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는 수많은 별표를 찍어 두고. 도보마포의 타깃은 이런 동네 주민들이다. 포스트를 작성할 때도 마지막 체크리스트는 ‘주민들에게 편안한 곳인가’이다. 세수 안 하고 모자 쓰고 슬리퍼 끌고, 동네 사랑방처럼 갈 수 있는 단골집이 될 만한 곳을 소개하고 싶다.
도보마포가 마포구민을 닮았나 보다.
정말 그렇고, 계속 마포의 특별한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다. 마포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콘텐츠의 톤과 지속성을 만든다. 도보마포처럼 로컬 큐레이터를 하고 싶다는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곤 한다. 콘텐츠를 잘 살려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동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좋아하는가라는 물음이 필요하다. 이웃들과 관계를 맺는 이유, 꾸준히 정보를 공유하려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마포구에 대한 애착이다.
애정이 브랜드가 된 셈이다.
도보마포는 마포의 대표 로컬 미디어가 되는 게 목표다. 지금은 공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공간 외에도 마포 주민들과 함께 알면 좋은 정보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 가령 장마 시에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지금 마포에 어떤 소식이 있는지 등. 중립성 있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로컬 미디어가 되고 싶다는 큰 비전이 있다.
비전을 이루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
도보마포의 브랜드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팝업을 하거나 굿즈를 만들거나 브랜드 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로컬을 소개하는 계정으로서 끝까지 가보고 싶다. 도보마포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마포구의 생활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글
백승민 에디터
* 2023년 9월 12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