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번진다

2023년 11월 1일, explained

김포의 서울 편입이 추진된다. 진짜 서울은 더 공고해진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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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편향 발전된 서울에 김포 땅을 주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역 주민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김기현 당 대표는 김포시뿐 아니라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는 서울 주변의 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WHY NOW

서울은 번진다. 서울은 행정 구역도, 단순한 수도도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아질수록 치명률이 낮아지듯, 전염된 서울도 원래의 위세를 떨치지는 못한다. 그래서 한국에는 완전히 서울인 도시, 서울이면서도 서울이 아닌 도시, 서울을 지망하는 도시가 공존한다. 서울을 둘러싼 위계를 들여다볼 때다.

정치적 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뒤, 국민의힘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피어올랐다. 총선이 5개월 남은 시점이다. 수도권 민심을 잡을 새로운 키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잡은 건 김포와 서울 서부권이었다. 50만 명의 김포 시민에게는 ‘서울’이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서울 서부권에는 “배후 경제권으로 서울시의 자원이 될 수 있는” 땅을 하사한다. 물론 얽힌 사람과 절차가 많은 만큼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치적 수인 게 명백한데도, 수도권 전체가 들썩인다.

한강신도시

김포는 남쪽으로는 서울 강서구, 인천과 접하고 북쪽으로는 북한을 접한다. 그 탓에 대부분의 행정 시설, 주거 시설, 상업 시설, 교육 시설이 서울 및 인천과 맞닿는 곳에 자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강신도시다. 수도권 전철인 5호선과 9호선을 연장하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으나 군사시설보호구역, 타당성 부족으로 인해 무산됐다. 2014년 착공이 시작된 김포 골드라인 덕분에 한강신도시는 비로소 서울을 잇는 유사 서울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자가용만 있다면 한 시간 이내로 일산의 백화점, 목동의 교육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양촌에서 한강으로

한강과 서울은 무겁다. 김포의 모든 입체성을 누를 정도다. 2003년 신도시 2기 개발 당시, 한강신도시의 본래 이름은 양천신도시였다. 고려 시대부터 쓰였던 이 이름이 ‘전원 일기’스럽다는 이유로 바뀌었다. 한강이라는 브랜드를 택한 김포는 베드타운을 자처했다. 1962년 강남 개발 이후의 한강은 강보다는 ‘뷰’로서 기능해 왔다. 한강이 강남과 강북을 나누는 경계로,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자산으로 바뀌었다는 말이다. 김포 시민들에게도 한강은 마찬가지의 의미였다.

서울이 되지 못한 서울

이처럼 한강과 서울은 가치가 높은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가 희소하니 이를 온전히 향유하지 못하는 서울과 그 위세를 등에 업은 비(非)서울이 공존한다. 전자가 서울 외곽의 서부권과 강북 자치구라면 후자는 판교와 분당이다. 서울의 확장은 전자에게 새로운 기회로 주어진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면 쓰레기 매립지를 확보할 수 있다. 외곽이 생기니 강서구가 그만큼 서울의 중심에 더욱 가까워지는 셈이다. 김동식 전 김포시장은 서울 편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며 서울시는 “25개 구 전역에 산재한 각종 환경 오염, 혐오 시설을 김포에 배치하고 강북 자치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확장과 과밀

누군가는 반문한다. 서울에 사람이 많으니, 땅을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1기 신도시의 실패는 서울이 넓어진다고 과밀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1기 신도시의 서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일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차량수는 2002년 5만 9528대에서 2016년 7만 4896대를 기록했다. 반면 비슷한 기간 일산구 내에서 이동한 내부 출근 통행량은 38퍼센트에서 25퍼센트까지 줄었다. 상위 1퍼센트 소득을 기록한 근로 소득자 열 명 중 다섯 명은 서울에, 세 명은 경기도에 산다. 서울에서 일해야 하니 베드타운인 도시는 늘어 갔다. 과밀은 해소되지 않는다. 서울 생활권의 인구만 더 늘어날 뿐이다.

진짜 서울과 가짜 서울

분당과 판교는 강남 이후 가장 성공한 신도시가 됐다. 분당과 판교에는 기회가 있었다. 강남과 가깝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대중교통으로 10~20분이면 강남에 도착할 수 있으니, 값싼 임대료로도 서울의 인력과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서울이 번지는 만큼 지방 소멸은 더욱 가속화한다. 2013년만 해도 36곳에 달했던 지방 이전 기업 수는 불과 2년 만인 2015년 17곳으로 반토막났다.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곳만 지방 이전을 택했다. 기회는 ‘진짜’ 서울로만 몰린다. 행정 구역으로서의 서울이 커져도 진짜 서울의 위세는 그대로인 이유다.

서울은 번진다

국민의힘의 서울화 계획은 서울 생활 인구의 무한 확장, 진짜 서울과 가짜 서울을 나누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1960년대까지 김포였던 곳이 서울 강서구가 되자, 서울 강서구 근처의 김포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은 중력을 갖듯 사람들과 인프라를 끌어 모은다. 확장은 과밀을, 과밀은 더 큰 확장을 부른다. 이때부터 진짜 서울인 강남은 도시 가치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몇 분 내에 강남에 도착할 수 있느냐가 도시의 성공을 가르는 것이다. GTX 건설김포공항 이전까지, 무리한 토건 계획은 이런 서울의 위세 아래에서 태어난다.

IT MATTERS

수많은 도시가 서울 편입의 고배를 마셨다. 김포의 경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포가 실제 서울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의 서울화를 향한 열망이다. 부동산 시장은 기대에 찼다. 100위 권에도 들지 못했던 김포가 부동산 실거래 검색량 6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서울에 입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평한다. 서울 공화국을 바라는 한국에게 필요한 건 가짜 서울의 양산과 진짜 서울의 공고함이라는 기제를 직면하는 일이다. 서울이 정치적, 경제적 무기로 활용된다면 이 직면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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