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중국의 스파이인가
3화

꼬리가 잡힌 용들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성장세에 서구 국가들이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더 많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중국은 자국 내에서 그들에게 좀 더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어느 곳에서나 틱톡(TikTok)에 맞춰 립싱크하는 걸 좋아한다. 최근 들어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는 이 조잡한 뮤직비디오 앱을 부모들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다. 이유는 다르지만 각국 정부도 경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월, 틱톡은 13세 이하의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570만 달러(66억 원)라는 기록적인 액수의 벌금을 냈다. 이달 들어 인도 법원은 성범죄를 방조한다는 이유로 틱톡 다운로드를 금지시켰다. 방글라데시와, 그리고 잠깐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포르노를 홍보한다는 혐의로 작년에 이 앱을 금지시켰다.

규제 당국의 관심 사항은 개인 정보와 가짜 뉴스, 위험한 콘텐츠 등인데, 규제 당국을 교란하는 소셜 미디어 앱이 틱톡만은 아니다. 하지만 틱톡이 그렇게 관심을 받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중국 앱이기 때문이다.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와 중국의 다른 거대 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우려들은 국제적으로 상승한 그들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다. 지난해 인도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었던 열 개의 앱 중 다섯 개가 중국 것이었다. 틱톡 사용자의 다섯 명 중 두 명이 인도에 살고 있는데, 바이트댄스에게 인도는 미국보다 큰, 최대의 해외 시장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신문사의 연구 부문인 아바쿠스(Abacus)에 따르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이들 세 곳의 거대 첨단 기업들을 묶어서 BATS라고 부른다)는 국외에서 150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해외에서 56곳에 데이터 센터를 두고 있다. 텐센트는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메시징 앱 스냅챗(Snapchat)의 제작사인 스냅(Snap)의 지분 17.5퍼센트와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지분 7.5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습격에 대해 가장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건, 그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글로벌 기업인 화웨이다. 각국 정부는 화웨이의 전자 통신 장비가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여 첩보 활동을 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2화 참조). 5G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화웨이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 탱크인 뉴 아메리카(New America)의 샘 색스(Samm Sacks)가 ‘화웨이 이펙트’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지금까지는 기술력이 대단치 않고 공산당과의 관계가 느슨해 위험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인터넷 기업과 가전 기업들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의 시각으로 보자면, 위 두 가지는 이제는 더 이상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특히 BATS는 그들의 핵심 사업 부문이던 인터넷 검색과 이커머스, 게임이라는 영역을 넘어서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국내외에서 데이터의 흐름을 통제하고 고속으로 처리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인공지능과 같은 선진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제정된 지 2년이 된 보안 법률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당이 요청을 하면 기업들은 정보 수집 활동에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018년 11월부터는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데이터를 복제하기 위해서라면 경찰이 중국의 인터넷 기반 서비스 회사들의 사무실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법률이 없던 때에도 중국 기업들이 권위적인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법률 개정은 우려를 더욱 심화시킨다. 샘 색스가 보는 상황은 이렇다. “이제 ‘중국’과 ‘첨단 기술’이라는 단어가 만나게 되면, 위험 신호로 간주되는 겁니다.”

그 결과, 민감한 기술들의 이전이 수반되는 경우, 중국 측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지난여름, 미국 국회는 외국의 투자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했는데, 탐욕적인 중국 기업들이 살아남기에 더욱 힘든 환경이 되었다. 지난 4월 1일, 게임 업체인 베이징 쿤룬 테크(Beijing Kunlun Tech)는 지난해 인수한 유명 게이 데이팅 앱 그라인더(Grindr)의 소유권을 두고 미국 정부의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의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험을 평가하는 미국 기관인 외국인 투자 심의 위원회(CFIUS)가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고 한다. CFIUS는 해당 앱의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메시지 내용, 위치 정보, 에이즈 감염 여부 등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중국 정부가 미국 공무원들을 협박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가 구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CFIUS가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중국의 건강 정보 분석 업체인 아이카본엑스(iCarbonx)에게 페이션츠라이크미의 지배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후의 일이었다. 작년에는 CFIUS가 알리바바의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이 추진하던 미국의 송금 서비스 기업 머니그램(MoneyGram)의 인수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이유로 무산시킨 바 있다. 컨설팅 회사인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액은 2016년 460억 달러(53조 3094억 원)에서 2018년에는 50억 달러(5조 7945억 원)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는 이제 중국 기업의 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제품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 당국은 드론 제조업계의 선두 주자인 DJI의 제품들이 주요 인프라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미 육군 기지에서는 DJI 드론 사용을 금지시켰다. 2018년에는 미국 정부 기관들에서 세계 최대의 CCTV 장비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Hikvision)의 카메라 사용이 금지되었다. 미국의 몇몇 대형 펀드들은 이 기업의 지분을 조용히 매도하고 있는데, 하이크비전은 중국 정부가 일부 지역에서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을 지원하는 데 기술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자신들의 최대의 지정학적 라이벌을 괴롭히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호주와 인도의 국방부에서는 직원들에게 텐센트의 메시징 앱인 위챗(WeChat)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 전략 정책 기구(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는 호주 내 150만 명의 위챗 사용자들에게 선전 선동과 감시 활동에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3월, 인도의 집권당인 인도 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은 바이트댄스의 소셜 미디어 앱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선거 관리 위원회에 항의했다. 그들은 바이트댄스의 뉴스 제공 서비스인 헬로(Helo)를 금지시키기를 원한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대만에서는 중국의 선전 선동을 우려하여 중국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바이두의 아이치이(iQIYI)를 금지시키고, 대만섬 내에서 텐센트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대만섬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있다). 2018년 초부터 9월까지 첨단 기술 관련 지분 거래의 12퍼센트가 중국 투자가들이었던 이스라엘에서는 CFIUS와 같은 감독 기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사업체들이 해외로 뻗어 나가면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진핑 주석은 그들이 자국 내에서 더 많은 충성심을 보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국민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출시 6년 된 농담 앱을 폐쇄하자, 바이트댄스의 창립자인 장이밍은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 바이트댄스의 뉴스 앱인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Jinri Toutiao)는 당의 발표를 전하는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출시되어 널리 퍼진 앱인 쉐시창궈(學習强國·학습강국)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이 앱은 디지털 시대의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이라고 할 수 있다(알리바바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알리바바에는 200여 개의 공산당 지부가 있으며, 매년 600명의 공산당원들이 노동자로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한 신문에 의해 알리바바의 마윈(Jack Ma) 회장이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를 시장이 주도하는 중국의 화신으로 보고 있던 외부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수많은 설득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윌리엄 추(William Chou, 컨설팅 및 회계 감사 기업인 딜로이트의 중국 부문 부회장)는 말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그들이 가진 외국계 투자 지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투자라기보다는 지구촌에 대한 영향력 확대 놀이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알리바바의 수익 중 해외로부터 벌어들이는 비중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안에서는 어떤 기업들이 당에 더 가까운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의심을 사고 있다. 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주장하듯 그들을 전부 국가의 지부로 보는 것은 위험한 시각이다. 지나치게 많은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다.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진보한 기술들을 거부하는 것은 외국인들에게는 기회의 박탈을 의미할 수도 있다. 페이션츠라이크미는 아이카본엑스와의 합병으로 중국의 머신러닝 기술에 접근할 수 있기를 희망했었다.

중국의 기업들을 전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중국 민간 부문의 역동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샘 색스는 중국의 새로운 사이버 보안법이 의미하는 것은, BATS가 어쩌면 정부 기관들보다 더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당에서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이 정말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기를 원한다면, 자국 내에서 기업들에게 좀 더 온정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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