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0. 혁신, 스포트라이트, 금융

2024년 2월, THREAD

들어가며

2024년 2월의 《스레드》는 혁신, 스포트라이트, 금융에 집중했다. 희망과 발전을 함의하는 키워드로 보이지만 실은 정반대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기엔 아무래도 희망이나 낙관이 어울린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절망보다는 성취가 더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위기를 준비하라는 경고등만 자꾸 뜬다.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어야 할 기술의 발전부터 그렇다. 당장 국제통화기금(IMF)에서 AI가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아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1세기의 돌파구가 되어야 할 우주 개발에도 보이지 않는 배제와 권력 담론이 숨어 있다. 경제 상황을 보면 더 암울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렇다. 가계 부채는 청년의 어깨를 짓누르고 누군가의 노후 자금은 허무하게 공중분해다. 혁신이 혁신답지 못하고 금융이 금융의 본분을 잊어서 그렇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도피처는 도파민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힘이 실리고, 옳고 그름의 판단은 뒤로 미뤄진다. 이번 《스레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정말 우리에겐 비관적인 미래만 남은 것인지 질문한다.
익스플레인드

우리에겐 ‘해설(explained)’이 필요하다.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세계를 해설한다. 복잡하고 경이로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를 전한다.

당신이 필요 없는 세상


구글이 임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빅테크의 해고 칼바람은 2022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새로울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은 해고 이유다. ‘생성형 AI’가 드디어 사람을 내보내는 직접적인 이유로 부상한 것이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아마존, 트위치, 디스코드, 듀오링고 등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 IT 기업들이 연초부터 감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제록스가 성공을 복사하지 못한 이유


프린터 왕국 ‘제록스(Xerox)’가 대규모 구조 조정에 들어간다. 1월 3일 제록스는 1분기에 인력 15퍼센트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직원 2만 명에서 3000여 명을 한 번에 해고한다. 제록스는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을 개편하고 재창조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던 프린터 제품 부문을 단순화하고 IT 서비스에 집중할 방침이다.

모두를 위한 뉴스페이스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아스트로보틱’이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탑재된 로켓이 1월 8일 달을 향해 발사됐다. 페레그린은 2월 23일 달 앞면의 용암 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에 착륙할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실패였다. 연료 누출로 인한 추진체 손실로 인해 아스트로보틱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달 착륙 시도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연예인 마약 수사의 소비 과정


1월 12일 문화예술인들이 고 이선균 배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배우 최덕문 등이 모여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성명을 냈다. 이번 사건 관련 수사 당국의 철저한 진상 규명, 보도 윤리에 어긋난 기사 삭제, 문화 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을 요구했다.

A24는 어떻게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사가 됐을까?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1월 15일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8관왕을 차지했다. 〈성난 사람들〉은 앞서 지난 7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3관왕에 올랐다. 이어 14일 북미 비평가가 수여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4관왕을 차지했다.

영끌 담론에 갇힌 청년 세대


올겨울, ‘영끌’이 다시 화두다. 정확히는 빚내서 집 산 2030을 걱정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에 금리는 높아졌으니,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은 맞다. 정부가 나섰다. 금융 당국은 최근 청년들이 위험한 금융 행태를 보인다며 금융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더 이상 갚을 수 없는 빚을 낼 수 없게 하겠다며 ‘스트레스 금리’ 도입도 예고했다.

노후 자금이 반토막 났다


홍콩H지수가 추락하며 ELS 손실이 커지고 있다. 1월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가 올해 들어 1월 19일까지 2300억 원의 원금 손실을 확정했다. 1월 8일부터 첫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2000억 원이 넘은 것이다. 손실률은 52.8퍼센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끝나는 ELS가 10조 원이 넘는다. 상반기에만 손실이 6조 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
피처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을 소개한다. 기사 한 편이 단편 소설 분량이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한다.

당신의 뇌는 컴퓨터가 아니다


뇌를 이해하려는 과학계의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뇌는 컴퓨터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입력하면 값을 산출하는 컴퓨터처럼, 뇌가 자극을 받으면 반응한다는 논리다. 동물학자인 저자는 이런 전제가 뇌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뇌는 동시다발적으로 연결, 통합되는 복잡한 장기다. 무엇보다 뇌는 컴퓨터처럼 정보를 수동적으로 흡수하고 표현하는 기기가 아니다. 뇌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정보를 구성한다. 뇌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우리가 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말하는 특이점은 수세기 안에는 도래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롤모델이 아니라 레퍼런스다.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가를 인터뷰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혁신가들의 경험에서 내 삶을 변화시킬 레퍼런스를 발견한다.

독보적인 공간은 콘텐츠를 중심에 둘 때 탄생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망원동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2021년부터 망원동 작은 골목 한켠을 지켜온 ‘프레젠트 모먼트’ 앞이었다. 이곳의 성공은 이미 레퍼런스가 되었다.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크리스마스 테마의 소품 숍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하지만 정작 ‘프레젠트 모먼트’는 소품 숍이 아니다. 선물 가게다. 아니, 실은 선물 가게도 아니다. 산타의 비밀 창고다. 세상에 없던 공간을 현실로 만든 것은 진심이 담긴, 단단한 세계관이었다. 그 세계관에는 ‘프레젠트 모먼트’가 이 현실 세계에 전하고 싶은 가치가 명확하게 담겨 있다. 울지 않는 착한 아이가 아니어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그곳, ‘프레젠트 모먼트’의 비밀스러운 문을 열어 봤다. 
마치며

피터 마구바네의 사진에는 힘이 있다. 유려한 문장이나 시끄러운 구호, 두둑한 돈다발로도 움직이기 힘든 사람의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슥 당겨 오는 힘이다. 사실 엄청난 구도나 기술이 깃든 사진은 아니다. 그의 사진을 밝히는 기술이 있다면 책임감과 용기, 그리고 사진작가의 순수한 즐거움 아니었을까. 그의 사진이 사랑받아서, 주목받아서 참 다행이다. 그 어떤 대단한 기술보다도 피터 마구바네의 사진 한 장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인도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것이냐고. 혁신에, 금융 시장에 열광하는 시대다. 그러나 그곳에는 답이 없다. 우리가 질문을 해야 답이 생긴다. 이 혁신은, 이 시장 구조는 인간을 위한 것인가.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가. 그리고 이런 질문은 좀 먼 풍경을 바라볼 때 떠오르곤 한다. 태풍의 한가운데에서는 태풍을 느낄 수 없으니 말이다. 과거를 더듬고, 산타의 비밀 창고를 탐험하고, 기괴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좋은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방문을 열고 질문을 찾아 나설 차례다.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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