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계관이다. 그리고 이 세계관이 성공했다.
지난 2021년 8월, 가오픈을 했다. 당시에는 예약한 후 방문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한 번 오신 분들이 계속 다시 오셨다.
그만큼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는 건가.
이 공간을 경험하신 뒤, 다른 일행을 데려오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공간에 숨겨진 이야기를 일행에게 설명해 주시면서 즐거워해 주셨다. 이 경험이 빠르게 공유되었고, 그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그래서 첫 크리스마스부터 정말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있었다.
핵심은 스토리다.
나를 포함한 창업 멤버 둘 다 창작의 영역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프레젠트 모먼트’는 구체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숍 오픈 5개월여 전부터 만화로 연재했다. 이 인스타툰을 통해 ‘산타의 비밀 창고’, ‘메리의 작업실’, 선물을 만드는 ‘팩토리’까지 소개했다.
인스타툰뿐만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도 이야기가 중심이다.
맞다.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품목에 굉장히 상세한 설명이 함께 놓여있다. 예를 들어 인형이라 한다면, 그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인형을 위해 스토리를 만든다는 건가.
그렇다기보다는 그 인형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곳을 거쳐 이곳까지 도착했는지와 같은 이야기 말이다. 아무래도 빈티지 인형을 많이 소개해 드리다 보니 보통 20년에서 길게는 100년까지 세월이 쌓여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인형의 모습도 많이 변해 있다.
인형도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다.
그 달라진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이 느껴진다. 어떤 시간을 거쳐왔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팀은 ‘교감’한다고 표현하는데, 그 교감을 통해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인형을 고르는 분들께는 입양서도 함께 드린다. 입양서에는 그 친구가 언제 태어났으며 키나 몸무게는 얼마라는 식의 기본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인형이 아니라 그 인형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경험이 되겠다.
모든 인형에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울한 이야기, 또 모험적인 이야기를 가진 인형도 있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인형과 마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도 나왔다.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처음엔 조금 걱정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이야기에 공감해 주셨고, 좋아해 주셨다. 예를 들어 요즘 힘이 나질 않아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인형을 만나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인형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템도 흔치 않은 것들이다.
선정할 때부터 정성이 담긴 물건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고르고 있다. 예를 들어 먹을거리의 경우에도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숨겨진 브랜드, 오랜 노하우를 가진 곳의 상품을 중심으로 고른다.
‘프레젠트 모먼트’의 공간은 아이템을 돋보이게 한다는 느낌보다 이 공간 자체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인다.
‘산타의 비밀 창고’에 걸맞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공을 들였다. 가구들의 경우도 대부분 손으로 깎아 만든, 오래된 것들이다. 길게는 300년 넘는 가구도 자리하고 있다.
대체 그런 가구는 어디서 구하나?
공간을 준비할 때 코로나19 관계로 해외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녔다. 반 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직접 눈에 담고 가구에 담긴 사연도 들었다. 재미있는 사연이 담긴 가구들로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가구가 디스플레이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의 일부란 얘기다.
그래서 효율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다. 좀 더 많은 아이템을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가구가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쪽에 놓았을 때엔 시선을 많이 받지 못했던 아이템인데, 저쪽의 다른 가구에 놓아보면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고 함께 놓인 이야기에도 더 몰입해 주시는 경우가 있다. 가구의 색, 빛의 방향이나 양,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다양하고 독특한 공간을 만든다.
입구도 효율적이진 않다.
벽돌에 숨겨진 문을 제작하는 것 때문에 오픈이 3개월이나 늦어졌다. 이게 벽돌 모양의 다른 소재가 아니라 정말 벽돌이다. 정말 무겁다. 지탱하기 위한 기둥도 해외에서 특수 제작해서 받아왔고 문 자체를 새롭게 제작해야 했다. 할 수 있다고 나섰다가 포기한 시공 업체만 세 곳이다.
그래도 만드는 데에 성공했고, 이제는 ‘프레젠트 모먼트’의 상징이 되었다.
끝까지 꼭 하고 싶어서 네 번째 업체를 수소문했고, 함께 열심히 논의해서 성공했다.
리테일인데,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를 고집했다는 것은 꽤 큰 모험이다.
처음부터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구성하지는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전략적으로 구성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효율성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애당초 생각했던 상상의 공간을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다른 프로젝트를 할 땐 레퍼런스도 굉장히 많이 참고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능하면 현실에 있는 공간은 참고하지 않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