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1. 종말, 변화, 시작

2024년 3월, THREAD

들어가며

인류는 언제나 종말론에 매료되곤 했다. 이러한 담론은 종교의 영역이기도 했고 정치의 영역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문화의 소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우리는 지금 아주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지구의 종말을 상상한다. 지구라는 행성이 품고 있는 생태계에 인류가 가할 수 있는 충격을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종말론이다. 2024년의 인류가 종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발명하고 향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도 무력하게 사라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관계의 기능을 잃었고 잡지는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정치는 대안을 제시할 힘을 잃고 노회한 갈등의 전시장이 되었다. 종말은 시작의 시그널이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이 시작되고 있나. 기술이 몇 가지 답을 내놓고 있다. 세계를 혁신할 디바이스로, 인류와 기계의 정신을 엮고 얽어 만들어 낼 새로운 지능으로. 종말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과연 우리를 어떤 세계로 인도하고 있을까. 그 ‘새로운 세계’에서의 일상은 안온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2024년 3월의 《스레드》는 이 질문의 답을 쫓는다.
익스플레인드

우리에겐 ‘해설(explained)’이 필요하다.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세계를 해설한다. 복잡하고 경이로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를 전한다.

죽을 권리가 인정받기까지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지난 2월 5일 자택에서 부인과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93세였다. 판아흐트 전 총리가 설립한 시민 단체 ‘권리 포럼’은 “두 사람은 건강 악화로 고통스러워했고, 상대를 남겨 두고 떠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판아흐트 전 총리는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종말 90초 전


‘둠스데이 클락(Doomsday Clock)’이 오후 11시 58분 30초를 가리켰다. 자정까지 90초 남았다. 자정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지구 파멸의 시점을 상징한다. 미국 핵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BAS)는 1월 23일 “불길한 흐름이 전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2년 연속으로 시계를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했다. 지구 종말 시각이 처음 발표된 1947년 이후 역대 가장 늦은 시각이다.

피치포크의 종말


미국의 유명 음악 리뷰 사이트인 ‘피치포크(Pitchfork)’가 남성 전문지 《GQ》와 합병한다. 피치포크의 모회사 ‘콩데나스트’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합병의 영향으로 편집장 푸자 파텔(Puja Patel)이 회사를 떠났다. 총 12명의 직원이 해고됐고, 편집진 18명 중 여덟 명이 남았다.

늙은 정치인과 낡은 정치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조사한 특검 보고서가 공개됐다. 바이든이 부통령 재직 시절, 고의로 기밀문서를 유출했으나 형사 고발은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기소까지는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배경에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이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직 기간, 장남인 보 바이든의 사망 연도 등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자신을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표현한 데 반박했다.

기부금의 정치학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이 또 다른 전쟁에 나섰다. 상대는 UN(국제연합)이다. 정확히는 UN 산하의 국제기구,  UNRWA(UN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가 타깃이다. 이스라엘은 UNRWA 직원들이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이 속속 UNRWA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뇌에 칩을 심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 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사람의 뇌에 칩을 심었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시험 승인을 받고 9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5개월 만에 첫 수술이 이뤄졌다. 1월 29일 머스크는 엑스에 이 소식을 알렸다. “어제 첫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 환자는 잘 회복하고 있다. 초기 결과는 조짐이 괜찮은 뉴런 탐지를 보여 준다.”

비둘기와 함께 살 용기


지난 1월 20일부터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일부 출입구에 독수리 사진이 붙었다. 비둘기를 쫓기 위해서다. 신임 역장의 아이디어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새들이 처음에는 놀랄 수 있지만, 움직임이 없다는 사실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매킨토시 비긴즈


애플의 PC 라인업, Mac 시리즈가 불혹을 맞았다. 1984년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Macintosh)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모델이 모든 전설의 시작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거치며 PC 시장은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의 새로운 Mac 라인업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AI 전용 칩이 탑재된 ‘AI Mac’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TV가 된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스무 살 생일을 맞았다. 지난 2월 4일이 꼭 20년 되는 날이었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약 60퍼센트가 페이스북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30억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을 삼키며 소셜 미디어 업계의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다. 모회사인 메타의 시장 가치는 1조 달러가 넘는다.
피처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을 소개한다. 기사 한 편이 단편 소설 분량이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한다.

나의 죽음은 나의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나라,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매춘과 일부 마약이 합법인 나라, 고통 없는 죽음을 환불 보장처럼 가볍게 말하는 나라 네덜란드는 지금 치매와 죽음을 둘러싼 딜레마와 싸우고 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존엄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전개될 적극적 안락사와 인간다운 죽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본다.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롤모델이 아니라 레퍼런스다.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가를 인터뷰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혁신가들의 경험에서 내 삶을 변화시킬 레퍼런스를 발견한다.

불안의 시대에서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프리랜서를 위한 매거진, 〈프리낫프리〉의 이다혜 편집장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를 정의해 나간다. 프리랜서란, 사실 경험으로밖에 정의될 수 없는 수수께끼의 존재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에도 ‘자유’가 들어가지만, 사실 그들에게 자유는 가깝고도 멀다. 오늘 일어날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는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피드백 시간은 그의 손에 맡겨져 있다. 노동을 보호해 줘야 하는 제도들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그들을 불안의 시대로 내몬다. 미래의 노동은 프리랜서로 가득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마치며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영원한 불변의 세계, 즉 이데아의 세계가 있다는 전제에서 모든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유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세계에서 불변의 존재는 없다. 무엇이든, 결국 종말을 맞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생성의 바탕이 된다. 이것이 변화의 실체다. 변화는 낯설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안전하게, 편안하게 느낀다. 매일 밤 눈을 감을 때, 내일 하루를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없다면 삶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휩싸일 것이다. 내일도 봄일 것이라는 예측, 회사로 향하는 버스가 어김없이 도착할 것이라는 예측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그 일상의 방식을 뒤엎는 변화가, 역사 속에서 종종 일어난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했다. 농업 혁명, 산업 혁명, 정보화 혁명, 그다음엔 4차 산업 혁명. 어쩌면 지금 우리는 혁명의 시기 한가운데 서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생겨나고, 변화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까지 말이다. 지금 우리가 관통하고 있는 혁명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 변화를 과연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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