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류는 언제나 종말론에 매료되곤 했다. 이러한 담론은 종교의 영역이기도 했고 정치의 영역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문화의 소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우리는 지금 아주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지구의 종말을 상상한다. 지구라는 행성이 품고 있는 생태계에 인류가 가할 수 있는 충격을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종말론이다. 2024년의 인류가 종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발명하고 향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도 무력하게 사라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관계의 기능을 잃었고 잡지는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정치는 대안을 제시할 힘을 잃고 노회한 갈등의 전시장이 되었다. 종말은 시작의 시그널이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이 시작되고 있나. 기술이 몇 가지 답을 내놓고 있다. 세계를 혁신할 디바이스로, 인류와 기계의 정신을 엮고 얽어 만들어 낼 새로운 지능으로. 종말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과연 우리를 어떤 세계로 인도하고 있을까. 그 ‘새로운 세계’에서의 일상은 안온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2024년 3월의 《스레드》는 이 질문의 답을 쫓는다.
익스플레인드
우리에겐 ‘해설(explained)’이 필요하다.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세계를 해설한다. 복잡하고 경이로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를 전한다.
피처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을 소개한다. 기사 한 편이 단편 소설 분량이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한다.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롤모델이 아니라 레퍼런스다.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가를 인터뷰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혁신가들의 경험에서 내 삶을 변화시킬 레퍼런스를 발견한다.
마치며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영원한 불변의 세계, 즉 이데아의 세계가 있다는 전제에서 모든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유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세계에서 불변의 존재는 없다. 무엇이든, 결국 종말을 맞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생성의 바탕이 된다. 이것이 변화의 실체다. 변화는 낯설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안전하게, 편안하게 느낀다. 매일 밤 눈을 감을 때, 내일 하루를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없다면 삶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휩싸일 것이다. 내일도 봄일 것이라는 예측, 회사로 향하는 버스가 어김없이 도착할 것이라는 예측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그 일상의 방식을 뒤엎는 변화가, 역사 속에서 종종 일어난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했다. 농업 혁명, 산업 혁명, 정보화 혁명, 그다음엔 4차 산업 혁명. 어쩌면 지금 우리는 혁명의 시기 한가운데 서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생겨나고, 변화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까지 말이다. 지금 우리가 관통하고 있는 혁명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 변화를 과연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