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을 잡으러 우주로

2024년 3월 7일, explained

새어 나가는 메탄을 잡아야 지구가 산다.

구글 어스에서 메탄샛이 측정한 메탄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사진: 메탄샛
NOW THIS

3월 4일 오후 6시 56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 팔콘9 로켓이 발사됐다. 로켓에는 수십 개의 위성이 실려 있었다. 그중 하나가 메탄샛(MetheranSAT)이다. 미국 비영리 단체 환경 보호 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EDF)이 발사를 의뢰한 위성이다. 이 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며 새는 메탄가스를 잡아낸다.

WHY NOW

이산화탄소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메탄도 걱정해야 한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의 숨은 주범이다. 지구 온난화의 3분의 1이 메탄에서 비롯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다루기 수월하다. 환경 보호 기금은 지구 온난화를 늦출 가장 빠른 방법이 메탄 배출 저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위성을 띄우고 메탄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공개한다.

메탄

지구를 둘러싸 지구에서 우주로 열을 내보내지 못하게 막는 기체를 온실가스라고 한다. 6대 온실가스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졌지만, 강력하기로는 메탄을 따라갈 수 없다. 같은 질량이 배출됐을 때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vs. 메탄

그런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다루기 쉽다. 메탄은 반감기가 10년이다. 한번 배출되면 금방 사라진다. 반면 이산화탄소는 수백, 수천 년간 남는다. 산업 혁명 때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아직 대기에 남아 있다. 메탄은 제거도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석유와 가스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75퍼센트는 현재 기술로 막을 수 있고, 40퍼센트는 비용 없이 제거할 수 있다.

자연적 발생과 인위적 발생

전 세계 연간 메탄 배출량은 6억 톤이다. 이 중 40퍼센트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동물 사체와 배설물 같은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지구에 생명체가 사는 이상, 자연적 발생은 어쩔 수 없다. 나머지 60퍼센트는 인간의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그중 화석 연료와 농축산업이 각각 3분의 1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쓰레기, 하수, 화재, 자동차 등에서 나온다.

가스관

인위적인 메탄 발생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메탄이 많이 담긴 소의 트림과 방귀를 금지하거나, 농축산업을 아예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헐거운 가스관을 조이는 것이다. 전체 메탄의 4분의 1이 석유, 가스 회사의 생산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배출된다. 헐거운 가스관을 닦고 조이고 기름치기만 해도 메탄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데이터

그런데 점검할 파이프라인이 너무 많고, 화석 연료 회사는 자체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환경 단체는 자동차와 비행기에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하고 파이프라인 누출을 탐지하기도 하는데, 어디서 얼마나 메탄이 누출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석유 회사에 찾아가 당신네 현장에서 메탄 누출이 있는지 측정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없으니 개선도 없다.

메탄샛

그래서 환경 보호 기금이 메탄 측정 위성을 쐈다. 세탁기 크기이고, 제작비는 88만 달러가 들었다. 메탄샛은 지구 궤도를 하루에 15번 돌면서 메탄가스 농도를 측정한다. 전 세계 석유, 가스 생산량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50개 주요 지역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1픽셀의 크기가 100×400미터로 정밀해 선명한 배출 히트맵을 생성한다. 집계한 데이터는 일반에 무료 공개된다.

AI

이번 프로젝트는 구글과 협업으로 이뤄졌다. 구글은 위성 이미지에서 보도, 표지판, 도로 이름 같은 것들을 AI로 감지해 구글 지도에 표시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위성 이미지에서 석유와 가스 인프라를 유정 패드, 오일펌프, 저장 탱크 등 세세하게 식별한다. 이 지도에 메탄샛이 측정한 데이터를 중첩하면 메탄이 정확히 어느 시설에서, 얼마나 유출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IT MATTERS

미국에서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농축산업이다. 그런데 환경 보호 기금은 전략적으로 화석 연료 산업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석유와 가스 회사의 수가 농부보다 적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자금이 넉넉해 배출 저감 조치를 빠르게 이행할 수 있다. 환경 보호 기금은 메탄샛이 수집한 데이터가 대중에 공개되면 메탄 배출을 많이 하는 회사를 부끄럽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적은 돈 들여 파이프라인을 조이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싶은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여러모로 영리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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