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진화
6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세계화 다음의 로컬화

잊히고 소외됐던 공간이 주목받는 시대다. 쇠락해 가던 서울 을지로의 낡음은 새로움으로 재해석됐다. 익선동과 성수동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깊이 품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동네를 젊은 예술인과 창업가들이 문화 공간으로 바꿔 놓으면서, 가장 느리면서도 ‘힙한’ 동네가 탄생했다. 이런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로컬 창업가라고 부른다. 여기서 로컬은 서울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지역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래되고, 잊히고 있지만, 그래서 가능성이 풍부한 모든 공간을 말한다.

저자는 촌스럽고, 경쟁에서 뒤처진 ‘루저’들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로컬이 새로운 삶의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중심에는 밀레니얼이 있다. 밀레니얼은 취향을 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자발적으로 로컬로 향한다. 무한 경쟁과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받지 않아도 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들의 움직임은 코로나19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생활권이 동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로컬을 중심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로컬택트(localtact)가 세계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로컬에 있는 다양한 자원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입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특히 로컬의 스토리를 품은 공간의 가치에 집중한다. 문 닫은 양조장은 낮에 책맥(맥주 마시며 독서)을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하나의 마을 전체가 호텔이 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다. 많이 찍어 내고, 많이 버는 게 이들의 목적은 아니다. 소통과 공감을 키워드로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둔다.

저자가 만난 로컬 창업가들은 한결같이 느리더라도, 단단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로컬 주민들과 공존의 길을 찾으며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떼돈을 벌지 않더라도, 삶을 즐기며,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과 자원, 공간을 연결하는 것. 저자는 수년간 로컬에서 새로운 삶의 기반을 다진 창업가들을 보며 이런 현상이 한 철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성공과 실패의 반복에도, 로컬 창업가는 생존보다 공존을 먼저 고민하며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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