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비야디
9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비야디가 다닌 길 위에서

비야디는 낯설고도 조용한 기업이다. 인지도 면에서 아직 테슬라를 이길 수 없다. 내수용 이미지가 강한 중국 기업인 데다가, 테슬라처럼 개성 있는 차를 만들지도 않는다. 반면 그들이 내세우는 숫자는 고요하지 않다. 비야디는 2023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글로벌 브랜드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100억 달러가 넘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자동차 부문 상위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로 선정됐다. 낯설지만 조용하게, 또 거대하게 커 온 브랜드가 바로 비야디다.

비야디는 2023년 연간 판매 목표 300만 대를 달성하며 2년 연속 글로벌 친환경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확장세가 무섭다. 해외 수출의 경우 전년 대비 334.2퍼센트 증가한 24만 2765대를 기록했고, 여섯 개 대륙과 7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했다. 반면 테슬라의 2023년은 그리 밝지 않았다. R&D 전문 기업 울프럼 리서치는 테슬라의 2023년 3분기 실적 품질에 0점을 줬다. 2023년 한 해 동안 테슬라는 180여만 대의 차를 팔았다. 비야디 판매량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비야디는 어떻게 조용하고 거대하게, 또 튼실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시대의 흐름이 비야디의 약진을 도왔다. 신에너지 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최다를 기록했고, 비야디가 판매량 1위 지위를 굳힐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사실 성공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시대를 산다. 시대의 동일성을 뛰어넘어 비야디가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수많은 경로에 부딪히고, 선회하고, 미래를 개척했던 덕분이었다.

비야디는 경로와 경험이 있는 브랜드였다. 배터리 사업을 토대로 전기차로 확장할 수 있었고, 자동차에 중국 문화를 결합해 내수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카피캣을 자처해 경쟁할 수 없었던 경쟁사의 모델을 본인들의 얼굴로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배터리 사업이라는 과거의 분야는 전기차로 가기 위한 과정, 내지는 길목이 아니었다. 이곳저곳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전기차 사업 자체에서도 코어의 자리를 꿰찼다. 배터리에 미쳐 있던 인간 왕촨푸는 하나의 중심 코어를 두고 다양한 곳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능했다. 세계 여행을 좋아하는 장인과 같은 면모다.

상상하지 못했던 경로와 경험들이 비야디를 도로로 쏟아냈다. 머지않아 비야디의 승용차가 한국의 길거리에서도 적잖게 보일 날이 다가올 것이다. 비야디의 길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 숫자만이 아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 있던 코어와 확장, 무엇보다 그들의 경험이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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