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2일 사회
설문: 철거냐, 보존이냐…동상 수난 시대
토론과 타협으로 대표되는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인종 차별 항의 시위대가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 철거를 요구하자, 극우파가 함께 세워진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을 파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위인으로 손꼽히는 역사적 인물이다.

핵심 요약: 시위대의 분노는 이제 과거에 인종 차별적 말과 행동을 한 역사적 인물로 향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의 동상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한다. 반면 부정적인 과거도 역사의 일부라는 점에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설문: 공과 과가 함께 있는 인물의 동상 철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5%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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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위대한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 행적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거세다.
  • 처칠은 영국인에게 2차 세계 대전 승리의 아이콘과도 같다. 하지만 처칠은 인도에 대해서는 철저한 제국주의자였다. 1943년 인도 벵갈 지역에서 대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을 때 처칠이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이 있다. 식량 지원 요청에 대해 처칠이 “인도 사람들이 폭격이나 맞았으면 좋겠다”, “(당시 비폭력 단식 투쟁을 하던) 간디는 왜 아직 안 죽었냐”며 비아냥거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비폭력 저항의 상징 마하트마 간디도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간디는 아프리카 원주민에 대한 차별적 의식을 갖고 있었고, 흑인보다 인도인이 훨씬 우월하다고 믿었다고 한다. 간디는 자필 메모에서 흑인들을 ‘깜둥이(Kaffirs)’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가나의 한 대학에서는 간디 동상이 철거됐다.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학금 중 하나인 ‘로즈 장학금’을 만든 세실 로즈 동상도 철거 위기에 놓였다. 사업가 로즈가 남긴 막대한 돈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장학금을 받았다. 자선 사업과는 별개로 로즈는 19세기 후반 대영 제국 시절 해외 식민지 정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제국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였다.

동상은 과거사의 증인: 광범위한 동상 철거가 폭력적인 역사 지우기라는 비판도 있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제 와서 과거를 편집하고 검열할 순 없다. 우리가 다른 역사를 가진 척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역사에서 그 어떤 흔적, 그 어떤 이름도 지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는 “과거 영웅들의 동상 철거 요구는 최악의 문화적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 헝가리는 절충안으로 1993년 ‘회상 공원’을 만들었다. 구소련 붕괴로 처치 곤란이 된 레닌 동상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과거는 잊지 말되 교훈으로 삼자는 뜻에서다. 논란이 되는 인물들의 동상을 박물관에서 역사 배경 서술과 함께 전시하는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는 제안도 있다.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과거를 무조건 지우는 것도, 마냥 모른 척하는 것도 발전적인 방향은 아니다. 소모적인 파괴 논쟁보다는 장기적으로 역사를 어떤 식으로 기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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