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 혼자만 알아야 하니까

4월 20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 ©Nicolas Economou/NurPhoto via Getty Images

이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


애플이 개인 정보 보호를 강화합니다. 애플은 이달 중에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을 탑재한 iOS 14.5 업데이트를 내놓습니다. 새 운영 체제를 설치한 애플 기기에서 모든 앱은 사용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으면 ‘광고 식별자(IDFA)’를 통해 사용자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동안 광고주들은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IDFA를 이용해 왔습니다. IDFA는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애플 기기마다 부여되는 고유한 값인데요, IDFA를 통해 사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 다운로드한 앱, 검색 기록, 구매 이력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iOS 14.5 업데이트 이후 앱을 실행하면 ‘이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는 알림창이 뜹니다. 앱이 IDFA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인데요, 사용자는 ‘추적 금지 요청’이나 ‘허용’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허락 없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앱은 앱스토어에서 퇴출될 수 있습니다.

미국 CNBC는 애플의 이번 조치가 모바일 광고업계를 뒤흔들 것으로 관측합니다. 추적 금지를 요청하는 사용자들이 많으면 타깃 광고의 효율성과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부사장은 “업계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추적 없이 효율적인 광고를 제공하며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이 8일 발행한 〈당신의 데이터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 백서 ©애플

존(John)의 개인 정보는 존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애플은 이번 업데이트를 앞두고 〈당신의 데이터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라는 제목의 백서를 내놨습니다. 애플은 백서에서 “개인 데이터가 수집되고 공유되고 실시간 경매에 이용되면서 광고업계에 연간 2270억 달러(253조 원)의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서 내용을 예로 들어 볼까요? 존(John)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하고 뉴스 기사를 읽고, 딸과 함께 공원에 가기 위해 교통 상황을 확인합니다. 딸은 아빠의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고 킥보드 광고를 보죠. 공원에 도착해서는 아빠와 딸이 셀카를 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삽니다.

존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 그의 스마트폰에서는 몇 개의 앱이 작동되며 개인 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합니다. 백서에 따르면 앱 하나가 평균적으로 수집하는 개인 정보는 6개 내외입니다. 존이 사용한 SNS 앱은 존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 IDFA 등을 수집하고, 이 데이터는 다른 앱에서 확보한 위치 정보, 구매 이력 등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운영 체제 업데이트 이후 달라지는 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존이 애플 뉴스 앱을 이용해 뉴스를 읽는다면, 애플은 그의 관심사에 기반해 콘텐츠를 제공해도 그가 존이라는 사실은 알 수 없고, 애플 지도를 사용해도 그의 위치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리셋해서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페이스북 “소상공인 광고 어떡하라고”


이번 iOS 업데이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80억 달러(31조 2200억 원)인데요, 그중 272억 달러(30조 3280억 원)가 타깃 광고로 올린 매출입니다. 타깃 광고란 사용자가 좋아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AI로 분석해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개인 맞춤형인 만큼 광고 효과가 뛰어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애플이 ATT 기능 도입을 예고하자 페이스북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수백만 개의 작은 기업들이 고객을 찾고 접근하기 위해 의존하는 개인화된 광고를 위협한다”며 애플을 비난한 것인데요, 페이스북 경영진들은 “애플이 소상공인과 소규모 개발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앱스토어를 독점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페이스북은 iOS가 업데이트되면 매출액이 50퍼센트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최근에는 분위기를 바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광고주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전자 상거래를 직접 수행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며 곧 다가올 애플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입한 페이스북 샵과 인스타그램 샵은 현재 활성 상점이 100만 개, 사용자가 2억 50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애플의 운영 방식 변화는 우리를 더 강력한 위치에 있게 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주요 일간지에 "전 세계 소상공인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는 광고를 게재하며 항의했다. ©페이스북

기술을 우회하거나,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페이스북이 애플의 ATT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면, 조용히 기술을 우회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광고협회와 중국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애플 우회’ 기술 개발에 미국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이 참여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P&G 외에도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시청률 조사 기업 닐슨,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텐센트도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광고 기법은 CAID라는 것인데요, 알고리즘을 활용해 앱 사용자의 스마트폰 모델, 시간대, 국가, 언어, IP 주소 같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런 데이터 대부분은 중국에서 개인 정보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 동의 없이 수집될 수 있습니다. CAID는 현재 시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6월부터 타깃 광고에 자사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600만 명 규모의 구독자 정보와 콘텐츠 이용 성향을 분석해 연령, 소득, 경제 상황, 교육 수준, 관심사 등 30개 범주로 독자를 구분하고 맞춤형 광고를 내보냅니다.

앞서 소개드린 P&G도 몇 년 전부터 자체 소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습니다. 사용자 기기에서 추출한 익명의 소비자 ID와 고객이 공개한 개인 정보를 조합한 것인데요, 2019년 P&G는 전 세계에서 15억 개의 소비자 식별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이 정말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애플의 앱 생태계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로 한 가지는 새삼 분명해졌습니다. 개인 정보는 돈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보내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감정의 사유화와 디지털 불로소득〉, 〈테크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과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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