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지속가능성

11월 2일 - FORECAST

세계는 1.5도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한국은 40퍼센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0월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개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40퍼센트 감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다. 2050년까지 장기 목표는 넷제로(Net-Zero)다.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WHY_ 지금 기후협약을 알아야 하는 이유

기후 위기 대응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나 인류애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지난 8월 IPCC는 2040년 안에 지구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1.5℃ 시점을 2052년으로 봤으니 12년 앞당겨진 셈이다. 1.5℃는 기후 전문가들이 보는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이다. 지구 기온이 1.6℃ 상승하면 생물의 18퍼센트가 멸종 위기에 놓인다. 2℃ 상승하면 전 세계 인구의 최대 50퍼센트가 물 부족 위기에 처한다. 현 추세로라면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은 3.7℃ 증가 예정이다. 기후협약은 우리 후손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주기 위함이 아니라 당장 이삼십 년 뒤 우리가 살아갈 세계를 고민하는 일이다.
DEFINITION_ 5년

이번 기후협약엔 196국 대표단을 비롯해 기후 단체 대표와 기업인 등 약 3만 명이 모였다. 지난 10월 3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직후 연이어 치르는 국제 행사다. 11월 1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기후협약의 핵심은 11월 1, 2일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지난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선 이후 5년마다 각 참여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20년 기후협약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미뤄졌다. 1년 늦게나마 드디어 각국의 목표를 들을 수 있다. 이번 기후협약이 평소보다 주목받는 이유다.
CONFLICT_ 눈치게임

전 세계 탄소 배출 1위는 중국이다. 4위는 러시아다. 두 나라 모두 이번 기후협약에 참석하지 않았다. 2위인 미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참여 여부를 번복한다. 3위인 인도는 탄소 감축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선진국의 넷제로 모범 달성과 개발도상국 지원을 촉구했다. 실제로 인도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전체의 4퍼센트뿐이다. 누적 배출량으로는 미국이 압도적 1위다. 2위인 중국의 두 배다. 미국은 에너지를 맘껏 써서 이미 고성장을 이룬 부자 나라다. 인도와 중국은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한 나라다. 탄소 감축은 26년째 눈치게임 중이다.
NUMBER_ 40

한국의 온실가스 목표 감축량은 40퍼센트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퍼센트를 줄이겠단 뜻이다. 2050년까지는 배출량의 100퍼센트를 줄이는 넷제로가 목표다.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이 UN에 제시한 감축 목표는 26.3퍼센트였다. UN 측은 목표 상향을 촉구했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논란의 탄소중립기본법은 목표치를 35퍼센트로 올렸다. 이젠 40퍼센트다. 현재 유럽 연합은 연간 1.98퍼센트, 미국은 2.81퍼센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연평균 4.17퍼센트를 감축해야 한다. UN 입장에선 반갑지만 기업 입장에선 의문이다.
MONEY_ 12조

우리나라 2022년 탄소 중립 예산은 12조 원 규모로 확대 편성되었다. 그러나 산업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12조가 아니라 수천조 원이 필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회사(이하 한수원)[1]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탈원전을 지속할 시 2050년까지 연평균 46조 원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년 재생에너지 설비·발전 예산은 1조 9000억 원이다. 나머지 비용은 기업의 몫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올해 한국전력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 손실에 달할 전망이다. 만약 현재의 탈탄소·탈원전 정책이 계속된다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지난 20년간의 독일처럼 말이다.
KEYMAN_ 정재훈

한수원 정재훈 대표는 10월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전 없이는 탈탄소가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다. 2017년 문 정부 출범 시점부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온 행보와 상반된 발언이다. 최근 몇 년간 한수원은 새로운 원전 건설사업보단 오래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해체사업에 치중했다. 수입은 줄고 비용은 늘었으니 재정 구조가 탄탄할 리 없다. 한수원의 순이익은 2016년 2조 5000억 원에 달했으나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 6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1481억 원 규모의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그렇다면 이번 정 대표의 발언은 급한 정책 기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존 산업군 대표의 최후 소신 발언이었을까.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탄소 중립은 수혜자보다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아닌 단계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한 이유다.
RECIPE_ 소형원전

기존 원전의 위험성을 해결할 수 있는 소형 원전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생산량이 조절 가능함으로써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이 소형 원전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소형 원전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불균일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 또한 보완할 수 있다. 원전의 에너지 원료비는 석유, 석탄보다 4배 정도 저렴하다. 안전성과 경제성 둘 다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 상품에 최근 빌 게이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탈원전 기조로 연구가 지연되는 중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2월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소형 원전 개발 논의가 오간 적 있다.
RISK_ 해체

그러나 소형 원전은 높은 건설 단가, 핵폐기물 처리 등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배제해도 사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원전은 30~35년의 수명이 다하면 해체를 권고한다. 우리나라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비용은 8100억 원이었다. 2030년까지 국내 원전 12기가 수명이 완료됨을 고려하면 원전 해체 비용은 국내에서만 10조 원에 달한다.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한 이유다. 원전에 대한 불안은 실체 없는 공포라는 말도 많다. 그러나 원전의 해체 비용만큼은 실체가 뚜렷한 공포다.
REFERENCE_ 독일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7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 가동 또한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싸기로 유명한 독일의 전기 요금은 지난 20년간 두 배가 올랐다. 유럽연합 중 가장 비싸다. 독일의 도매 전력 요금 또한 2030년까지 추가로 50퍼센트 오를 전망이다. 독일 국민들은 2000년부터 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재생에너지 부담금도 내고 있다. 부담금은 지난 20년간 34배 증가했다. 독일이 이때까지 재생에너지 산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도 새로운 현실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INSIGHT_ 탄소중립위원회

탈탄소는 기후 위기 시대의 당연한 과제다. 재생에너지가 최선인지가 논란일 뿐이다. 그러나 탈원전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그 누구도 원전 옆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마저 혹한 소형 원전이라 해도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만큼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 요금을 유지하며 에너지를 공급받을 방법은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 몇십 년이 지나도 어려울 수 있다. 기술적으로 묘수가 없다면 남은 방법은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다. 소형 원전이든 역성장이든 말이다. 그런데 올해 5월 급하게 출범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목표치만 제시했을 뿐 설득력을 갖진 못했다. 위원회 구성원 77명 중 원전 전문가는 임춘택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부교수 한 명뿐이다. 자동차산업, 철강업 종사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녹색 성장 전문가들이다. 이번 40퍼센트 목표치는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급발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진짜 탄소중립위원회가 되려면 비전을 제시할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현 산업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한 전문가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FORESIGHT_ 안심

에너지는 결국 안심의 문제다. 우리가 원자력이란 단어에 큰 공포를 느끼는 것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무시무시한 사례를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 부족 현상과 기후 온난화의 위험을 경험한 적은 없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해 듣기만 했을 뿐이다. 현 정부의 탈탄소 정책에 대해선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이 빗발치면서도 급하게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도 그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1.5℃의 세계가 깨지는 날엔 온난화가 우리에게 원전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기 전에 원전이든 역성장이든 어떤 에너지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일지 하루빨리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다. 이번 기후협약의 목표는 대외적인 선언이었다. 다음 기후협약 목표는 대내적인 합의다. 또 다른 5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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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수원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로, 수력 발전소 및 원자력 발전소를 관할하는 국내 최대 발전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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