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6월 20일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발표했다.
-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인 ‘배달 앱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 구현’ 항목이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 영양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ANALYSIS_ 영양 관리
국민의 영양 수준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지속적인 보건 관리를 위한 출발점이다. 음식을 먹을 수만 있었다면 다행이었던 과거를 지나 지금은 음식을 어떻게, 잘 먹을지 고민하는 시기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영양 관리는 생애주기, 가구 형태, 사회 계층 뿐 아니라 물가, 문화의 변화, 노동 형태의 변화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DEFINITION_ 제1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
최소한의 안전 관리가 전부였던 과거를 지나 지속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영양 정책 고도화를 위해 설립된 첫 기본 계획이다. 1960년대에는 영양 구호, 1980년대에는 영양 개선이 문제였다면 90년대 이후 영양은 ‘관리’ 차원의 문제였다. 다시 말해, 국가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중요해졌고, 개인이 건강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정책 방향이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영양 관리 로드맵을 담은 제2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도 큰 변화는 없었다. 개인의 영양 관리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국민 인식 제고, 영양 취약 계층 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DEFINITION_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
보건복지부가 작년부터 준비했던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만성 질환자 증가, 코로나19가 가져온 환경 변화와 정책 여건을 고려해 ‘건강식생활 실천 인구 증가’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중점 과제는 다음 다섯 가지다.
- 최신 영양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한 포털 구축
- 배달 앱 나트륨, 당류 조절 기능 추진
- 영양 취약 계층 대상 영양 보충 및 지원
- 국가적 재난 상황 대응 방안 마련
- 식품, 영양 성분 데이터 확대 및 활용 강화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두 번째 중점 과제인
배달 앱 나트륨, 당류 조절 기능이다.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할 때 덜 짜게 해달라는 선택 박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배달 플랫폼 측은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들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의문을 표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음식 조리에까지 관여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적 계획이고 협의체를 마련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BACKGROUND_ 변화의 싹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외식이 어려워지자 배달 시장이 커졌다. 2022년 1분기 기준 배달 음식 거래액은 약
7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일곱 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만 배달 음식 산업을 키웠던 건 아니다. 코로나는 꿈틀대던 변화의 싹을 무럭무럭 키운 것에 가깝다. 사람들은 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게 됐을까?
EFFECT1_ 가구의 변화
1980년대 가장 많은 가구 형태는 5인 이상 가구로 전체의 49.9퍼센트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1.7퍼센트로 가장 많다. 과거 가족 단위의 가구에서는 가사를 부담하는 이가 정해져 있었다. ‘밑반찬’이라 불리는 요리를 만들어 놓으면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를 했다. 배달 음식과 외식은 특별한 행사였다. 이사한 날에 짜장면을 시켜먹는다거나, 생일에 가든형 식당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 외식을 즐겼다. 1인 가구가 가장 큰 가구 형태를 차지하는 지금, 식습관과 식문화 전반이 바뀌었다. 1인 가구에게는 파와 당근을 각각 사는 것보다 볶음밥용 손질 야채 믹스를 사는 게 더 간편하고 저렴하다.
EFFECT2_ 집의 변화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대다수가 사는 집도 변했다.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은
12평 이하의 집에 거주한다. 그 중 77퍼센트는 연소득이 3천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작은 원룸에서 요리를 해먹는 일은 번거롭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 생선을 굽기 어렵고, 도마를 올리기에는 조리대가 비좁다. 1인분을 만들면 남은 식재료는 고스란히 작은 옵션 냉장고에 들어간다.
EFFECT3_ 경로의 변화
음식을 해먹기는 불편해진 반면 사 먹기는 너무도 쉬워졌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 잇츠’와 같은 배달 플랫폼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밀키트, 즉석 식품 등을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언제든 손닿는 곳에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굳이 요리를 해먹고 남은 식재료 처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EFFECT4_ 문화의 변화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더외식’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지역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7367원으로 작년 5월에 비해 약 천 원이 올랐다. 편의점은 외식을 꺼리는 직장인을 위해 점심 구독 쿠폰 등을 내놓기도 했다. 혼자 밥을 먹는 문화도 자연스레 정착했다. 혼밥하는 비율은 2019년에 비해 1.9퍼센트포인트
늘었다. 이제 혼자 밥을 먹는 건 외로운 것이라는 의미가 뒤따르지 않는다. 상황과 여건, 여유에 따라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됐고, 물가는 혼밥을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된 셈이다.
MONEY_ 참치김치볶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