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고, MZ입니다
1화

일본의 세대론과 MZ세대의 등장

일본 MZ세대는 경험을 구매하고 가치에 소비한다.
한일 관계 청신호의 열쇠가 그들 손에 있다.

©사진 : Cosmin Serban

1. 판데믹 시대의 청년 세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인 MZ세대는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사회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MZ세대는 2000년 이후 버블 붕괴나 리먼 쇼크,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19 판데믹과 같은 사회 변화를 경험한 세대다. 대략 1981년부터 1995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6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일본 청년층을 구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MZ세대는 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다. ②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한다(다만추). ③ 자신의 취향, 신념, 소신을 표출하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Out)’을 한다. ④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며, 소비에서도 최적의 만족을 위해 밸런스를 중시하는 ‘밸런스익선’을 추구한다. ⑤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자신의 만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Mysider). 평소에는 돈을 절약하다가도 자신을 위해 과감하게 소비하는 ‘플렉스(Flex)’ 행위를 통해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하기도 한다[1]. MZ세대의 가치관과 선호도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며, 균형을 추구하고 자신의 신념 표출을 중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2]

여기에 다른 나라와 상이한 일본 MZ세대의 특징은 일본의 ‘저성장기’에 자라난 세대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밀레니얼이나 Z세대라는 표현이 있기 전, 일본 내에서 주로 유토리 세대(ゆとり世代),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로 불렸다. 장기간 침체 상태인 일본 사회에 적응해가면서 욕심이 없고, 소비를 하지 않으며, 무책임하고, 다소 소극적이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언급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MZ세대는 해외여행에 친숙하고 체험 소비, 참가형 소비, 가치 소비, 탄력 소비, 응원 소비, 실패하지 않는 소비, 친근감 소비 지향 등 보다 적극적인 성향을 표출한다.

2021년 신조어, 유행어 대상
 
TOP 10
리얼 이도류[3] / 쇼타임[4]
시끄러워(웃세와) 부모뽑기(오야가챠) 곤세메 / 빗타비타[5]
젠더 평등 인류(방역 관련 사람들의 이동 행태) 스기무라이징[6]
Z세대 바가지 남작(봇타쿠리 남작)[7] 침묵 식사(묵식)[8]
 
그 외 후보에 오른 단어들
오징어게임 우마무스메 지속 가능 개발 목표 NFT
에페진[9] 팬질(오시카츠)[10] 개구리 사랑[11] 자택 요양
13살, 한여름의 대모험[12] 바나나 플릭(치키타)[13] 차탄 야라쿠 산쿠[14] 힐링(정돈하다, 토토노우)[15]
팽테크[16] 부작용 픽토그램[17] 변이 바이러스
마리토쪼[18] 가족 돌봄 청소년(영 케어러)[19] 노상 음주[20]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라는 표현이 이전의 유토리 세대, 사토리 세대와 함께 일본 세대 구분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1년 말 발표된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ユキャン新語·流行語大賞)에 Top10 단어에는 Z세대, 젠더 평등, 오징어 게임 등 일본의 사회 변화와 한국 관련 키워드들이 포함됐다. Z세대를 비롯한 일본의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부상과 함께 일본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고, 일본의 경제 호황기를 경험하지 못한, 판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으며 이들은 세계와 한국을 어떤 곳으로 바라보는가? 이 글은 일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특징을 살펴보고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차이점을 확인하며, 이들의 세계관과 한국관을 확인한다. 

MZ세대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 소비 주체이자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회의 중추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구별되면서도 사회 변화와 트렌드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더욱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에 이어 판데믹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일본 MZ세대의 특징과 대외인식 그리고 한일 관계의 변화 양상을 추적한다.
 

2. 일본의 세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일본의 세대 구분을 쇼와 시대 이후부터 살펴보면, 크게 전쟁과 고도성장을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않은 세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유년기와 청년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동시대 사람들의 공통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별 특징은 그 사회 역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세대 구분으로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버블 세대, 경제 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유토리·사토리 세대 등이 있다. 쇼와, 헤이세이, 레이와 시대에 걸쳐 등장한 주요 세대들의 구분과 다양한 명칭, 그리고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특히 MZ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1980년대, 1990년대생들을 프레셔 세대, 유토리 세대, 사토리 세대 등으로 불렀다. 밀레니얼 세대는 길게는 1980년대부터 1995년생을, 짧게는 1989년부터 1995년생을 가리키는데, 길게는 프레셔 세대, 유토리 세대, 사토리 세대를 포괄하는 것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프레셔 세대는 주위로부터 기대를 받으며 강한 압박을 받은 세대로, 일본의 경기가 좋았던 시대를 모르기 때문에 지금 현실에 특별한 불만도 가지지 않은 세대이다. 다만 앞이 보이지 않는 사회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친구나 동료를 소중히 하고, 인터넷 발신이 확산되기 시작한 시대를 경험했다. 유토리 세대는 풍부한 인간성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유토리 교육’을 받은 세대로, 이전 세대와 가치관이 크게 다르고 일보다 사생활을 우선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토리 세대는 물욕 등이 극단적으로 낮아 이전 세대가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물욕에 집착하는 번뇌에서 해탈해 마치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나온 표현이다. 

Z세대는 이 명칭이 정착하기 이전에는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다가 최근에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Z세대라는 명칭의 사용 빈도가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MZ세대로 불리기도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간에는 다소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도 있다. 최근의 젊은 세대의 뚜렷한 특징을 파악하려면 Z세대에 좀 더 집중해서 살펴봐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모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며 소비에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투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다른 사람을 연결하고 평가하는 데 민감하다는 점에서 네이티브 소셜 미디어 세대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소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도 있는데, 우선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 세계의 발전 과정을 목격하고 경험하며 개척한 세대라면, Z세대는 유아기부터 디지털 기기들이 이미 어느 정도 발전되어 있어 원어민처럼 디지털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비교

출처: JTB종합연구소 2018

  밀레니얼세대 Z세대
출생기간 1981(또는 1989)-1995년생
프레셔세대·사토리세대·유토리세대와 겹침
1996-1999년생
포스트밀레니얼세대라고도 불림
부모세대 단카이, 시라케, 버블 세대 버블세대, 단카이세대 주니어
사회환경 · 일본의 경기가 좋았던 시대를 알지 못하고 지금 현실에 불만이 적음
· 성인이 된 시기에 리먼쇼크나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을 받음
· 버블세대인 부모세대와 가치관을 공유
· 중고생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LINE 존재, 디지털 사회에 적응
· 셰어링 등 새로운 경제 형태에도 저항이 적음
· ‘유토리’세대가 아님
· 부모가 버블세대로 어렸을 때 여행 빈도가 높음
디지털
환경
· 디지털 개척자
· 2000년대에 등장한 검색엔진을 비롯해 모바일 연결, 인스턴트 메시징의 대두를 목격
· 디지털 네이티브
· 인터넷, 스마트폰, SNS 활용이 당연한 존재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무료로 많은 정보를 입수함
라이프
스타일
· 필요 이상 소유하지 않음
· 공유경제, 미니멀리즘
· 가성비 중시
·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며 사회, 환경 문제에 의욕이 높음
· 볼런티어정신(ボランティア精神)
· 챌린지정신(チャレンジ精神)
· 개성/자기다움을 추구
· 영향력을 중시
· 평등성이나 합리성을 요구

또한 부모 세대의 영향력이 자녀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가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 시라케 세대, 버블 세대 초반이라면, Z세대의 부모 세대는 대부분 버블 세대이다. ‘버블 세대 부모’의 영향력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Z세대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Z세대는 해외여행이나 사회 문제와 자원봉사 활동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다양한 소비를 구가했던 버블 세대는 거품이 빠지고 절약 생활을 하다가도 정작 가치를 인정하면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고 평가된다[21]. Z세대가 특히 개성과 ‘나다움’을 추구하고, 가치 소비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이유를 부모 세대의 특징과 연계해서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적인 맥락에서 고려해 볼 때 밀레니얼과 Z세대의 차이는 유토리 교육의 여부이다. 유토리 교육은 기존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시된 교육 제도로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고 ‘여유’ 있는 교육을 표방했다. 197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다 2002년 교과 과정을 개편하며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사고력, 표현력, 배려 등을 가르쳐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습 내용을 30퍼센트가량 삭감하고 수업 시간도 10퍼센트 정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추진하다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기초 학습 능력이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학습 능력을 저하시켰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되었다. 유토리 교육을 받은 세대를 유토리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책임감이 없다는 등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기도 했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중첩되는 시기도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 초기와 Z세대 후기는 다른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차이는 이와 같이 교육 제도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Z세대는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Z세대의 대부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16년 구마모토 지진과 같은 재해에 노출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SDGs)과 같은 사회적 이니셔티브에 익숙해 있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생활에 중점을 두고 당면한 사회 문제를 마주하는 현실주의자이면서, 거품이 터진 후 태어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접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차분하게 사회를 바라본다[22]. Z세대는 TV보다 인터넷과 SNS 등으로 뉴스를 접하며 인터넷과 항상 연결되어 있는 소셜 미디어 세대이다.
   
세대별로 정보 수집 채널이 다르다는 점 역시 세대 간의 구분을 강화하고 있다. Z세대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주로 활용하며 점차 짧은 캠페인, 챌린지 영상들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에서 좋아하는 것과 스토리를 결합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가치 소비, 물건뿐만 아니라 경험을 강조하는 체험 소비나 참가형 소비, 가치를 느끼는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그 외 부분에서 절약하는 탄력 소비(メリハリ消費),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 소비로 이어지는 응원 소비, 사전 정보 수집을 통해 실패하지 않는 맞춤형 소비, 친근감 소비 등을 지향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心が動かされるもの), 화제로 삼을 수 있는 것(話題にできるもの), 공감하는 메시지를 선호한다. 사회나 타자를 향한 공헌 의식이 높고, 응원하고 싶은 대상(推し, 최애)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대상에 돈과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특징이 있으나 MZ세대의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다움(自分らしさ)’을 중요하게 여기며,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둘째, 가치와 공감,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셋째, 소비를 통해 자신의 선호와 가치를 표현한다. 넷째, 주변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자신과 사회를 연결한다. 이러한 네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 변화를 살펴본다.
[1]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18 20대 트렌드 리포트》, 2017.
[2]
오승희, 〈한국 젊은층의 일본관 변화와 문화적 요인 분석: ‘상호 혐오의 악순환’을 넘어〉,  《일본문화학보》 87: 149~150, 2020.
[3]
LA 엔젤스 소속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일컫는 별명.
[4]
오타니 선수가 등장할 때 아나운서의 멘트.
[5]
스케이트보드에서 좋은 기술을 성공했을 때에 이른다.
[6]
도쿄패럴림픽 ‘보챠’ 종목 금메달리스트 스기무라 선수의 기술.
[7]
토마스 바흐 IOC 회장이 도쿄 올림픽을 통해 일본에 바가지를 씌웠다는 조롱을 담은 말.
[8]
코로나19 시대, 말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하는 행태를 이르는 말.
[9]
도쿄 올림픽 일본 남자 에페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일본을 진하게 감동시켰다는 의미로 생긴 신조어.
[10]
아이돌이나 배우,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자신이 좋아하게 된 대상을 응원하는 활동을 이르는 말.
[11]
도쿄 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 이리에 선수가 개구리를 좋아한다고 밝히며 유행어가 됐다.
[12]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경기에서 13살의 니시키야바 선수가 일본 역사상 최연소로 금메달을 획득할 때에 이를 중계하던 아나운서가 사용한 말.
[13]
탁구 기술로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이토 미마 선수가 자주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다.
[14]
도쿄올림픽 가라테 종목 금메달리스트 시즈미 키요우 선수가 결승에서 연기한 가라테 자세.
[15]
사우나, 휴식 등을 반복하면서 심신이 정돈된 상태를 일컫는다.
[16]
여성(Female)과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합친 신조어로 여성의 건강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신기술.
[17]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픽토그램 퍼포먼스.
[18]
이탈리아의 크림빵으로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바 있다.
[19]
가족 중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 가사나 돌봄, 간호등을 하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일컫는 용어.
[20]
코로나19 영향으로 음식점 영업 제한으로 인해 길거리에서 음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널리 쓰이게 된 말.
[21]
JTB 종합연구소, 2018.
[22]
JTB 종합연구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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