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7화

에필로그 1 ; 말 많은 뉴스를 찾아서

10여 년 전에 사회부 법조팀을 담당하다가 정치부 정당팀에 온 후배가 정치 기사의 답답함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판사의 판결문은 이 사람이 왜 유죄인지, 무죄인지 사실 관계가 명확한데, 정치 기사는 온통 정치인들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정치인은 말로 말한다. 정치인의 말속에는 민주주의와 정의도 담겨 있지만, 거짓과 포퓰리즘도 뒤섞여 있다. 요즘 밤낮으로 정치 토크 뉴스가 갈수록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참 정치는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뉴스메이커의 말을 가려서 듣고, 말의 진실과 앞뒤 맥락을 분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본문에서 소개한 홍준표와 유시민의 MBC 〈100분 토론〉이 끝난 직후 화제가 됐던 단어가 ‘요설’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시민 작가를 비판하면서 남긴 말이었는데, 이후에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는 걸 보면 그 단어가 뇌리에 꽂힌 사람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원래 요설은 ‘말 잘하는 혀’ 또는 ‘요사스러운 수작’이라는 의미다. 정치권에서 쓰일 때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발언이나 본질을 흐리는 억지 주장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우리 편이 하면 진심, 남이 하면 요설인 시대다.

미국에서 만난 한 은퇴한 공화당 정치인은 본인은 폭스뉴스를 주로 보지만, 민주당 성향의 〈레이철 매도 쇼〉를 일부러 찾아서 본다고 했다. 폭스뉴스의 주장은 대체로 예상이 되지만, 나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토크 뉴스 속에 담긴 진짜 정보와 말의 진심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뉴스 소비자가 더 스마트해져야 할 것이다.

OTT의 성장과 맞물려 토크 뉴스는 뉴스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 혹은 뉴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뉴스의 형식보다는 뉴스의 가치다. 트렌드가 바뀌어도 뉴스의 본질은 결국 신뢰다. 토크 뉴스는 재미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가치가 있고 계속 빛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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