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게임들
1화

프롤로그 ; ‘미운 오리 새끼’ 게임의 변신

2021년 전 세계 게임 산업 규모는 약 205조 원[1]이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세계 영화 산업 규모(49조)의 네 배가 넘는 수치다. 1990년대만 해도 게임은 아이들을 현혹해 코 묻은 돈을 빼앗고 정신 건강을 해치는 불량 식품 취급을 받았지만, 1980년대 초 〈퐁(PONG)〉으로 촉발된 게임 산업이 50년 이상 앞선 다른 문화 콘텐츠 산업 모두를 넘어서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0년도 안 된다. 게임은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불리며 미래를 선도하는 대표 먹거리로 자리매김했고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 대부분이 지금도 앞다퉈 게임을 쏟아 내고 있다. 반세기도 되지 않아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게임 산업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게임은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만 10만 명이 넘는 임직원이 종사하고 있고, 지금도 소규모 인디 게임부터 4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밤낮없이 개발되고 있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고, 바꾸고 있는 셈이다.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8’ 넷마블 부스
스포츠로 시작된 게임 장르는 격투, RPG(Role-Playing Game・역할 수행 게임), 어드벤처, 슈팅, 퍼즐, 시뮬레이션으로 파생됐고 2~3개의 장르를 혼합한 장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죽으며 성장하는 ‘소울라이크’나 무작위로 주어지는 환경을 극복하는 ‘로그라이크(Roguelike)’, 오픈 월드의 시초가 된 ‘메트로바니아(Metroidvania)’와 같이, 마니아들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 혼자서 즐기는 게임은 어느새 수천 명이 동시에 즐기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다중 역할 수행 게임)부터 100명이 섬에 내려 한 명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싸우는 배틀로얄 게임으로 발전했고 쌍방향 게임처럼 실제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처럼 게임에 나와 연기를 보여 주는 작품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변화를 보여 준다.

‘미운 오리 새끼’ 게임의 변신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먼저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 ‘우리가 왜 게임을 하는지’다. 누구나 게임을 접하는 시대지만, 왜 세상이 게임을 찾고 즐기게 됐는지의 근본적인 이유는 선명하지 않다. 게임 이전에도 존재했던 무수한 놀이 문화를 제치고, 게임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비밀은 뭘까? 우리는 역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도전과 사건, 플랫폼의 변화는 게임 산업의 성장 이유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 역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 넘게 게임 업계에 종사하면서 알고 싶었고 궁금했던 점을 하나씩 찾아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개발자와 소비자 관점에서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로 채우려고 노력했다. 책을 작성하며 나 자신도 배울 수 있었고, 나 자신이 게임을 사랑하게 된 이유도 고민할 수 있었다. 독자 역시 나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를 기대해 본다.
[1]
Tom Wijman, 〈2021 Global Games Market〉, Newzoo, 2021.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