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혁신의 운동화

7월 20일, explained

친환경 스니커즈 스타트업 올버즈가 위기다. 혁신의 문제는 좋은 가치가 아니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실리콘 밸리의 사랑을 받던 스니커즈,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길을 잃었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고객층 확보에 실패하여 매출은 감소했고, 현금 보유액이 줄어들며 감원을 단행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4일, 올버즈의 주가는 1.28달러로 마감했다. 기업 공개(IPO)를 한 2021년 11월 당시의 주가였던 28.64달러에 비해 95퍼센트 이상 하락한 수치다. 한때 17억 달러에 달했던 기업 가치는 지금은 2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인다.

WHY NOW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때 쿨함의 상징이던 올버즈가 이제는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핵심 소비자를 파악하는 데 미숙했고 섣부른 경영적 판단으로 확장을 시도하면서 브랜드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의 외면은 투자자의 화로 이어진다. 지금 올버즈는 IPO에 투자한 후 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이 제기되어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투자와 확장, 실패 시나리오는 올버즈만의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올버즈의 스토리를 보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보인다.
올버즈의 혁신, 친환경

캘리포니아에 대형 산불이 나고, 플로리다에서는 허리케인이 불어닥칠 때였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에 대해 경고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올버즈는 이때 태어났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신발을 혁신의 가치로 내세웠다. 올버즈는 메리노 울로 갑피를, 사탕수수 폼으로 미드솔을,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이용해 신발 끈을 만들었다. 뉴욕 쉐이크쉑 매장에서 진행한 한정판 스니커즈 팝업 스토어에 사람들은 줄을 섰고, 래리 페이지(Larry Page) 등 실리콘 밸리 테크 거물들과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올버즈를 신었다. 그러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혁신이 실패한 이유, 품질

운동화는 구입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구멍이 났다. 울 레깅스는 속이 훤히 비쳐 속옷이 보이고 모양이 유지되지 않았다. 울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보다 환경에는 좋지만 내구성은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품질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올버즈는 무리하게 매장을 확장했다. 핵심 고객에 대한 기준은 서 있지 않았다. 타깃층을 젊은 층으로 기울이면서 기존 핵심 고객인 3040에 대한 집중력을 잃었다. 젊은 층은 울버즈가 아니라 새로 뜨는 스니커즈 브랜드인 호카(Hoka)나 온(On)을 사겠다고 답했다. 기존 고객들은 내구성이 떨어지는 올버즈를 떠나갔다.

친환경의 실패?

올버즈의 실패는 친환경의 실패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환경에 이로운 제품에 지갑을 열 의향이 있다.[1] 하지만 좋은 가치만으론 안 된다. 소비의 본질, 만족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올버즈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품질과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소비자층과 회사 규모를 확장하려다 고꾸라지 사례다. 그 확장의 재료는 친환경, 그리고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이었다. 올버즈는 탄소 음성 물질을 사용한 ‘M0.0NSHOT’ 신발 라인을 통해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하는 탄소 제로 신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구성 없는 탄소 제로 상품은 의미가 없다. 수명이 짧은 제품은 더 자주 구매되고, 더 자주 생산되며,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컨설팅사 맥킨지의 추정치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4퍼센트를 차지했다.

문제는 실현이다

친환경에 대한 올버즈의 문제 의식은 유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이용한 그린 워싱이 되었다. 좋은 가치를 내세웠으나 그것을 실현시키지 못한 채 투자자들의 돈을 증발시킨 것은 올버즈만의 일은 아니다.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는 공유라는 가치를 내세워 워크 플레이스의 혁신과 플랫폼화를 표방했으나 무리한 기업 확장으로 가치를 손상한 경우다. 투자자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손을 대며 위워크의 몸값은 뛰기 시작했다. 기업 공개 일정에 맞춰 과도하게 지점을 늘리는 등 더욱 몸집을 부풀렸다. 그러자 공유와 환상과 혁신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사무실,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위워크 서비스의 본질이 드러났다. 지난 4월, 위워크의 주식 종가는 50센트 아래로 떨어졌고 주가 폭락으로 인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부적합 통지를 받아 상장 폐지 위기를 겪고 있다. 애플TV+가 위워크 스토리를 조명한 드라마 〈우린폭망했다(WeCrashed)〉를 만든 건 덤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미국 HBO 드라마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제품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make the world a better place)’이라고 선언한다. 실리콘 밸리 제작자 마이크 저지는 이 장면을 넣은 이유를 두고 자본주의의 우스꽝스러움을 이야기한다. 창업자들은 회사를 가능한 한 크고 수익성 있게 만들고 싶어 하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말로 욕망을 가린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올버즈가 기업 공개를 하기 전 이미 올버즈의 기업 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매출 성장 둔화와 동종 업계 경쟁력 등에 있어 올버즈는 수익성 없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올버즈의 기업 가치는 더 깨끗한 세상에 대한 이상이 만든 거품이며 그 내실이 없다는 것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자 드러난 냉정한 사실이었다.

냉정한, 돈

세상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창업가들이 말하는 가치나 의지가 아니라 실현이다. 그 실현에는 돈이 필요하다. 금리 상승과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 시장은 얼어붙은 상태다. 최근 몇 년간 주식 시장에 상장된 스타트업의 주식 가격은 하락했다. 북미 기준 2023년 1분기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463억 달러로, 2022년 1분기 대비 46퍼센트 감소한 수치다. 스타트업의 옥석이 가려지는 지금, 옥과 석을 가르는 것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 그들의 수익성이다. 한때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했던 투자사들은 지금은 지표와 실적을 원하고 있다. 스타트업에게서 환상적인 유니콘의 모습이 아니라, 현실적인 기업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버블

얼어붙은 투자 환경이지만 한 분야만큼은 활발하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투자 열기의 군불을 쬐려는 스타트업들이 회사 내부에 AI 개발 인력이 없는데도 회사 소개서에 AI라는 키워드를 넣고 있다. 출범한 지 4주밖에 되지 않은 프랑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트랄AI는 아직 제품이 없는 상태로 시드 단계 모급에서 1400억 원이 넘는 돈을 조달하기도 했다. 증권 전문지 〈마켓인사이더〉는 인공지능 기술주 급증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의 양상과 유사하다며, 곧 붕괴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T MATTERS

투자는 미래 가치를 보고 이루어진다. 투자 상품에 끼어 있는 거품은 사람의 욕망을 자극시키고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17세기의 튤립 버블부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엄청나게 버블이 끼었다가 빠진 후의 모습을 너무 많이 봐 왔다.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개인이었고, 속은 것은 그 가치에 공감한 사회 전부였다. 올버즈로 치면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믿은 사람들, 위워크로 치면 공유라는 가치를 믿은 사람들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버블이 바뀌는 주기가 점점 더 빨라진다는 점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2017년 의 가상 화폐 버블, 2021년 메타버스와 NFT 광풍과 2023년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유행하는 주식 종목이 바뀌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돈이 거품이 빠질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옥석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1]
대한상공회의소의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