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파이닝 REDEFINING
3화

당근마켓, 동네가 곧 커뮤니티다

동네의 가치를 재조명하다


당근마켓이 세상에 나오기 전, 사람들은 대부분 온라인의 ‘중고나라’와 같은 형태의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고 물품들을 거래해 왔다. 지역보다는 서로가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으로 거래 대상자를 찾는 구조라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물품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대부분의 거래는 직거래가 아닌 택배를 통해 이루어졌다. 택배 거래의 특성상, 구매자는 택배로 물건을 받아 보기 전 미리 대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판매자가 물품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악용한 중고 거래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다.

당근마켓이 처음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작은 판교의 일부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판교장터’였는데, 판교장터는 원래 판교테크노밸리에서 IT 종사자 간에 IT 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당시 카카오의 사내 중고 거래 게시판이 활성화되던 것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판교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서로 중고 물품을 거래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 회사원들뿐만 아니라 주변 거주자들의 이용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시장의 확실한 니즈가 있음을 확인, 3개월 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담은 당근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점차 서비스 범위를 늘려 결국 전국 단위의 서비스를 론칭하게 됐다. 당시 이미 대형 중고 거래 플랫폼이었던 중고나라 등에 비해 인지도는 확연히 낮았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고 직거래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면서 이제는 중고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기존의 중고 거래 플랫폼과는 달리 동네별 커뮤니티를 통한 직거래를 권장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위치 기반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인증하는 동네 인증 절차를 거쳐 회원 가입을 하게 되며, 반경 4~6킬로미터 내외 동네 생활권을 바탕으로 동네 이웃 간 중고 거래가 가능하다.

사업으로서 당근마켓의 출발점은 중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기 혹은 전문 판매업체들의 활동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기존 중고 거래 사이트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전문 판매업자가 끼어있으나, 당근마켓의 경우 ‘진짜’ 이웃 주민과 ‘직접’ 거래할 수 있어 사기의 위험이 적고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처음엔 단순히 동네 주민과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출시되었으나, 점차 ‘벌레 잡아 주실 분’, ‘동네 산책하실 분’, ‘가구 옮겨 주실 분’ 등을 찾는 게시물이 늘어나면서 단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닌 지역 사회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중고 물품 거래 시에도 “집에 사과가 많이 있어 몇 개 드린다”라거나, “물건 사 주시는 것에 감사해서 과자 몇 개 넣고 작게 편지도 써 봤다”는 등 현대 사회에서 뜸해졌던 ‘덤 문화’ 또한 부활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비대면화하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나서 함께 소통하도록 함으로써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이 다시금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 대표를 만나 당근마켓 론칭 당시의 이야기와 초창기 전략에 대해 물었다.

 

6킬로미터, 하이퍼 로컬의 조건


당근 마켓은 하이퍼 로컬 중고 거래 시장의 개척자로 불린다. 초기부터 ‘하이퍼 로컬 시장’을 겨냥했나.

원래 처음 판교장터를 시작할 때 지역 주민들끼리의 중고 거래를 연결하고 그걸 발전시켜서 동네 커뮤니티로 만들자는 비전이 있었다. 동네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동네 주민들을 연결해 동네 주민들끼리 소통하고 무언갈 나누다 보면 생겨날 수 있는 가치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 대표 ©사진: SBS
동네를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 보통은 시장을 넓히는 것에 주목하지 않나.

인터넷 보급 이후 거리 제한 없이 정보가 연결되고 소통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가까이 있는 주민이나 동네의 연결이 의외로 소외되고 잊히는 것 같았다. 동네 주민들을 연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이웃 주민과 활발히 이뤄지던 소통을 재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창기 전략을 세울 때 중점을 둔 포인트는 어떤 것이었나?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어떤 주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중고 거래로 키워드를 잡았다. 그러고 나니 이용자들로부터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들처럼 동네를 넓혀 달라, 더 넓은 지역도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이 많이 왔다. 하지만 우린 고집스럽게 동네 주민만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런 점을 이용자분들이 오히려 많이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타트업으로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고 특정 원칙을 지킨다는 게 쉽진 않았을 거 같다.

차별화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는 다 거리 제한 없이 연결해 주고 있지 않나. 당근마켓만큼은 좀 차별화해서 동네에서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김재현, 김용현 공동 대표 모두 카카오플레이스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잘 안 됐던 것으로 안다. 그 시행착오가 원칙을 고수한 이유였나?

그때도 비슷한 비전으로 동네를 연결하려고 시작을 했다. 그런데 해보려는 시간 자체가 좀 짧았던 것 같다. 당시 카카오플레이스는 동네 연결이라기보다는 지역에 있는 맛집이나 정보를 교류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류의 정보는 동네에서 빈번하게 필요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좀 더 자주 사용할 수 있고 더 많은 사용자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뭘까 하다가 동네 주민들끼리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중고 거래를 떠올린 것이다. 게다가 이건 순환 경제의 관점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개발자이기도 하다. 동네의 기준을 6킬로미터 정도로 잡았는데 그 숫자는 어디서 나왔나. 왜 6킬로미터인가?

동네 범위 설정에 있어 시행착오도 있고 실패도 있었다. 처음엔 우리도 구 단위처럼 조금 큰 규모로 연결을 하려 했지만 사실 잘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구의 경계에 거주하는 이용자는 구가 달라도 바로 길 하나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연결도 있다 보니 좀 더 가까운 동 단위를 설정하고 그 동을 벌집처럼 연결해서 정말 가까운 주민들끼리만 연결될 수 있게끔 기술적으로 구현했다. 그러니 확실히 활성화가 잘 됐다.

지금도 현재 수도권이나 서울 같은 경우는 한 2~3킬로미터 정도로 거리가 더 좁다. 실제로는 6킬로미터보다 더 좁게 연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이용자들이 더 편하게 거래할 수 있고 유의미한 정보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중고 거래보다 커뮤니티인 ‘동네 생활’이 조금 더 범위가 좁다. 지역에 따라 2~3킬로미터보다 더 좁을 수도 있다. 이건 동네 활성화 정도에 따라 자동으로 설정이 되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하이퍼 로컬로 좁혀 서비스하며 사업의 성공을 확신케 한 지점이나 반응이 있었나?

완전 초기에는 이용자가 없다 보니 전 직원이 나가서 전단지를 붙여가며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던 당시 우리 당근마켓 서비스가 좋다는 입소문이 동네 커뮤니티 같은 데 퍼지더라. 동네 맘카페나 동네 커뮤니티 등 여러 게시판에 퍼지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이용자들의 재방문 빈도도 점점 올라가며 어느덧 동네 주민들이 생각보다 자주 방문하는 서비스가 되어 있었다. 이것을 데이터로 확인했을 때 사업이 잘될 것 같다고 확신이 들었다.

당근마켓은 사람 냄새 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것 같다.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없는 다양한 게시글이 올라왔을 때 어땠나. ‘우리가 의도한 대로 됐다’는 반응이었나?

그렇다. 판교장터 시절에도 동네 자유 게시판을 열고 그런 활동이나 교류들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유 게시판을 내리고 중고 거래에 집중하는 기간을 3~4년 정도 가졌다. 이후 다시 동네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 기능을 재오픈했고, 그 시점부터 조금씩 그런 활동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은 동네 생활 커뮤니티도 많이 활발한 것 같다. 활성화하기 위해 뭔가 판을 깔아 주는 전략이 있었나?

전략보다 중요한 건 정말 같은 동네라는 공감대가 있는 주민들끼리 모아 줘야 그들끼리 소통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동네의 범위를 좀 더 넓게 잡는다든지 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은 이유다. 정말 동네 주민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거기서 동네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나오고, 어느 가게가 갈 만한지 어디가 친절한지 어디서 무슨 좋은 세일을 하는지, 어디에 무슨 모임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다루게 되더라. 동네 범위를 좁혀 이용자들이 진짜 동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을 보니 좋았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그리고 당근마켓


중고 거래엔 이른바 ‘삼대장’이 있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그리고 당근마켓이다. 현재는 당근마켓이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이라고 하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중고나라는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기반의 중고 시장을 가장 먼저 연 선두 주자다.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큐레이션 중고 플랫폼’의 새 지평을 열었다. 얼핏 생각하면 당근마켓이라는 거대 후발 주자가 나타남으로써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각각의 성장세가 하락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각각이 서로가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 비즈니스를 잘 발전시키고 있는 추세다.

중고나라
중고나라가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처음 시작되기 전까지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필요 없는 물건이 있으면 이웃과 나누거나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중고나라는 단순한 커뮤니티로 시작됐다가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2013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회원 수는 2021년 기준 누적 2500만 명으로, 2022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500만 명이다. 가장 먼저 시작된 중고 거래 플랫폼답게 중고나라에서는 온갖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다. 중고나라의 특징 중 하나는 플랫폼 내에서 중고 물품의 시세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체 거래량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중고나라에서의 중고 거래는 택배 거래를 기본으로 하며, 안전 거래를 위해 ‘중고페이’라는 이름의 안전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나라 수익은 이 중고페이를 통한 결제 수수료(4퍼센트)와 배너 광고, 셀러 회원 제휴, 가맹 사업 등을 통해 발생한다. 수익화를 위해 자체 앱을 론칭했으나 여전히 비즈니스의 중심은 네이버 카페다. 앱 사용자는 아직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번개장터
번개장터는 2011년 설립된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네이버 카페 중심으로 움직이던 중고나라와 경쟁하기 위해 최초로 모바일 앱 서비스로 시작됐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 ‘취향’이라는 색깔을 덧입힘으로써 중고나라, 그리고 당근마켓과의 차별성을 두는 데 성공, 2021년 기준으로 누적 1700만 명의 회원 수와 660만 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중고 거래 사기, 짝퉁 판매 등의 문제로 중고나라에서 번개장터로 넘어온 이용자가 많은 만큼, 정품 검수 서비스 도입을 통해 중고 거래 투명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또한 취향 큐레이션 중고 플랫폼을 표방하기에 타깃팅이 잘 되는 인기 브랜드 위주로 앱을 개편하고, 선호 브랜드를 최대 20개까지 선정할 수 있는 ‘브랜드 팔로우’ 제도를 도입하며 타사와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저히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는 경쟁사와는 달리 인기 있는 브랜드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판매 수익을 달성하고 있으며 번개페이라는 이름의 안전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수수료 기반의 수익 또한 발생시키고 있다.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중고나라, 번개장터와 같은 종류의 ‘중고 거래 플랫폼’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고나라와 번개장터가 자주 함께 언급되는 것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중고 거래를 위해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 모델이나 서비스 특징 등 다방면에서 두 서비스와 당근마켓은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지 않는 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이 플랫폼 내에서 중고 거래를 할 때 안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데,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 간 중고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중고페이나 번개페이와 비슷하게 사용될 수 있는 당근페이를 론칭했으나, 이 서비스는 현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거래액은 번개장터에 준하는 수준인 2조 원 규모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당근마켓이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거래액으로부터 수익을 발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나 당근마켓은 전혀 다른 방향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플랫폼 내 중고 시세 검색과 인기 브랜드 큐레이션, 정품 검수 서비스와 같이 중고 거래 활성화 그 자체를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전국구의 하이퍼 로컬 커뮤니티들이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에게 중고 거래는 많은 이용자들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이제는 그렇게 형성된 풍부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어떻게 동네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당근마켓의 정체성을 단순히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며, 당근마켓의 경쟁자는 중고나라, 번개장터가 아닌 동네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든 생활 밀착형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다.

 

독특한 수익 구조


당근마켓의 가입자 수는 2022년 8월 기준 누적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월평균 1800만 명의 사용자가 하루 평균 20분의 시간을 당근마켓에 할애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근마켓을 애용하게 된 걸까? 김용현 공동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고객 신뢰 덕분”이라고 답한 바 있다. 중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인데, 동네 주민과 직거래하는 콘셉트가 메인인 당근마켓에선 사기를 당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에서는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의 ‘매너 온도’를 확인하고, 과거 판매 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로 간의 신뢰를 쌓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기에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재거래율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근마켓 사업의 출발점은 중고 사기 피해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됐다. 많은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중고 사기 방지를 위해 안전 거래와 같은 결제 수단 등을 동원하지만 당근마켓은 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이용자의 ‘동네 인증’과 동네 안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반경 4~6킬로미터는 생각보다 좁은 범위로, 중고 사기 의도가 있는 사용자라 할지라도 본인의 거주지에서, 그것도 직거래로 사기 행위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이용자의 신뢰도 있고 이용률도 높지만 중고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당근마켓은 무엇으로 돈을 벌까? 현재 주된 수익원은 개인이나 소상공인의 지역 광고로부터 발생한다. 당근마켓을 그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생각해 왔다면 정작 중고 거래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 독특하게 보일지 모른다.
당근마켓을 통한 지역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경쟁사 대비 경쟁 우위는 바로 지역 사회 구성원에게 핀포인트 광고(지역 기반의 매장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구의 불특정 다수가 아닌 주변에 실제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매출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까지 당근마켓을 통한 직접 거래는 불가능하다. 이용자들이 광고주들의 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 별도의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처럼 당근마켓은 하이퍼 로컬 커뮤니티 중심의 중고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용률에 비해 수익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지역 기반의 핀포인트 광고 외에 아직까진 굵직한 수익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257억 원의 매출액 중 무려 254억 원이 광고로부터 발생했다. 추가 수익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당근마켓은 지역 광고 외에도 당근페이와 같은 결제 서비스의 도입과 함께 당근마켓 플랫폼을 통한 전국 단위의 지역 상인 상품 판매(플랫폼을 통한 직접 구매 및 결제 서비스)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한 판매 수수료 수익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당근마켓은 지도 서비스, 부동산 직거래, 중고차 직거래, 당근 알바와 같은 지역 기반 서비스들을 고도화할 예정이며, 청소, 교육, 편의점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전문 업체들과 함께 O2O(Online to Offline) 영역으로의 진출 또한 계획 중이다. 해당 서비스들의 이용률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이용자 수 또한 증가할 경우, 판매 및 중개 수수료 등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모델에 더해 광고 수익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현 공동 대표는 취약한 수익 모델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그는 지역 광고 자체가 하나의 가능성이 될 것이라 말한다.

 

지역 광고라는 가능성


당근마켓의 성장 과정에서 변곡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당근마켓은 7년 반 정도 꾸준하게 성장을 해오고 있다. 성장세는 계속 있었지만 변곡점이라면 역시 코로나19를 들 수 있겠다. 코로나19로 2020년 초부터 오프라인에서 대면 활동이 제한되고 전반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들의 트래픽이 확 늘지 않았나.

그런데 당근마켓은 온라인 서비스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대면 거래를 권장하는 독특한 포지션이었다. 이 때문에 트래픽이 좀 줄지 않을까, 서비스가 하향세를 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동네 주민들이 외출을 줄이고 오히려 동네에 머물게 되면서 동네에 있는 걸 더 찾게 된 거다. 게다가 집에 있으면서 ‘안 쓰는 물건들을 팔아 볼까’, 아니면 ‘집을 새로 꾸며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당근마켓을 이용할 동인은 더 커지게 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집과 자신의 동네에 대한 관심사가 커지다 보니 당근마켓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인가? 비대면 상황에서 대면 거래 위주의 당근마켓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게 흥미롭다.

성장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에 ‘문고리 거래’라는 말이 생겼는데 뭔가를 거래할 때 대면 거래가 어려우니 문고리에 걸어놓고 가는 식의 거래를 뜻한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비대면 거래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최근 투자받을 때 기업 가치가 3조 원에 가깝게 올라갔다. 선발 주자던 중고나라나 번개장터보다 훨씬 몸값이 높다. 투자자들에게 중고 거래 플랫폼 이상으로 인식된 것일까?

창업 초부터 우리는 중고 거래만을 목적으로 서비스하겠단 생각이 없었다. 외형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보이기에 그렇게 바라보는 이용자들이 많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역에 필요한 연결을 하나씩 해나가자는 비전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중고 거래를 넘어 좀 더 다양한 연결을 해보고 싶다. 대표적인 게 동네 모임이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 모임이나 식빵 만들기 같은 쿠킹 클래스를 연결할 수도 있다. 동네에 있는 소상공인분들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온라인 쇼핑이 늘었지만 여전히 동네 상가에서도 물건을 자주 사지 않나. 빵집이나 정육점 등 다양한 가게를 연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고 거래 서비스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확장 또는 유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나.

커뮤니티를 제외하고 중고 거래 자체도 되게 큰 트래픽을 가지고 있어 머신러닝, AI 기술을 이용해 많은 부분을 개선하려고 한다. 판매자는 동네 주민들에게 더 잘 판매할 수 있게, 구매자는 좀 더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게 개인화하고 추천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중고 거래를 전문으로 하기보다는 동네를 연결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다르다.

게다가 중고 거래 물품 중에도 동네에서 거래해야만 더 편한 물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유모차, 자전거, 가구 등 부피가 크고 옮기기 힘든 것들은 동네 주민들끼리 거래해야 훨씬 좋다. 우리가 집중하는 건 이런 것들이다. 돈을 벌려고 하는 거래보다 동네 사람들과 나누고 교류하고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중고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벌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2021년 영업 손실은 356억 원 정도로 적지 않았다. 수익 구조가 약하지 않냐는 의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창업했을 때부터 중고 거래 수수료를 언제 받을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걸 받기보다 중고 거래는 중고 거래대로 놔두고 지역 주민을 모았다는 점에 집중해 수익 모델을 그렸다. 지역에서 광고하고 홍보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광고 툴을 열어주는 방식을 생각한 것이다. 지금도 지역 광고를 하고 계신 소상공인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비즈 프로필’이라는 동네 가게 프로필을 통해 이용자들과 연결된다. 이런 형태로 수익 모델을 찾아보려 한다.

대표 입장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중고 거래에서 트래픽이 막 몰려드는 게 눈에 보이는데 수수료를 안 받는다는 것이.

그래도 지역 광고로도 충분한 수익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지역 광고가 수익의 80퍼센트 정도인데 액수로 보면 200억 원 대 중반으로 크지 않다. 누적 가입자가 3000만 명인데 이것으로 만족할 수 있나?

지역 광고와 비즈 프로필을 더 개인화해서 잘 연결하다 보면,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을 거로 생각한다. 누구나 다 저렴하게 물건을 사고 싶어 하고, 또 잘 팔고 싶은 마음이 있다. 더 많은 이용자가 몰려들수록 이 지역 광고 시장 자체가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인터넷 시대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지역의 콘텐츠도 점점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지 않나. 지역 광고라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단순한 지역 홍보 광고나 소상공인의 가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과도 연계하며 확장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직접 무언갈 운영한다기보다 기존에 있던 업체를 잘 연결해서 광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네에서 이런 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는 많다. 청소나 부동산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이뤄져야 하는 서비스다. 때문에 이런 서비스는 모두 위치 기반 지역 광고를 원한다. 그런데 그런 지역 광고를 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별로 없다. 동네를 타깃하고 지역 광고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이 당근마켓이기 때문에 지역 광고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이다.

 

악성 게시물과의 전쟁


수익 구조와 별개로 당근마켓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하지만 성장과 동시에 다양한 잡음 또한 발생하고 있다. 워낙 많은 이용자가 게시글을 작성하다 보니, 당근마켓이 미처 시스템적으로 필터링하지 못한 게시글이 등록되고, 또 이것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례로 2020년에는 신생아를 유료로 입양(판매)하고자 하는 한 이용자의 글이 당근마켓에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수분간 이용자들에게 노출됐는데,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곳에도 퍼지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당근마켓은 해당 게시글을 신속하게 숨김 처리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AI 시스템을 통해 해당 게시물을 미리 필터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근마켓에서는 AI가 매일 업로드되는 수십만 건의 게시글 중에서 마약이나 총기와 같은 금지 품목을 찾아내 삭제하고, 사기꾼이나 전문 판매업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해당 AI는 기본적인 금지 품목 외에도 이용자들이 신고하여 처리된 게시글을 기준으로 금칙어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적절하지 않은 게시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게시글을 사전에 검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 신고 제도를 강화하고, 키워드를 정교화하며 AI·머신러닝 기술 강화를 통해 문제 게시글을 더 세분화해 필터링하고자 한다.

당근마켓은 문제가 되는 글을 작성하거나 사기 행위를 한 이용자에게 엄격한 사후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근마켓에서 이용자가 사기 거래를 시도하거나 실제로 실행하면 그것이 비록 단 한 건일지라도 최고 수위의 제재가 들어가 이용 정지를 당하게 되며, 재가입도 불가능하다. 해당 이용자가 다른 전화번호로 가입을 시도하더라도 시스템을 통해 동일한 인물임을 판별, 즉시 차단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일으킨 사용자가 당근마켓을 탈퇴하더라도 해당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추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될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해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다.

당근마켓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당근마켓이 직면한 도전은 가볍지 않다. 나쁜 목적을 가진 사용자들의 게시글 작성 요령은 당근마켓 팀이 AI 필터링을 업데이트하는 것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몇 악성 게시물이 커뮤니티나 언론을 통해 퍼지며 당근마켓 플랫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수익화에 대한 부분 역시 의문점이 남는다. 현재의 주된 매출원인 지역 광고 외에도 지역 사회에서 수익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이 이룬 성과 역시 만만치 않다. 누적 가입자 수 3000만 명 이상을 달성하며 모든 플랫폼 서비스의 염원인 풍부한 트래픽 생성을 이룬 것은 물론 전국을 자잘한 하이퍼 로컬 커뮤니티로 쪼개는 것에도 성공했다. 이제는 이 각각의 커뮤니티를 개별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당근마켓은 성장통을 넘어 안정적인 하이퍼 로컬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김재현 공동 대표에게 물었다.

 

성장통을 넘어, 세계로


규모가 커지면 성장통도 뒤따른다. 요즘 휴대 전화 등을 거래 물품으로 올리면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게 나중에 만나 보면 업자였다는 피드백도 있다. 취지와 어긋난 활동엔 어떻게 대응하나?

중고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자들은 사실 요즘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7년 전부터 꾸준히 계속 있었다. 우리도 진짜 이 동네에 사는 이용자들끼리만 거래할 수 있게끔 최대한 그런 분들을 필터링하는 등의 기술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업자분들도 방식을 고도화한다. 최근 들어 그런 사례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들리긴 하지만 우리 역시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식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인터뷰 중인 SBS 정명원 기자와 김재현 대표 ©사진: SBS
당근마켓에 올라온 부적절한 글이 다른 커뮤니티에 퍼져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반사회적인 악성 게시물은 어떻게 필터링 중인가?

그나마 당근마켓의 피드는 동네별로만 볼 수 있는 C2C(소비자 간 상거래) 게시판 성격이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게시물이 퍼지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긴 하다. 그럼에도 1~5초 이내에 그런 게시글을 판독하고 안 보이게끔 하는 기술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머신러닝, AI 기술이 지금도 계속 콘텐츠를 필터링하고 있다. 자동으로 걸러지는 시스템을 강화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필터링이 안 되는 소수의 악성 게시물들에 대해서는 유저 신고 등 사용자 인풋을 받는 걸 유도하기도 한다. 신고가 이뤄지면 더 빠르게 처리되게끔 고도화하고 있다.

요즘 해외 시장에서도 하이퍼 로컬 개척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 전략은 무엇인가?

당근마켓은 처음에 판교라는 지역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현재 일본과 캐나다로 진출하고 있는데 이처럼 해당 국가에서도 특정 지역을 먼저 겨냥하려 한다. 그 특정 지역의 이용자부터 잘 쓸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모바일 발전이 빠른 편이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활용하는 수준도 높다. 모바일 시대에 잘 안착시킨 우리의 서비스를 비슷한 나라에서 뿌리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다. 현재 해외 시장에 진출한 지는 한 2~3년 정도 됐다. 따라서 이제 막 시작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개척자들에게 묻는 공식 질문이다. 어디선가 또 다른 개척을 꿈꾸고 있을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은 기술이 발전하고 급변하는 시대지 않나. 평상시에 안주하지 말고 늘 새로운 쪽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곳에서 기회를 찾으면 좋겠다. 당근마켓도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며 동네 이웃을 모바일로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환경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배우고 적용하고 실험해 보는 이 사이클을 빠르게 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실패했건 흥했건 가설을 설정해 그걸 빠르게 이용자들과 실험해 보고, 거기서 배우고, 그 배운 것을 토대로 시야를 넓히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 그 배움을 기반으로 또 다른 걸 할 수도 있다. 한 발짝 한 발짝씩 끊임없이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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