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파이닝 REDEFINING
2화

토스, 금융은 쉬워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은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탈레스 S. 테이셰이라(Tales. S. Teixeira) 교수는 저서 《디커플링》 에서 ‘기술 혁신’이 아닌 ‘고객 중심의 관점’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즉, ‘기술’이 아닌, ‘고객 주도형 혁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비즈니스 생태계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 주도형 혁신으로부터 발생하는 가치 창출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디커플링(decoupling)’을 통한 ‘디스럽션(disrup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

한국에서는 그간 핀테크 비즈니스에 대해 ‘어렵다’ 혹은 ‘한국의 금융 산업에서는 급진적인 혁신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을 깨고 고객 주도형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핀테크를 개척한 기업이 있다. 현재 핀테크 서비스 분야의 유니콘이며 데카콘을 향해 성장해 나가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다. 토스는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한 계좌 이체를 할 수 있는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계좌 이체해”라는 말 대신 “토스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금융 시장의 ‘디스럽터(disrupter)’로 등장했다.

기존 서비스의 경우, 모바일 뱅킹을 하기 위해서는 앱이나 PC에서 공인 인증서를 설치하고, OTP를 신청해 발급받은 후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의 계좌 번호를 정확히 입력해야만 송금이 가능했기 때문에 복잡한 계좌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이처럼 별다른 가치를 창출하지도,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을 ‘가치 잠식 활동’이라고 한다. 고객들은 토스가 등장하기 전 가치 잠식 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금융 서비스를 수수료까지 내가며 이용해야 했다.
토스는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가치 활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라는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격언처럼, 새로울 것이 없어 보였던 송금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했다.

서비스 플로우를 파악하기 위한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그려 보면 토스가 고객의 ‘가치 잠식’되는 부문을 얼마나 줄였는지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토스가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의 고객 여정 지도를 살펴보면, 이전의 고객에게 불편함을 유발했던 불필요한 공인 인증서 설치-OTP 신청-복잡한 비밀번호-상대방 계좌 번호 물어보기의 과정들이 사라지고, 앱에서 전화번호만으로 계좌 이체가 가능해짐으로써, 고객의 문제(pain point)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스가 창업할 당시 핀테크 비즈니스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많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핀테크를 만들 기회는 얼마든 있었음에도 라이선스 없이는 금융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IT 업계 내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토스는 이러한 고정 관념에 대해 “고객에 대한 진정성”이 있으면 깨뜨릴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제껏 고객들이 감수해 온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바꿔 나가는 데 집중함으로써, 토스는 결국 핀테크라는 영역의 개척자가 되었다.

등장부터 현재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에 토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토스는 2021년 유튜브에 5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1982년생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3년간 전남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외딴섬 암태도에서 지냈다. 공중 보건의로 군 대체 복무를 하며 그는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고 전해진다.

수많은 인문학 서적을 읽는 와중에서도 특히 그를 매료시킨 것은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공화주의(Republicanism)다. 루소는 대표적인 사회 계약론자로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려면 모두가 사회 참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감복한 이 대표는 2013년 공중 보건의 소집 해제 바로 다음 날 사업자 등록증을 낸다. 회사 이름인 비바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는 ‘공화국 만세’라는 뜻으로 프랑스 대혁명 당시 민중이 외치던 구호다.

토스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승건 대표의 철학을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동참하는 것’이 토스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토스가 제시한 것은 바로 이 철학이 담긴 미션의 결정체다.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을 고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물론 토스가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들고나와 시장을 성공적으로 장악한 것은 아니다. 모든 개척에는 부침이 있다. 스브스프리미엄은 서현우 토스 최고 전략 책임자 CSO를 만나 핀테크 출시의 배경과 초기의 구상을 물었다.

 

8전 9기로 탄생한 토스


“금융 산업은 혁신이 어렵다”, “한국에서 핀테크가 되겠냐” 같은 말이 이 시장에서 지배적 의견이었다. 초창기 토스는 어떤 가능성을 보고 핀테크에 주목했나?

초기 창업팀은 사실 핀테크를 하겠다, 우리나라에 금융을 혁신하겠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하진 않았다. 이미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모바일에서 어떤 특정 앱을 하나 만들겠다, 그걸 통해 모바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실 많은 실패를 했다. 초기 창업 팀의 기준에서 토스는 아홉 번째 아이템이다. 여덟 개나 되는 아이템은 다 망했다.
서현우 토스 최고 전략 책임자(CSO) ©사진: SBS
앞선 아이템들은 비슷한 사업 계열이었나?

전부 달랐다. 모바일 앱이라는 공통점뿐이었다. 실패가 거듭되니 마음가짐도 점점 바뀌어 갔다. 그전에는 이런 거 좀 한번 해볼까? 이거 좋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어떤 것을 해야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지 고민한 끝에 논의된 것 중 하나가 ‘간편 송금’이라는 영역이었다. 이때부터 핀테크로 닻을 올렸다. 간편 송금 문제를 혁신한다면 큰 성취겠다, 대박이겠다 이런 기대감으로 몰입했던 것 같다.

당시 핀테크의 어떤 가능성을 봤냐고 한다면 글로벌 사례였다. 미국은 당시 벤모(Venmo)라든지 스퀘어사의 캐시앱(Cashapp)이라든지, 이미 송금과 결제 영역에서 혁신 사례가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서비스로 커가고 있었다. 한국에도 분명히 금융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트렌드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토스는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거둔다. 월 이용자 수가 1500만 명가량으로 국내 금융 앱 중 1등인데 주 고객은 20~30대다. 처음부터 이들을 겨냥해 전략을 세웠나.

20~30대만을 겨냥한 적은 없다. 그냥 금융 하면 토스를 떠올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려는 것에 가까웠다. 금융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개선해 베니핏(이익)을 주면 그러한 인식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초기 타깃과 확장 전략은 핀테크 사업의 특수성과 맞닿아 있다.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은행들과 연동을 해야 하는데 초기엔 은행들이 연동을 잘 안 해줬을 거 아닌가. 특히 큰 은행들이 그랬다. 처음에 가까스로 기업용 은행 서비스인 펌뱅킹(firm banking)을 기업은행과 연계했고 그다음에 부산은행, 경남은행 이렇게 연계를 하면서 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해당 은행들의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일례로 울산에 있는 유니스트(UNIST)라는 대학교가 경남은행을 썼는데 그러면 거기 학생들은 다 경남은행 계좌가 있을 것 아닌가. 그러면 유니스트에 가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식으로 이용자를 모았다. 즉, 전략을 갖고 20~30대를 겨냥했다기보다는 고객이 있는 곳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20~30대 위주로 먼저 성장한 건 맞다. 서비스 초기, 토스의 서비스에 훨씬 더 열광한 건 20~30대다. 당시 인터넷 뱅킹의 송금은 액티브엑스(ActiveX)도 설치하고 공인 인증서도 깔아야 하는 등 무려 8~9단계를 거쳐야 했다. 우리는 이걸 세 단계로 줄였다. 이런 간편함이 20~30대에 훨씬 더 빠르게 소구됐다. 송금을 주로 많이 하는 게 20~30대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 20대 인구의 85퍼센트, 30대의 72퍼센트, 40대의 57퍼센트가 토스 이용자다.

젊은 층을 타깃한 이벤트가 많기도 했다.

초기의 이벤트를 모아 보면 20~30대의 여러 요소가 섞인 복합물 같기도 하다. 구전 마케팅 방식인 리퍼럴(referral)이 주효했고 공유하기 좋은 형태의 이벤트[2]가 많았다. 아무래도 젊은 층이 훨씬 더 반응하는 이벤트였는데 그게 곧 모바일에 더 적합한 형태기도 했다. 아무래도 메인 서비스인 간편 송금이 젊은 층에 호소력이 있으니 이벤트 역시 그걸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자연스레 서비스를 확장하다 보니 서비스마다 주요 이용 연령도 다양해졌다. 토스 증권, 토스 뱅크, 토스 페이먼츠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30~50대가 많이 쓰지 않겠나. 이렇게 서비스 확장이 연령의 다양화로 이어지며 성장하는 것도 토스에서 나타난 하나의 경향성이다.

 

성장통과 캐시 버닝


간편 송금으로 출발한 토스는 우리나라 핀테크 분야에서 단연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1300만 명이며 1인당 월평균 사용일은 14.8일로 나타났다. 토스는 간편 송금 이후 2021년 3월엔 토스 증권, 같은 해 10월엔 토스 뱅크를 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현재는 주요 뱅킹 서비스 제공자인 카카오뱅크, KB스타뱅킹, 신한 쏠, NH스마트뱅킹보다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토스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지금은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업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토스가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단지 어떤 기업이 서비스 하나를 론칭한 것이라고만 평할 수 없는 이유다. 그 과정에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진정한 개척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토스는 그간 가시밭길을 걸었다. 첫 번째 난관은 서비스를 론칭한 2014년에 찾아왔다. 당시 은행 자동 출금 서비스CMS를 개인 간 송금에 이용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서비스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CMS는 단일 접속만으로 전체 거래 은행의 펌뱅킹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은행을 거치지 않은 개인 송금에 이를 허가받는 건 도전적인 과제였다. 결국 토스는 서비스를 폐쇄해야 했다. 관련 라이선스를 따는 데 드는 비용은 자본금 10억 원이었는데 당시 한국에선 핀테크 서비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신대륙을 발견했지만, 가는 길이 막힌 상황. 개척자 토스는 포기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신대륙에 닿는 방법을 찾는 데에 집중했다. 우선은 핀테크라는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가고 이후 핀테크 비즈니스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필요성을 강변하는 데 집중했다.

2019년 5월 23일에 열린 ‘코리아핀테크위크 2019’에서 강연자로 나선 이승건 대표의 발언에 당시의 생각이 녹아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보통 기업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토스가 폐쇄된 1년 동안의 이야기도 전했다. “1년 넘게 규제 개선 요청과 핀테크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했다. 그 결과 2015년 1월 청와대에서 직접 대통령께 업무 보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날을 계기로 여러 규제가 풀렸다.”[3] 실제로 토스가 핀테크 서비스의 실현 가능성을 선보이자, 후발 핀테크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핀테크 불모지에서 핀테크 성장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토스의 송금 서비스는 CMS 방식이었기 때문에 은행이랑 제휴를 맺어야만 서비스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규제는 해제됐지만 금융권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은행과 제휴를 맺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서현우 CSO가 밝힌 것과 같이 펌뱅킹의 경우 IBK은행을 시작으로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먼저 제휴를 맺었다. 다행히 국민은행과 제휴 이후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졌다. “토스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토스의 성장통은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고 떠안아 사용자들이 증가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였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자본금도 그만큼 빨리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토스는 이러한 ‘캐시 버닝(Cash burning)’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서현우 CSO는 인터뷰에서 토스가 겪은 성장의 변곡점을 이야기하며 허들을 넘어선 비결로 ‘윈-윈 전략’을 꼽았다.

 

토스는 어떻게 허들을 넘었나


토스의 성장에 변곡점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첫 번째는 우리가 구현하고자 했던 간편 송금의 방식이 합법으로 인정받았던 그 시점이다. 그게 2015년 초다. 그 일로 인해 토스의 간편 송금이 정식 론칭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간편 송금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던 순간이다. 처음 정식 서비스 론칭을 했을 때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되지 않아 한 1년 정도 우울한 날들을 보냈다. 그 시간을 거치고 2016년 초에 갑자기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5년도에 전체 이용자가 30만 명이었는데, 2016년 1월에 30만 명의 새로운 이용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2월에 또 30만 명이 들어오면서 그때부터 매달 30만 명씩 성장이 시작됐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제품이 소구되는 좋은 마케팅 포인트들을 찾았던 게 주효했다. 성장이 멈춘 1년 동안 어떻게 하면 토스의 서비스들을 잘 어필해서 마케팅을 할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다양한 이용자 그룹에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그게 트리거(trigger)가 돼서 본격적으로 터졌던 게 2016년 1월이었던 거다. 그 지점이 또 하나의 변곡점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떤 마케팅 방법이었나?

음성 녹음 같은 마케팅이었다. 그게 갑자기 어떤 그룹에서 반응이 나오면서 엄청난 성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노하우를 가지고 온라인에서 소위 말하는 ‘타깃 마케팅’을 계속 성공시키며 성장해 왔다. 이전에도 우리가 우리의 서비스에 대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한 번 쓰면 계속 쓰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토스를 경험한 이용자들로부터 주변으로 “야, 토스 좀 써봐 정말 편해”라며 바이럴이 계속해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핀테크 분야가 불모지였던 이유 중 하나는 금융이 정부의 영향력이 큰 굉장한 규제 산업이기 때문일 터다. 토스의 서비스가 중단됐던 1년 반 사이 이를 뚫을 수 있던 비결은 뭔가?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마치 뭔가 비결이 있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당시엔 사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혁신은 윈-윈하는 모델이었다. 당시 은행들은 펌뱅킹이라는 것을 썼고 우리는 여기에서 더 간편하게 송금하고 결제할 수 있게 혁신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도 있었다.

정부나 규제 관점으로 봤을 때도 핀테크가 해외 시장에서 혁신적인 파급을 일으키고 있었고 이를 선도하는 기업들도 있었기에, 정책적으로 우리를 서포트 해주는 물결을 만들고자 했다. 이렇듯 이해 당사자 간 대립하는 구도가 아닌 윈-윈하는 구도로 사업을 이끌어 온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거기에 더해 국민이 원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니 이런 것들이 모두 맞물려 이뤄진 성과가 아닐까.

간편 송금의 경우 결국 주 파트너가 은행 아닌가. 은행이 공인 인증서나 OTP 등 추가적 장치를 요구한 이유 중 하나는 한 번의 사고가 크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이러한 안전성 담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 레퍼런스를 쌓는 게 너무나 중요했고 너무나 어려웠다. 처음엔 1년 넘게 거의 발로 뛰었던 것 같다. 대표가 직접, 혹은 그때의 팀원들이 은행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했다. “이런 걸 하려고 한다”, “이게 이런 이점도 있다” 등 지난한 설득의 과정과 노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두 개 은행들이 그 문을 열어 줬다.

송금 등 우리 서비스의 규모가 일부 은행들의 트래픽에 맞먹는 수준으로 퍼져가는 과정에서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고 한 번 생길 법한데 안 생기네’ 하면서 레퍼런스와 신뢰가 조금씩 쌓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점점 다른 은행들의 문도 열렸다.

그 과정에 왕도는 없었다. 처음엔 무작정 발로 뛰면서 한두 개 은행들을 설득시켰고, 그 은행들을 가지고 최대한 성장하면서 우리가 문제없다는 걸 증명해 냈고, 그 증명해 낸 결과들로 다시 또 설득하면서 은행을 다 우리 서비스에 붙인 것이다. 간편 송금을 전체 시중 은행에 연결하는 데 3년 걸렸다.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팀의 사무실 ©사진: SBS
안전성에 대한 토스의 기술적인 비결은 뭔가.

액티브엑스와 공인 인증서 등 기존의 방식들은 소비자가 더 안전하게 체크하면서 접속하라는 관점이었다. 우리는 같은 안전성을 인프라 단에서 구축을 해놓는 어프로치(접근)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소비자, 이용자 단에는 훨씬 더 편리하게 서비스의 문을 열어놓지만 우리는 우리의 인프라에 그러한 보안 장치를 다 심어뒀다. 보안의 의무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다. FDS(Fraud Detection System·이상 금융 거래 탐지 시스템)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안 장치에 초기 단계부터 많은 투자를 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우리의 IT 분야 투자 중 정보 보안 분야 비중은 17퍼센트다. 금융 회사 중 가장 높다. 회사 내에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구성된 화이트 해커 팀도 있다.

 

수익 구조 개선 전략


지난 2022년 9월 투자 유치를 할 때 기업 가치가 9조 2000억 원으로 커졌다. 그런데 수익 구조를 따져 보면 매출에 비해 영업 순손실이 많다. 2021년에도 2000억 원이 넘던데 토스의 수익 구조 개선 전략은 뭔가?

영업 순손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당연히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데에는, 투자자들에게 수익 구조에 대한 설득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뜻이 아닐까. 그 수익 구조의 근거는 금융 마켓 플레이스가 창출할 수 있는 잠재 수익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 송금 서비스만 제공했을 때는 도저히 여기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사실 송금하는 것마다 우리가 400~500원씩 현금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우리 생각은 이랬다. 모든 산업의 구조를 뜯어보면 초기엔 모두 공급자 포지션에 해당하는 쪽이 이해관계의 축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이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는 쪽이 결국 이해관계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에서는 그게 뭘까? 어디에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는데 당시엔 금융에서 그런 접점을 지배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서 기존 금융사들은 공급자 포지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우리가 금융 플랫폼이 되면 더 많은 고객을 효율적인 가격으로 만나게 하고 그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엔 당연히 기존의 공급자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익숙해질수록 산업의 축은 소비자로 기울게 된다. 소비자는 각 금융사나 금융 상품을 투명하게 비교 분석하고 싶고,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한 눈에 보고 싶은 니즈가 생길테니 말이다. 이를 해소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우리가 여기서 수익을 충분히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플랫폼 확장을 카테고리별로 해왔는데 지금 보면 실질적으로 금융 플랫폼 사업이 수익을 굉장히 많이 내고 있다. 우리 매출의 과반수가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게 대출 중개, 카드 중개 사업, 보험 중개업 이런 것들이다. 수익성도 굉장히 좋은데 거기에 더해 금융 플랫폼으로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토스 전체, 비바리퍼블리카를 포함해서 토스 전체 계열사들이 대부분 다 2023년 내 손익 분기점(BEP)을 돌파할 거로 예상한다.

다만 대출 비중에서 토스는 특히 개인 사업자 비중이 높다. 경기가 좋을 땐 문제 없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아질 땐 큰 리스크 아닌가?

토스 뱅크가 다른 시중 은행들보다 중금리 혹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비중이 훨씬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고객에게 금리 얼마를 준다고 하는 것들은 그냥 책정한 게 아니다. 우리 모델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리스크 평가 모형’은 기본적으로 토스의 많은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형이다.

여기에 기반해 대출 등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되 실질적인 재무적 리스크 등에는 최대한 보수적 관점을 취하려 한다. 미리 반영할 것은 반영하고 시간이 지나 안정성이 증명되면 다시 보수성을 조금 조정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토스 뱅크에서 리스크를 보는 인력이나 부서도 판단이 보수적인 편이다. 결론적으로 리스크 관리 전략의 왕도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여전히 우리의 방식도 증명할 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부분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해외 시장 진출 이야기도 해보자.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긴 현금 결제 위주 아닌가? 해외 시장에 눈 돌린 이유, 그리고 왜 베트남이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게 2019년 중순이었을 거다. 그때는 토스 뱅크도 없었고 딱 토스 플랫폼밖에 없었을 때다.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던 당시의 동인은 그냥 더 큰 시장에서 지금의 임팩트를 다시 한 번 만들어 보자, 금융을 혁신해 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한국도 충분히 큰 시장이고 토스가 한국에서 굉장히 빠른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낼 수 있는 임팩트의 크기에 있어 더 큰 상상력을 갖고 도전하고 싶었다. 임팩트의 크기라고 하면 예를 들어 이용자의 규모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캡(cap)은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베트남을 택한 건 종합적인 결론이었다. 인터넷 보급 및 확산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었고 말씀처럼 베트남은 현금 사회라 온라인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했다. 토스의 초기 성장에 맞물려 있는 젊은 층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로 진출 이후에 이용자 측면에서는 굉장히 빠른 성장을 했다. 2022년 기준 베트남 유저가 200~300만 명에 다다를 정도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직 금융 버티컬로의 확장은 조금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기간은 핀테크 토스에게 도움이 되는 여건이었겠지만 지금 다가오는 거시 환경은 먹구름 같을 것 같다. 금리도 계속 오르고 경기 여건도 좋지 않은데 돌파구가 있나.

최근 들어 특히 스타트업들이 워낙 어려운 환경에 처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토스는 운 좋게 2022년 9월에 약 6000억 원 정도에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마쳤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준비는 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준비하고 대비하는 건 “거시 환경이 이러니 특별히 다른 전략을 취하자”는 쪽은 아니다. 지금 성장해 놓은 것들을 더 내실 있게 다져 놓자는 쪽에 가깝다.

위대한 기업들은 모두 이러한 기간을 거쳤다고 생각한다. 토스가 정말 위대한 기업이 되느냐는 그 기간을 얼마나 내실 있게 잘 거치는지, 잘 준비하고 지나가는지에 달렸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원 앱(One App)’ 전략을 중심으로 한 금융 플랫폼을 더 단단하게 강화하는 기본 전략을 중심에 두고, 실질적인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익화 등을 더 잘 준비하려고 한다.

 

개척자 토스가 그리는 혁신


토스의 성장엔 이처럼 지난한 과정이 있다. 고객의 금융 경험을 재정의하며 기존 공급자인 은행의 니즈까지 함께 해결하는 타협점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왕도가 없는 길 위에서 토스가 뚝심 있게 정공법을 택할 수 있던 것에는 든든한 조력자의 존재도 한몫했다. 핀테크 서비스가 규제에 막혔을 때, 제휴 은행을 찾기 어려웠을 때, 그리고 자본금이 고갈되고 있을 때,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는 토스를 변함없이 믿어 주고 응원해 주며 손을 내밀어 줬다.

한 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Paypal)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고, 핀테크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이승건 대표의 개척자 정신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투자자였다. 핀테크 시장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높던 그는 투자자 포지션임에도 토스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의 토스를 보면 한 킴 대표의 안목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토스는 인터넷 은행 진출에 이어서, 2020년 4월 토스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제 토스는 이체 서비스로 확보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토스한다”는 표현이 계좌 이체·송금한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금융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숙박업의 에어비앤비(Airbnb)처럼 오랜 기간 혁신이 일어나지 않던 분야인 금융업 전반을 토스는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토스가 하는 업의 본질은 ‘금융 유통업’이다. 토스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금융 상품을 토스라는 플랫폼에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토스 앱을 살펴보면 보험부터 뱅킹, 투자, 신용 조회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토스에서는 이용자가 한눈에 여러 종류의 금융 상품을 비교할 수 있고 나에게 맞는 상품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간편 송금 기능으로 유입된 이용자들에게 더욱 쉬운 금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토스의 사업 분야는 인슈어런스(보험), 페이먼츠, 뱅크, 증권, 씨엑스(금융 상담) 등이다. 그리고 모빌리티와 알뜰폰 분야까지 고객 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토스의 사업 분야
① 토스 뱅크
② 토스 페이먼츠
③ 토스 인슈어런스
④ 토스 씨엑스
⑤ 토스 증권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 않듯이 기존 산업을 바라보던 관점에 매몰되어서는 혁신을 창조하기 어렵다. 개척자들은 마차 시대에 철도를 꿈꾸고 철로를 놓는 통찰력이 있는 자들이다. 모두가 한국에서 핀테크가 안 된다고 할 때,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 걸음씩 금융 서비스를 혁신해 나아가고 있는 토스의 여정에서, 철도 시대를 이끈 개척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끊임없는 성장을 위해 토스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고 높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과 같다. 토스가 나아갈 길에는 예측 불가능한 난관들이 산적해 있다.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 역시 중요한 산이다. 토스가 국내 핀테크 분야에서는 선두 주자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이미 뛰어난 경쟁자들이 많다. 이들을 제치고 토스가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개척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자기 스스로 넘어서는 개척자로서의 마음가짐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거대한 도전과 혁신의 과제 앞에서 토스 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현우 CSO에게 물었다.

 

토스 팀의 DNA


모두가 자신들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습니다”라고 한다. 토스가 강조하는 ‘고객 중심 혁신’은 어떻게 차별화 되는가.

‘진짜로 고객을 생각하는 것’이다. 가까스로 은행을 연결해 서비스를 출시할 무렵, 우리가 고객에게 그때 선택받지 않았으면 사실 계속해서 혁신을 이어갈 수도 없었고 기업으로서도 생존할 수 없었을 거다. 그래서 고객의 어려움을 우리의 서비스로 해소하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이해가 있었다. 아직까지도 모든 토스 팀원이 가지고 있는 DNA다. 우리는 한 달 내지는 6개월 뒤에 승리하려고 일하지 않는다. 짧게는 1~3년 후, 길게는 5~10년 후의 승리를 위해 달려나간다. 승리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객은 고객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기업에서 고객을 말할 때 그 앞 단에 매출, 혹은 부서 간의 이해 조정이나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끼어 있는 것이 보일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이 그냥 고객을 위한다는 게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다. 원론적인 만큼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게다가 막상 하면 쉽다. 진정성 있게 고객을 생각할 수 있다면 다들 토스처럼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런 마인드가 실제로 조직 문화에 스며들지 못하면 무용할 것이다. 토스 팀이 어떻게 고객 중심 혁신을 기치로 버텨올 수 있었는지 팀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하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 코너 이름도 ‘개척자들’이지 않나. 개척자 혹은 선구자는 지탄이나 비판, 도전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그냥 받아들이자, 과정이 고되지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니까 그냥 하자라는 생각이 토스 팀원 전반에 있다.

토스는 지금 영역을 계속 확장 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건 여전하다. ‘금융’ 하면 찾게 되는 첫 번째 서비스가 되자는 것이다. 이걸 이루기 위해 두 가지 목표가 존재한다. 하나는 금융을 더욱더 온라인화하자, 그래서 금융 소비자들이 훨씬 더 지금보다 편리하고 간편하게 사용하게끔 만들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금융을 더욱더 경쟁시키자, 그래서 공급자 중심적인 금융이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게끔 하자. 이 두 가지를 계속 추구하며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많은 사업의 확장은 그 지점에 닿아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금융 지주가 되겠다거나 큰 금융사가 되겠다는 꿈으로 하는 건 아니다. 이용자들이 송금뿐 아니라 대출이나 다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며 겪던 불만이 우리 서비스에서 금융의 ‘엔드 투 엔드(End-to-End)’를 경험함으로써 훨씬 더 편리하게 느껴지도록 확대했다. 이 지점들을 연결해 복합적으로 은행에 도전해 보자고 해 시작된 게 토스 뱅크다. 페이먼츠도 마찬가지다.

PG(결제 대행사)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아무런 혁신의 의지 없이 불편하게 존재하던 결제들이야말로 우리가 들어가 바꿔야 할 대상이었다. 우리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는 접점에 닿아 있는 문제들을 계속 해결하며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토스의 움직임을 보면 디지털 금융사를 목표로 움직이는 회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모빌리티 플랫폼인 ‘타다’를 인수하고, 알뜰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무엇을 위함인가?

크게 다른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융과 연결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다 보니 생기는 포인트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타다를 인수한 것은 모빌리티를 혁신하기 위함이라기보다 결제의 빈도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모빌리티, 특히 택시는 사람들이 직접 결제해 탑승한다는 행위성이 강조되는데 이 때문에 토스 결제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모빌리티의 경우 이미 시장 형성이 되어 있고 결제만 타깃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직접 진출을 선택했다.

알뜰폰 역시 결제 확대와 로열티의 맥락이다. 알뜰폰 사업을 보니 상당히 오프라인 중심이었고 온라인으로 막 이전되고 있었다. 우리는 공인 인증 사업 등도 가지고 있었으니 우리의 인프라로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구석이 많다고 생각했다. 금융을 버리고 통신 혹은 모빌리티 버티컬로 확장한 것이라기보다 우리의 금융에 닿아 있는 영역에서 이용자들에게는 편익을, 우리는 수익의 다양화를 꾀하는 측면의 사업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토스는 명실상부 핀테크 시장의 개척자다. 어디선가 개척을 꿈꾸거나 개척의 길에 오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리듬을 가지고 계속 도전하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결국 이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숱한 어려움을 이겨올 수 있었다. 개척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난관에는 쉬운 게 없다. 그렇지만 시작을 했고 도전을 했으면, ‘이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끝장을 보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럴수록 자신이 풀려고 하는 문제, 만들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1]
탈레스 S. 테이셰이라(김인수 譯), 《디커플링》, 인플루엔셜, 2019.
[2]
토스 출시 초기, 비회원 친구를 초대하면 리워드를 주거나 다양한 미션을 완수하면 포인트 보상을 주는 마케팅에 30대 미만의 호응이 높았다.
[3]
안준형, 〈[CEO&]‘토스’ 이승건 “돈 벌려 존재하는 회사 아니다”〉, 비즈워치,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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