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달리는 사람들
8화

라이자 하워드 ; 샌안토니오 ‘울트라 맘’

육아, 울트라 마라톤, 코칭을 동시에


울트라 러닝은 마라톤보다 긴 달리기 경주로, 통상 50킬로미터부터 320킬로미터 이상까지 다양하다. 미국 엘리트 울트라 러너 라이자 하워드(Liza Howard)는 ‘울트라 맘(Ultra Mom)’으로 불린다. 그가 트레일 러닝 레이스에 처음 출전한 것은 2008년, 출산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100마일 경주에서 우승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어느덧 50대다. 그러나 여전히 기록 경신을 위해 꾸준히 달린다.

하워드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한다. 응급 처치 강사, 러닝 코치이기도 하다. 울트라 마라톤 챔피언, 간호학 학사, 교육학 석사, 미국육상경기연맹 인증 코치 등 다채로운 경력을 바탕으로 현역 엘리트 러너 겸 지역 러닝 커뮤니티의 멘토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워드는 참전 용사 러닝 커뮤니티도 이끈다. 군인 집안 출신으로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이모, 사촌, 매부가 군에서 복무했다. 하워드는 참전 용사와 그 가족을 트레일 러닝 커뮤니티에 연결하고 트레일에서의 기쁨을 공유한다. 이것은 그가 재향 군인의 봉사와 가족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방법이다. 그의 울트라 마라톤 기록들은 육아와 코칭, 멘토링을 함께 하며 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 2009년 캑터스 로즈 100마일 우승
  • 2010년, 2011년 로키 라쿤 100마일 2회 우승
  • 2010년, 2011년 뉴에세스 50마일 2회 우승
  • 2010년, 2015년 리드빌 트레일 100마일 2회 우승
  • 2011년 반데라 100킬로미터 우승
  • 2011년 자벨리나 준드레드 100마일 우승
  • 2014년 엄스테드 100마일 우승
  • 2017년 터시 마운틴백 50마일 우승
  • 2018년 매드 시티 100킬로미터 우승
  • 2021년 키스 100마일 우승
ⓒ하워드
하워드를 알게 된 계기는 그의 경이로운 레이스 커리어와 그가 러닝 전문 매체에 기고한 시리즈 ‘나이든 러너들(Age-Old Runners )’이었다. 그는 중·노년 러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달리는 비결, 노화와 러닝의 상관관계, 신체 변화, 그리고 시니어 러너들의 잠재력을 소개했다. 71세(2020년 기준) 러너 로이 피룽 Roy Pirrung은 인터뷰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나이듦과 달리기의 ‘낯선 동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늙는 것은 태도다. 나는 늙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는 70세에 100마일 레이스를 완주했다.

 

라이자 하워드 인터뷰 ; “달리기는 선물, 일상에 질서 가져다줘”


하워드의 달리기는 그를 닮았다. 어머니처럼 헌신적이고, 멘토처럼 친근하면서 군인처럼 엄격하고, 교사처럼 체계적이다. 그가 몸소 보여 주는 꾸준하고 자유롭고 치열한 달리기는 그와 순위를 다투는 엘리트 러너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러너, 러닝 맘, 러닝 커뮤니티 일원에게 귀감이 된다.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그는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스토리를 두루 보여 준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울트라 러너 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울트라 러닝 코칭 단체에서 러너들을 지도한다. 국립아웃도어리더십스쿨 NOLS에서 응급 의료 클래스도 진행한다. 참전 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밴드오브러너스에서 트레일 러닝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다.

울트라 러너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알래스카의 NOLS에서 강사로 활동할 때 울트라 러닝을 시작했다. 나는 러너 그룹을 사랑했고 무엇을 하든 그들과 함께면 행복했다.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을 때, 한 동료가 그랜드 캐니언을 달릴 것을 제안했다. 그것은 그랜드 캐니언 림투림투림(Rim-to-Rim-to-Rim), 줄여서 R2R2R으로 불린다. 남쪽 림(Rim·가장자리)에서 출발해 북쪽 림을 찍고 돌아오는 약 77킬로미터의 코스다.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곳에서의 트레일 러닝은 훌륭한 경험이었다. 다음 해에 우리는 50마일 경주에 등록했다. 첫 트레일 러닝 레이스에서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 후 샌안토니오의 트레일 러닝 선수들과 어울렸다. 그들의 높은 기량은 내게 자극이 됐다. 그들이 참가하는 모든 경기에 등록했다. 이듬해에는 100마일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때 내가 오래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입문 1년여 만에 챔피언이 됐다.

당시 육아와 울트라 러닝을 병행하며 콜로라도의 로키산맥을 달리는 리드빌 트레일 100마일에서, 텍사스 헌츠빌의 로키 라쿤 100마일에서 각각 두 차례 우승했다. 애리조나 파운턴 힐스 일대의 자벨리나 준드레드 100마일, 플로리드 키웨스트에서의 키스 100마일 등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울트라 마라톤으로 소문난 사하라사막 250킬로미터를 횡단하는 마라톤 데스 사블스에도 참가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레이스가 있나.

울트라 러너로 활동하며 여러 실수를 했고 그 경험 덕분에 성장했다. 당장 떠오르는 경주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를 달린 배드워터 135마일(약 217킬로미터)이다. 7월 혹서기에 데스밸리 사막을 가로지른다. 3~5킬로미터마다 서포터즈가 밴을 타고 이동하며 주자들에게 식수와 얼음을 제공한다. 당시 더위 탓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셨고 경주가 60여 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결국 레이스 도중 밴에 드러누웠다. 고맙게도 서포터즈가 극진히 간호해 준 덕에 다시 레이스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배드워터의 서포터즈는 러닝 커뮤니티의 강한 유대감을 몸소 보여 줬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2021 키스 100마일 ⓒ리사 크랜츠, 하워드
달리기가 육아와 일에 영향을 주나.

울트라 러닝은 멋진 선물이었다. 당시 육아와 주부 생활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는 내게 더없이 좋은 기분을 선사했다. 달리면 우울감이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꾸준히 뛰는 이유 중 하나다. 러닝을 하면서 더 나은 아내이자 엄마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 달리기는 생각을 명확하게 해준다. 나는 달리기가 일상에 가져다주는 질서와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 그것을 사랑한다.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소화하나.

육아와 훈련, 경주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기꺼이 포기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역할을 골고루 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긴 하지만, ‘놓아 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러너에게 샌안토니오는 어떤 곳인가.

샌안토니오 근교의 텍사스 힐 컨트리에 살고 있다. 힐 컨트리는 험준하고 바위가 많은 트레일로 유명하다. 샌안토니오는 대도시이면서도 수 마일의 좋은 트레일을 갖추고 있다. 산은 거의 없지만, 지형이 다양해서 여러 실력 있는 러너들이 나오는 곳이다. 샌안토니오의 트레일 러닝 커뮤니티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이곳의 트레일 러닝은 약 15년 전부터 활발하게 시작됐다. 지역 커뮤니티 기반을 만든 러너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느긋하고, 친절하고, 성실하다.

아이런파(iRunFar)라는 사이트에 ‘Age-Old Runners’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시니어 러너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했다. 나는 나이를 먹고 있고, 여전히 잘 달리고 있는 다른 나이든 주자들이 궁금했다. 어떻게 달리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솔직히 ‘마법의 비법’을 찾고 싶었다.

인터뷰를 연재하며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데 마법의 비법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모든 시니어 러너가 일관성 있게 꼽은 최우선 항목이 있었다. 부상을 입지 않는 것이다. 회복도 중요하다. 러닝 커뮤니티 활동은 그들이 꾸준히 달리는 주요 이유였다. 러닝 클럽에서 함께 달리는 것이 좋아서 러닝을 이어 간다는 러너가 다수였다. 너무 엄격한 컷오프는 많은 러너가 꾸준히 달리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2022 배드워터 135 ⓒ하워드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나이가 든 내 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달리기를 통해서 말이다. 2년간 열심히 훈련하고 경주할 계획이다. 100마일 레이스에서 새로운 PB를 달성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7월 열리는 배드워터 135에 다시 참가할 것이다. 미국 24시간 국가대표팀(US National 24 Hour Running Team)의 자격을 다시 얻는 것도 도전할 생각이다.

러닝 맘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내가 자주 외는 주문이 있다. “어려운 일은 어렵다.” 힘든 일을 해내고,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충분히 자고, 달릴 때 힘이 되는 음식을 먹고, 함께 달리는 그룹을 만들고, 러닝 시간을 기록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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