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말고 플로우

2023년 11월 10일, explained

위워크가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창업자 애덤 뉴먼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NOW THIS

위워크(WeWork)가 11월 6일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9년 만에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주요 도시에 80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했다. 2019년에는 기업 가치가 470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 돈으로 62조 원이다. 그런 거대 기업이 임차료도 못 내고 무너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역사에 남을 몰락”이라고 평했다.

WHY NOW

4년 전 위워크에서 쫓겨난 창업자 애덤 뉴먼(Adam Neumann)은 6일 성명을 냈다. “실망스럽다.” 그러면서도 올바른 전략과 팀으로 조직을 개편하면 회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방만 경영과 기행으로 유명했던 뉴먼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위워크를 집으로 옮기고 있다. 망해도 크게 망하면 결국 망하지 않는다.

힙스터의 사무실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했다. 애덤 뉴먼과 미겔 맥켈비가 공동 창업했다. 사업 모델은 간단하다. 도심 대형 빌딩을 장기로 빌려서, 힙하게 꾸미고, 공간을 잘게 쪼개 작은 회사와 프리랜서에게 단기로 임대한다. 입주사들을 연결하고, 무료 커피와 맥주도 준다. 뉴먼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집단 공동체 키부츠에서 자랐다. 그때 느낀 유대감과 소속감을 사업화했다.

임대업이지만 임대업이 아닌

위워크는 부동산 임대 회사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우선 창업 시기가 좋았다. 세계 금융 위기로 금리는 제로였고 공실은 넘쳤다. 좋은 건물을 싸게 빌릴 수 있었다. 뉴먼의 언변도 한몫했다. 그는 IT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차세대 페이스북을 놓칠까 봐 FOMO를 느꼈다.

우린 폭망했다(WeCrashed)

그렇게 돈이 몰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뉴먼을 12분 만나고 169억 달러를 투자했다. 위워크는 전 세계로 확장했고, 적자도 커졌다. 2019년 IPO를 추진했는데, 투자자들은 투자 설명서를 보고 경악했다. 1달러를 벌려고 2달러를 쓰는 회사였다. 기술력도 없었다. 방만 경영도 구설에 올랐다. 뉴먼은 IPO를 앞두고 지분을 팔아 자가용 비행기를 사고, 자기 건물을 위워크에 임대해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

나만 빼고 폭망했다

2019년 위워크는 결국 IPO를 철회했다. 이때부터 회사는 내리막을 걷는다. 뉴먼도 회사에서 쫓겨났다. 맨손으로 나오진 않았다.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경영권 포기를 대가로 그에게 현금 2억 달러를 주고, 그가 보유한 지분을 5억 7800만 달러에 샀다. 그 돈으로 뉴먼은 작년부터 다시 일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 쇼핑이다. 마이애미, 내슈빌 등 미국 여러 도시에서 4000채가 넘는 아파트를 사들였다.

WeLive

쇼핑 목록에 아파트만 있는 건 아니다. 주민들에게 장바구니 픽업 같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인수했다. 이쯤 되면 그의 다음 행보가 그려진다. 위워크 경영 당시 뉴먼은 위리브(WeLive)에 공을 들였다. 위워크의 주거용 버전이다. 응접실, 휴게실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당시 그는 위리브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재창조할 것이라며 위워크보다 더 큰 사업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Flow

그게 플로우(Flow)다. 뉴먼이 2022년에 설립한 공유 주거 회사다. 보유한 아파트를 임대해 주거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입주자들을 연결하겠다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 시작 전인데 기업 가치가 벌써 10억 달러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VC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3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공식 홈페이지는 썰렁하다. 채용 페이지만 열려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설 관리자, IT 개발자 등을 뽑고 있다.

2019년의 경험

플로우는 단지 위워크의 주거용 버전일까. 아닐 것이다. 뉴먼은 2019년 위워크의 IPO 실패를 학습했다. 당시 투자자들의 지적은 한결같았다. “위워크는 지금 적자다. 앞으로도 적자일 것이다. 기술 기업이 아니어서 매출이 느는 만큼 비용도 늘 것이다.” 그래서 뉴먼은 기술 기업도 차렸다. 플로우카본(Flowcarbon)이다. 탄소 배출권을 블록체인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회사다. 여기에도 호로위츠가 투자했다. 플로우와 플로우카본은 당장은 거리가 멀다. 그러나 부동산 사업이 본격화하면 어떤 형태로든 합쳐질 수 있다. 뉴먼은 위워크를 경영할 때 여기서 직원 모임을 하라며 파도풀 회사를 인수한 사람이다.

IT MATTERS

수억 원을 날리면 재기할 수 없지만, 수백억 달러를 날리면 재기할 필요가 없다. 애초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덤 뉴먼은 부동산 업계 최정상에서 10년간 활약했고, 세계적인 투자자들과 네트워크가 있고, 정치권에도 선이 닿는다. 무엇보다 단순한 부동산 임대 회사를 엘리자베스 홈즈처럼 사기를 치지 않고도 470억 달러짜리 회사로 부풀린 사람이다. 위워크는 실패했다. 그러나 뉴먼은 실패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 그는 여전히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파워볼이다. 뉴먼은 위워크를 떠나면서 과거 고객이나 직원을 빼오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 계약은 열흘 전인 10월 30일 만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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