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과 양안 관계

2023년 11월 27일, explained

장제스부터 차이잉원까지, 역대 대만 총통을 통해 대만 정치와 양안 관계를 살펴본다.

2023년 11월 2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국민당 지지자가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 Annabelle Chih,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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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했다. 제1야당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 후보는 11월 24일 각각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전날까지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여론 조사 적용 방식 등 세부 사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무소속 후보였던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은 출마를 포기했다. 이로써 대만 총통 선거는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와 두 야당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WHY NOW

대만 해협의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민진당의 친미 후보냐, 국민당의 친중 후보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달라진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달라진다.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외교, 안보 지형이 달라진다. 장제스부터 차이잉원까지, 역대 대만 총통을 통해 양안 관계의 굴곡을 살펴보고, 2024년 총통 선거를 전망한다.

장제스

대만과 중국은 하나였다.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하나다. 20세기 중반까지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은 중국 본토를 두고 내전을 벌였다. 공산당이 이겼다. 1949년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은 중국 본토를 떠나 대만으로 도망친다. 일본 식민 지배를 받은 타이완섬에는 일본이 두고 간 인프라가 있었고, 공산당 세력도 적었다. 장제스는 중국 본토를 수복하기 전까지 대만에 임시로 머물기로 했는데, 이게 현재까지 이어졌다.

장징궈

장제스는 1975년 사망할 때까지 대만을 통치했다. 장제스 사후 장남인 장징궈가 총통에 오른다. 장제스는 중국 본토 수복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정작 대만 내정은 살피지 않았다. 1970년대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도 고립되고 있었다. UN은 중공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인정했다. 장징궈는 내정에 집중하는 한편, 현실성 없는 무력 통일 대신 평화 통일을 내세웠다. 이산가족 상봉 같은 민간 교류를 허용하면서 양안 관계를 조금씩 개선했다.

리덩후이

1988년 장징궈가 사망했다. 부총통이던 리덩후이가 총통직을 승계했다. 리덩후이는 대만 최초의 본성인 총통이다. 중국에서 태어나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게 아니라, 그 전부터 대만에 살던 한족의 후손이다. 리덩후이에겐 본토 수복보다 대만 주권 확립이 더 중요했다. 1992년 국민당과 공산당은 92공식에 합의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 대만은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국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었다.

천수이볜

2000년 대만 정치 역사상 최초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 국민당의 유력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국민당 표가 갈렸다. 민진당 천수이볜 후보가 총통에 당선된다. 민진당은 92공식을 거부하고 대만 공화국 건설을 당 강령으로 삼고 있다. 천수이볜은 집권 기간 내내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고 ‘대만 독립’을 주장했다. 당연히 중국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었다. 2005년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시도하면 비평화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반분리법을 만든다.

마잉주

2008년 국민당이 다시 집권하면서 양안 관계가 화해 국면에 진입한다. 2008년 1월 입법원 선거에서 국민당이 다수당이 되고, 3월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 마잉주가 총통에 당선된다. 마잉주는 통일, 독립보다 경제 교류에 주력했다. 연임에 성공해 8년간 친중국 정책을 펼쳤는데, 정작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입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인의 대만 이민을 무제한 허용하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임기 말이던 2015년에는 지지율이 9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차이잉원

2016년 다시 민진당이 정권을 잡는다. 최초의 여성 총통 차이잉원이 당선됐다. 차이잉원은 민진당 내에서 중도로 분류된다. 차이잉원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만 독립을 명시적으로 추진하지도 않는다. 사실상 독립해 있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2017년 트럼프가 등장한다. 트럼프는 대놓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든다. 차이잉원은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노선을 옮긴다.

라이칭더

내년 1월 열릴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지금 표정 관리 중이다. 라이칭더는 차이잉원보다 더 급진적인 대만 독립파다. 야당은 그를 ‘대만 독립의 골든차일드’라고 부른다. ‘대만의 아들’ 천수이볜을 연상시키는 별명이다. 야당은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대만 독립을 추진해 중국과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이칭더도 이를 의식해 ‘현상 유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집권하면 태도를 바꿀 수 있다.

IT MATTERS

선거 구도상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다. 여론 조사에서도 근소한 차이지만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가장 막고 싶은 후보가 총통이 될 수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라이칭더 후보를 비판하고 국민당 후보를 띄울 것이다. 민진당이 3연속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면 중국의 인내심이 바닥나 전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압박할 것이다. 또한 2010년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파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흘릴 것이다. 대만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40퍼센트에 달한다. 민진당 후보를 뽑으면 대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에 ‘이중 억제’ 전략을 써왔다. 중국과 대만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 적극적인 선거 개입은 하지 않아도 중국의 선거 개입 시도는 차단할 방침이다. 한편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열린다. 대만에선 라이칭더가 당선되고, 미국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국내 문제를 우선하며 대만 등 세계 다른 지역에 대한 개입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 틈을 중국이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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