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는 정말 나쁜가

2023년 12월 4일, explained

세계 인구는 필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20세기로 되돌리려 하지 말고 적응해야 한다.

2023년 9월 15일 서울의 금속판 생산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자가 일하고 있다. 사진: Marcus Yam, Los Angeles Times,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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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다수 언론이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을 인용 보도했다. NYT는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흑사병이 창궐해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유럽보다 한국의 인구가 더 빨리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명이다. 국가의 한 세대가 2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다음 세대는 인구가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WHY NOW

NYT 칼럼은 흑사병 이후를 다루지 않았다.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감소했다. 경작지를 포함한 자본은 그대로 유지됐는데, 사람만 줄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노동자의 가치가 올라가고 처우가 개선됐다. 노동자가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면서 봉건제가 무너졌다. 서구의 도약이 시작됐다. 인구 감소는 정말 재앙일까.

예정된 미래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었다. 반세기 동안 두 배 늘었다. 세계 인구는 2080년에 100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인구 수준이 유지되려면 남녀 한 쌍이 만나 2.1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 선진국 중에서 이 기준을 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1.7명, 프랑스 1.8명, 일본 1.3명, 한국 0.7명이다. 한국은 예정된 미래가 더 빨리 왔다.

성장 기계

인구 감소는 공공의 적이다. 언론은 인구 통계가 나올 때마다 국가 소멸을 경고하고, 정부는 20년 전부터 해마다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인구 감소는 왜 문제일까. 일할 사람이 줄고 물건을 살 사람도 줄면 경제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경제는 성장해야만 하는가. 활력 있는 사회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GDP라는 환상

인구 감소를 경고하는 주류 경제학자는 국내 총생산(GDP)에 집착한다. 인구 감소가 문제가 되는 이유도 GDP가 줄어서다. GDP는 국가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을 측정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고 사랑하는 것들은 측정하지 않는다. 2010년 미국 멕시코만에서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을 때 미국 GDP가 올랐다. 복구 작업에 돈을 썼기 때문이다. 아마존 숲을 벌채해도 GDP는 오른다.

근로자의 처우 개선

GDP는 개인의 행복을 측정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로 국가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내가 불행해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 경제가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 인구가 줄면 노동자는 노동 시장에서 더 큰 교섭력을 갖게 되고, 이는 더 나은 근로 조건으로 이어진다.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임금 차별도 사라진다. 인구가 줄면 주택, 교통, 오염 문제도 해결된다.

교육의 질

교육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의 2022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1.1명이다. OECD 평균과 같아졌다. 10년 뒤에는 11.4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교사당 학생 수가 적어지면 맞춤형 교육으로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학령 인구 감소가 공교육 질의 제고로 곧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수업 방식이 나와야 한다.

부의 재분배

저출생 고령화를 겪고 있는 국가는 대개 선진국이다. 저개발 국가는 출생률도 높고 청년도 많다. 부유한 국가는 부족한 노동력을 가난한 국가의 젊은 이민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저개발 국가의 젊은 이민자는 부유한 국가의 인구 구조를 변화시키고, 선진국에 집중된 자본을 가난한 국가에 재분배하게 된다. 세계가 좀 더 평등해질 수 있다.

지속 가능성

반세기 동안 세계 인구가 두 배로 늘면서 야생 동물의 개체 수는 평균 69퍼센트 줄었다. 인간은 이미 지구 토지의 70퍼센트를 변경했다. 세계 인구가 줄면 생태 발자국이 줄어든다. 유한한 자원에 대한 경쟁이 줄어든다. 그 자체로 지구에 이롭다. 또한 각국 정부는 국방비 지출과 연금 지출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더 큰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

IT MATTERS

인구 감소는 필연적이다. 속도의 문제일 뿐이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면 인구 감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고안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끝없는 성장이라는 패러다임 외에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인구 구조에 대비해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만들고, 대학 교육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최저 소득을 높이고, 성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탈성장 시대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달성한다면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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