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뉴스페이스

2024년 1월 10일, explained

미국의 민간 달 탐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중요한 질문은 남았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 올드린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사진: NASA
NOW THIS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아스트로보틱’이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탑재된 로켓이 달을 향해 발사됐다. 페레그린은 올해 2월 23일, 달 앞면의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에 착륙할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실패였다. 연료 누출로 인한 추진체 손실로 인해 아스트로보틱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달 착륙 시도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WHY NOW

실패로 돌아간 시도였지만, 이번 민간 달 탐사 시도는 중요한 질문들을 남겼다. 달은 누구의 것인가? 달은 특정한 누군가의 손아귀 아래에서, 원하는 모양대로 조각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숱한 개척과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비극들을 만들어 왔다. 모두의 뉴스페이스를 위해서는 ‘영리와 돈’ 바깥의 목소리,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우주가 열린다.

페레그린

페레그린은 탐사선이다. 달의 표면을 돌아다니며 방사선 수준, 표면 및 지하의 얼음, 달의 자기장과 외기권 등을 탐사한다. 탐사선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실렸다. 과학적인 장비만 실린 것은 아니었다. 비트코인 한 개가 포함된 실물 동전과 전 세계 어린이의 메시지 18만 5872개가 들어 있는 일본의 ‘달의 꿈 캡슐’도 함께 실렸다. 페레그린을 싣고 우주로 발사된 로켓 ‘벌컨’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국가적인 시작을 알린 기업 ULA의 로켓이다. 록히드 마틴과 보잉의 합작 투자로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콘이었다.

기업들이 하고 싶은 것

미국의 국익을 위해 기업들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페레그린을 개발한 아스트로보틱은 달에 보내고 싶은 장치나 제품을 모두 달에 보내 주겠다고 홍보한다. ‘엔드투엔드 배송 서비스’다. 달에 보낼 수 있는 물건에는 과학 장비나 연구 개발 도구뿐 아니라 데이터, 예술 작품과 개인의 기념품까지 실어 보낼 수 있다. 마케팅을 위한 파트너십 역시 가능하다. 버진그룹 소속의 ‘버진 갤럭틱’은 준궤도 구간의 무중력 체험 관광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1년에는 미국 연방항공국으로부터 첫 우주 관광 면허를 받기도 했다. 한 좌석당 티켓 가격은 약 1억 8000만 달러다. 나사는 2020년부터 일반인의 국제 우주 정거장 체험을 허용하면서 “우주를 관광 및 벤처 사업 진출이 가능한 영역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 말했다.

우주장

뉴스페이스 계획은 처음부터 영리성을 품고 있었다. 그 영리의 기준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페레그린에 실린 셀레스티스의 페이로드에는 약 70명의 사람과 개 한 마리의 유해가 실렸다. 대부분은 화장한 유골의 작은 샘플이었지만, 일부는 살아 있는 사람의 DNA 샘플이었다. 이 유해 승객 중에는 공상과학 작가 아서 클라크, 〈스타트렉〉의 원작자인 로든버리 부부의 골분, 아폴로 11호의 착륙지 선정을 도왔던 나사의 지질학자 마레타 웨스트가 포함돼 있다. 조지 워싱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의 머리카락도 함께 실렸다. 달에 유해와 DNA를 보내기 위해서는 셀레스티스에 1만 299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셀레스티스는 우주장을 홍보하며 이렇게 말했다. “SF를 좋아하고, 우주에 감탄하고, 우주와 하나가 되고 싶은 이에게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추도식은 없다.”

나바호

그들이 말하는 ‘우주를 좋아하는 이’에 나바호 원주민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발사 계획이 구체화된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족의 대통령은 나사와 미국 정부 측에 편지를 보냈다. 유골이 실렸으니, 발사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많은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나바호족의 전통은 달을 신성하게 여긴다는 이유였다. 인간의 유해를 달에 보내는 것은 이들에게 일종의 신성 모독 행위였다. 미국 정부의 대처는 단호했다. 나사의 탐사 담당 부행정관인 조엘 컨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나사가 아닌 일부 상업용 탑재물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임무가 상업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나사는 타 상업용 탑재물에 대해 관여하거나 감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1998년

199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사는 행성 과학자 유진 슈메이커의 유골을 싣고 달로 로켓을 발사했다. 당시 나바호족의 대통령이었던 앨버트 헤일은 달 탐사선이 발사된 지 며칠 후 달이 신성한 존재라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나사 대변인은 유사한 기념을 다시 할 경우, 원주민 커뮤니티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협의는 없었다.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나사가 말하듯, 탑재된 것은 국가가 의견을 낼 수 없는 ‘민간 영역’의 것이다. 기업의 성장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간편한 선택 아래, 유해를 실은 페레그린은 문제없이 발사됐다. 미국의 꿈과 원주민의 절망을 한데 싣고 말이다.

나바호족

나바호족은 이미 그들의 터전을 잃었던 역사가 있다. 1800년대 이뤄진 300마일에 이르는 긴 강제 이주로 인해 나바호족은 기아와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나바호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은 또 다른 상실을 앞두고 있다. 나바호족은 자연의 모든 것은 생명이 있고 신성하다고 믿는다. 달도 그 유산 중 하나다. 누군가의 유산을 지키는 것과 개척을 해나가는 것, 그 사이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 우리는 아직도 합의조차 이루지 못했다. 개척은 역사지만 누군가에게는 비극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역사를 세우되 비극을 줄여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발전 없는 우주 조약

1967년 우주 조약은 우주의 탐사와 이용이 누구에게나 자유롭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모두에게 주어진 자유’가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주 조약은 우주에 대량 살상 무기를 배치하거나 주권을 주장하는 것을 금지한다. 국제법을 준수하고, 우주 비행사들을 국적과 상관없이 도와야 한다는 지점 역시 명시해 두고 있다. 달과 다른 물체의 유해한 오염을 피해야 한다는 지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주를 어디까지 영리화할 것인지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뉴스페이스 시대는 너무 성급하게 시작됐다.

IT MATTERS

미시시피대학교의 우주법 전문가인 미셸 헨론은 “모든 사람들이 물건을 보내기 시작하면 달은 정말 빠르게 쓰레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를 막기 위해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우주 조약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규제마저 힘 있는 이들만의 목소리로 채워진다면, 역사는 달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모두의 뉴스페이스를 위해서는 원주민 커뮤니티의 달을 향한 유산도, 우주 개발에 미처 참여하지 못한 국가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겨야 한다.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은 다수의 민간 협의체가 참여하는 국가 간 거버넌스다. 연성법(soft law)은 법적 중요성은 갖지만, 구속력은 없는 규칙, 지침을 말한다. 환경 보호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는 것처럼, 연성법에 동의한 모든 당사자의 행동 표준을 설정하는 식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국가, 커뮤니티가 모여 만든 유연한 행동 지침을 통해 영리 영역의 경계를 세울 수 있다. 합의가 전제돼야만 우리는 나바호족의 전통과 우주장을 원하는 이들의 소망을 비로소 같은 저울 위에서 비교할 수 있다.

때때로 ‘영리’와 ‘민간’이라는 단어는 간편하고 빠른 선택을 위해 쓰인다. 국가는 역사를 기억하고 규제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의무를 지닌 주체이지만, 개발과 개척, 성장을 위한 민간의 움직임은 낙관만 지닐 뿐이다. 그러나 모두가 말하듯, 우주는 모두의 것이다. 새로이 주어진 공유지에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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