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가 온다

2024년 1월 15일, explained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휴스턴’으로 불리는 미국 NASA 존슨 우주 센터의 미션 컨트롤 센터. 2005년 촬영. 사진: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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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1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우주항공 산업을 진흥하고, 우주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르면 5월 한국판 NASA가 문을 연다.

WHY NOW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에서 우주 개발에 앞서 나가고 있는 중국, 인도, 일본, 모두 우주 전담 기구가 있다. 이제 한국도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와 민간에 산재한 우주 개발 역량을 결집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담긴 내용을 살펴본다.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청은 과기부 산하에 설치된다. 과기부 소속이지만, 국세청과 통계청 같은 외청으로 설치돼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여된다. 특별법 시행일은 공포 후 4개월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5월 문을 열게 된다. 청장은 차관급이다. 우주항공청은 과기부와 산업부의 우주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총괄한다. 인력은 300명 규모로 출범해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으로 편입된다.

유연한 조직

우주항공청은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에 따라 설치되는 중앙 행정 기관이다. 일반 공무원 조직과 달리 여러 특례가 적용된다. 정부조직법상 과 단위의 조직 개편은 총리령이나 부령 개정으로만 가능한데, 우주항공청은 예외다. 청장이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하고 변경하고 해체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조직은 임기제 공무원을 전체 직위의 100분의 20 이내로만 채용할 수 있지만, 우주항공청에는 이 상한선을 없앴다. 외부 전문가를 필요한 만큼 데려올 수 있다.

연봉 2~3억 공무원

NASA 연구원의 연봉은 2~3억 원이다. NASA에서 일하는 한국인에게 공직을 제안하면서 지금 받는 연봉의 반의반밖에 줄 수 없다며 애국심에만 호소하면 수락할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의 보수는 연봉 상한 없이 청장이 정할 수 있다. 청장은 올해 차관급 연봉인 1억 4114만 원을 받는데, 청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연구원이 나올 수 있다. 또한 국가 안보, 우주 안보와 관련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나 복수 국적자를 임용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예외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고위 공직자는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공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은 소속 임기제 공무원이 주식 보유의 필요성이나 주식 매각이 어려운 사유를 소명할 경우, 주식 매각 없이도 재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재취업할 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우주항공청은 자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청장이 취업 승인을 하도록 했다. 쉽게 말해 일반 공무원처럼 주식 백지 신탁도, 재취업 제한도 하지 않을 테니, 우주 스타트업에 있지 말고 우주항공청에 합류해 달라는 얘기다.

예산 전용 권한

국가재정법에 따라 각 중앙 관서는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매년 5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내년도 사업 계획을 반년 전에 제출하다 보니, 사업 계획이 바뀌어 예산을 원래 계획이 아닌 다른 데 사용하는, 전용(轉用)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우주항공청은 국내외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예산 전용 권한이 부여된다. 또한 2026년에는 우주항공진흥기금을 설치해 안정적인 우주항공 산업 육성이 가능하게 했다.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은 경상남도 사천시에 설립될 예정이다. 주요 후보지로 거론된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사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있는 대전,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이었다. 세 곳이 경합하다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경남 사천으로 확정됐다. 국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의 62퍼센트가 경남 서부에 있어 사천이 최적지로 꼽혔지만, 서울과 세종에서 거리가 멀고 정주 여건이 열악해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으로 4개월

과기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일을 5월 말로 예상한다.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는 4개월 동안 시행령과 훈령을 만들고, 직제를 구성하고, 국내외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다. 인력 규모는 300명인데, 그중 200명이 연구 개발 인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청사는 우선 사천시의 기존 건물을 임대해 임시로 쓰고, 별도 후보지를 선정해 건립할 계획이다. 경상남도와 사천시는 우수 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교통, 교육, 관광 등 정주 여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IT MATTERS

늦었지만 우리도 우주항공 전담 기구를 갖게 됐다. 과학계도 우주항공청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아쉬움과 우려도 있다. 우주항공청이 과기부 소속 기관이어서 우주 정책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하는 것이다. 우주 정책은 여러 부처와 관련이 있는데, 차관급인 우주항공청장이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업무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청은 정부 입법을 할 수 없어 과기부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주항공청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부처 간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우주항공청을 과기부 산하 외청이 아니라 부(部)급 기관으로 격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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