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시키는 육식

2024년 3월 20일, weekend

현대의 고기 소비는 조직적이다. 우리의 눈은 더 위쪽을 향해야 한다.

2021년 독일에서 동물 및 환경 운동가들이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시 독일 알트테린의 한 돼지 사육 농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5만 5000마리의 돼지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사진: Jens Büttner/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NOW THIS

은행의 자금 조달이 전 세계 육류와 유제품의 생산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캠페인 그룹인 ‘피드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은행 기업들은 전 세계 상위 55개 축산 기업에 연평균 770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했다. 일부는 이를 위해 삼림 벌채 금지 정책까지 타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WHY NOW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는 가축 배출량을 2036년까지 61퍼센트 감소시켜야 한다. 개인의 결심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대의 고기 소비는 조직적이다. 자본과 은행, 글로벌 유통망과 기업이 우리의 식탁 위에 고기를 올린다. 조직적인 육류 소비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눈은 더 위쪽을 향해야 한다.

JBS와 바클리스

JBS는 브라질의 다국적 식품 기업으로 세계 최대의 육류 가공업체다. 2021년에만 2억 879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GWP20[1]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5억 4060만 톤이었는데, 이는 스페인이 배출한 온실가스보다 많은 양이다. JBS는 44억 마리의 닭, 2350만 마리의 소와 5030만 마리의 돼지를 도축할 수 있다. 이런 JBS의 든든한 도축 자금원이 되어 주는 곳은 다름 아닌 은행이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리스’는 JBS에 67억 달러의 채권을 제공했다. 2023년 3월 기준, 55개의 축산 대기업의 주식 및 채권 보유액은 3233억 원에 달한다. 공장식 축산은 금융 위에서 자랐다.

9퍼센트

숨 쉬는 모든 것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소와 양, 사슴과 같은 반추동물은 특히 더 그렇다. 소가 먹는 뻣뻣한 풀은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소화되는데, 이때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한다. 숲을 벌목해 만드는 방목지와 소가 먹을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토지 변화, 소와 소고기를 도축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발생한다. 이런 소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소비하도록 만드는 곳이 바로 공장식 축산 기업이다. 더 많은 금융 자본이 투입될수록 전 세계 육류 생산량도 함께 늘었다. 육류 생산량은 2015년에서 2021년 사이에만 3억 2531만 톤에서 3억 5482만 톤으로 9퍼센트 증가했다. 그사이 축산 대기업에 투입된 금융 자본은 6150억 달러가 넘는다.

그린 워싱

ESG가 화두인 시대다. 공장식 축산, 산업형 도축이 메탄을 배출하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건 이제 널리 알려진 상식이 됐다. 55개의 기업은 어떻게 이 난점을 돌파해 나갔을까. 첫 번째 방법은 로비였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육류 및 유제품 업계는 미국에서 3000만 달러, 유럽에서 1800만 달러의 로비를 지출했다. 2023년에는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가축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려는 저자를 검열하기도 했다. 이번 FAO의 로드맵에도 공장식 축산과 동물성 식품 소비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두 번째 방법은 메탄의 수치, 그 자체였다. 축산 기업들은 사료 첨가제와 방목 관리를 통해 ESG스러운 수치를 만들었다. 메탄 배출량 자체에만 사람들의 눈을 고정하기 좋았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한다면 실제로 소가 내뿜는 메탄 자체는 줄어든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기후 위기를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생산량

IPCC 보고서를 작성한 기후 과학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78퍼센트의 전문가는 전 세계의 절대적 가축 수가 2025년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85퍼센트는 가축 유래 식품을 적게 섭취하는 식단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직접적인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축 수를 줄이면 자연을 복원해 탄소를 줄일 수도 있게 된다. 육류와 양식업, 유제품을 생산하는 데 이미 전 세계 농지의 83퍼센트가 사용된다. 이 농지가 복원된다면 다양한 동물이 살아갈 서식지도 늘어난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생산량이다. 소가 메탄을 덜 내뿜는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가 멈춰지지는 않는다.

축산 기업의 눈속임

전 세계 축산 기업이 택한 방향은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인다. 55개 축산업체 대부분은 가축 생산량을 늘리려는 계획을 밝혔다. 2위 기업인 타이슨 푸드는 전 세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량이 향후 10년간 950억 파운드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으며 “모든 부문에서 시장보다 앞서가는 양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수의 축산 기업들은 식물성 버거와 대체육 생산으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물론 주요 축산 산업의 성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추가적인 부가 사업 수준이었다. JBS는 2021년에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인 ‘비베라(Vivera)’를 인수했고, 타이슨 푸드 역시 식물성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생산량을 줄일 계획은 없었다. 

금융 기업의 눈속임

이 교묘한 눈속임을 든든히 떠받치는 게 바로 은행이다. 바클리스는 2023년 남미 불법 삼림 벌채에 관여하는 축산 기업에 이제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2021년 이후에는 이러한 기업에 자금을 대지 않았다고 주장해 찬사를 받았다. 결론적으로는, 눈속임이었다. 바클리스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JBS의 자회사인 JBS USA에 8400만 달러의 기업 대출을 제공했고 25억 90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3억 3700만 달러의 리볼빙을 제공하기도 했다. 바클리스는 JBS의 자회사에만 재정을 지원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으나 자회사인 JBS USA 역시 모회사의 남미 사업장에서 육류를 수입하는 데 직접 관여하고 있었다.

정책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일단 은행은 축산 기업과 관련한 영향력에 대한 정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공장식 축산 기업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농업과 토지 이용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다. 정책 대부분은 에너지와 전력, 자동차 제조 부문에만 집중돼 있었다. 20개의 투자사 중 메탄에 대한 언급이 있는 기업은 단 세 개뿐이었다. 축산 산업은 식량 안보라는 목적 아래 투자가 지속됐지만, 그 수혜는 거대 공장식 축산 기업의 몫이었다. 그렇게 조직적인 공장식 축산은 더욱 힘을 얻었다.

변화

소비자의 힘이 세진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돈만큼 힘이 세지는 않다. 은행의 압박이 공장식 축산을 멈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다. 보고서는 은행이 큰 기업에 들이는 자금 지원부터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JBS와 카길, 타이슨과 미네르바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을 우선으로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식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도 찾을 수 있다. PwC의 제27차 연례 글로벌 CEO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최고 경영자의 30퍼센트는 앞으로 기후 변화가 투자의 전략적 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의 방향을 살짝만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기업이 아닌 지역 사회의 동의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중소 규모의 농장에 투자하는 식이다. 식량 안보를 지키면서 지역 사회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법이다.

IT MATTERS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돈이 든다. 신선한 육류를 전 세계로 퍼트려야 하는 공장식 축산 기업은 더욱 그렇다. 현재의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 조직적인 육식을 쉽고 편하게, 또 고요하게 만들었다. 몇 가지 유리한 수치와 기준만 있다면, 돈으로 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공장식 축산 기업을 향한 투자는 언제나 ‘경제적인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직적인 선택은 개인 한 명의 굳은 결심으로 바꾸기 어렵다.

보고서는 “많은 금융 기관이 인류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생태계의 장기적 안녕보다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거대한 구조적 유인”을 지적한다. 소비자는 이제 기업을 감시하는 걸 넘어 은행의 자금이 어떻게 우리의 식탁을 조종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값싸고 흔한 고기는 구조의 부산물이다.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미명 아래 돈을 불렸던 기존 금융의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다면 공장식 축산 역시 멈추지 않는다.
[1]
20년 동안의 온실가스 난방 효과를 측정한 수치다. 메탄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100년 동안의 온실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GWP100보다 GWP20 지표를 쓰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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