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비야디
6화

중국이 노리는 역전 기회, 신에너지 차량

신에너지 차량 육성에 올인하는 중국의 속내


중국이 국가적 명운을 걸고 신에너지 차량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배경은 명확하다.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살펴본다.

첫 번째로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18~19세기 걸쳐 최초로 개발하고 100년 이상 지속적인 R&D를 통해 만들어 낸 내연 기관(엔진) 기술을 단기간에 쫓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신에너지 차량 기술을 발전시켜 자동차 관련 미래 산업 선점을 꾀하고 있다.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 개방이 시작된 후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중국에 진출하는 조건으로 중국 현지 기업과의 합작 투자 방식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시장을 내주는 대신 글로벌 기업의 선진 기술을 흡수하기를 희망했다. 중국 내 신설된 합작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이 필요하므로 일정 수준까지는 해외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R&D는 가능했으나 각 글로벌 기업들도 비장의 선진 기술은 당연히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고 자국 R&D 센터에서 극비로 관리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투자와 생산 경험에 힘입어 자동차 제조의 부가적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도 이제 서방 국가에도 크게 뒤진다고 할 수 없었으나 내연 차량의 핵심인 엔진, 변속기, 플랫폼 등의 핵심 부분에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자 중국은 유럽, 미국,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10년이 더 지나도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이 깊어졌다.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자동차 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아예 바꿔 버려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더 이상 내연 기관 엔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예 전기차와 같은 신에너지 차량으로 전환해서 배터리와 전기 모터에 자금을 투자해서 발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 것이다.

2012년경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공급 측면에서는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 차량 분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및 생산 보조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위한 세금 혜택 및 보조금을 지급했다. 동시에 내연 차량 신규 번호판 발급은 기존처럼 엄격한 수량 제한을 두고 신에너지 차량 신규 번호판을 넉넉하게 풀어 신에너지 차량 구입을 유도했다.

두 번째는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 자리 잡은 중요한 기반인 페트로 달러 체제 및 중국 내 석유 관련 에너지 안보 측면과도 연관이 있다. 페트로 달러 체제는 1971년 미국의 금본위 고정 환율제 붕괴 이후 1974년 미국의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전쟁으로 발발한 석유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군사 경제 협약에서 시작됐다. 미국이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석유 결제를 오로지 미국 달러로만 하도록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를 통해 미국은 무너진 달러의 위상을 다시 기축 통화의 지위로 회복시켰다.

석유는 전 세계 모든 산업의 혈액에 해당한다.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하다. 차량용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기반의 각종 식기, LED필름, 인쇄 회로 기판과 섬유 기반의 각종 의류, 신발과 화장품, 의약품, 향료의 원료가 모두 석유로부터 추출된다. 또한 석유는 전력 생산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산업 필수품인 석유를 구입할 때 오직 달러 결제밖에 안 된다면 반드시 전 세계 모든 국가는 달러를 구매하고 비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미국에 제공해야만 달러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연방 은행에서 달러를 찍어 내기만 하면 석유를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모든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 미국 달러로만 석유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에 일정 부분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기축 통화 보유국의 엄청난 이권이다.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미국의 기축 통화의 지위를 당장이라도 뺏어오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 작업을 중국이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12월 중국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와 만나면서 사우디산 석유 수입 증대와 거대한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사우디는 일부 석유 결제는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 중국이 사우디와 연합하여 공식적으로 살며시 반기를 든 것이다. 물론 사우디도 이란과 이스라엘이라는 안보 위험을 지니고 있어 미국을 극단적으로 배제할 순 없다. 중국에 대한 화답을 일부 석유 결제에만 국한한 이유다.

이러한 눈에 띄는 행동과 함께 중국이 한층 더 근원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가 바로 달러가 기축 통화로 기능하는 이유인 석유 의존도를 박살 내겠다는 신에너지 차량 육성 및 보급 정책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산업 전반에 모두 석유가 사용되고 있지만 도로 수송, 선박, 철도, 항공을 비롯한 각종 운송 수단에 투입되는 석유의 비중은 전체의 약 6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가 아닌 중국만 보았을 때는 석유 총 수입량의 약 70퍼센트를 도로 수송에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향후 10년간 지속해서 신에너지 차량 비중을 점차 늘려 내연 기관을 거의 쓰지 않는다면 중국은 석유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내수 시장뿐 아니라 신에너지 차량을 수출하여 전 세계 내연 기관 차량 비중 자체가 줄어든다면 전체 석유 사용량이 줄어들고 미국의 기축 통화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국 입장에서 신에너지 차량 보급을 통해 자국 및 전 세계의 석유 의존도 하락은 최고의 시나리오다. 이 점이 중국 신에너지 차량 정책의 또 하나의 숨겨진 큰 그림이다. 2022년 중국의 원유 수입은 5억 100만 톤 수준에 그쳐 대외 의존도는 전년도 72퍼센트보다 낮은 70.9퍼센트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내 석유 생산이 증가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신에너지 차량의 보급률 증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환경 보호 및 탄소 저감 정책의 필요성이다. 중국은 황사와 미세 먼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나라다.

2010년대 초중반에 베이징을 비롯한 많은 중국 도시에서는 가시거리 5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최악의 공기를 보여주는 날이 허다했다. 당시 베이징의 PM 2.5 수치가 입방미터당 1000마이크로그램을 넘어 기준치의 10배를 초과했는데 한국의 환경부에 해당하는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대 오염원이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라고 설명했다.

이런 최악의 공기를 개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내연 기관 차량을 신에너지 차량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공기는 2020년대에 들어서 2010년대와는 달리 상당히 개선됐다. 2020년대에 신에너지 차량 판매량 및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인 선전은 ‘선전 블루’라고 하는 자신들의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는 상황까지 왔다. 1장에서 밝힌 대로 2022년 선전의 평균 PM 2.5 수치는 입방미터당 16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네 번째는 중국의 전력 부족 해결을 위한 에너지 저장 장치에 대한 필요성이다. 중국은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로서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초고압 송전기를 전국적으로 설치해 전력 생산과 송전까지 큰 문제가 없으나 전력 특성에 따라 저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린 바 있다. 특히 중국 전력은 화력 발전 즉,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7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데 2021년 석탄 가격의 폭등이 전력난을 야기했다. 엄격해지는 탄소 감축 등 환경 규제도 전력 공급 감소 원인이다. 중국 내 환경 규제는 계속 강해지는데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는 계절 및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도시의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와 매칭이 쉽지 않은 것도 전력난을 부추긴다.

만약 중국 내의 각 가정에서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설비를 갖춰 놓는다면 이는 추후 전력 사용의 효과적인 분배에 기여할 수 있다. 아직까진 많은 가정에서 그런 설비를 별도로 갖춰 놓는 게 불가능하지만 중국이 보급하려고 하는 신에너지 차량의 배터리와 관련 기술이 그 역할을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큰 그림이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LFP 배터리는 신에너지 차량 외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의 ESS(Energy Storage System) 분야에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미 ESS 분야에서 LFP는 2021년 NCM 비중을 넘었고, 2030년에는 대부분 LFP로 대체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는 현재의 기술로는 전기차를 구동시키는 데에 급급하나 추후 기술 발전이 이뤄질 때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과 작동 방식 및 운영 방식 자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새벽 동안 완충된 배터리는 신에너지 차량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고 차에서 탈착하여 전력 피크 타임에 가정 내의 다른 가전의 동력원으로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테슬라의 큰 그림이기도 하다. 결국 이 배터리의 전력을 얼마나 빨리 충전하고 유휴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내연 기관에 비해 전기차는 충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배터리를 교환하고 탈착할 수 있게끔 하자는 개념은 이미 2010년 초반부터 논의됐고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상용화되지 못했다. 전기차가 주유소에 기름을 넣듯 손쉽게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배터리의 크기와 규격 등이 동일해야 한다. 중국은 이런 산업 규격화를 강제로 통일시키는 데 유리하다.

전기차를 구동시킬 정도의 용량의 배터리라면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배터리 표준을 제정 중이며 전해지며 배터리 리스 사업도 논의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신흥 기업 중 니오 등에서는 이미 배터리 교환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배터리 교체에 소요되는 시간은 3분 내외로 우리가 지금 주유소를 이용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터리 자체가 500킬로그램 내외로 무겁고 위험할 수 있어 볼트 체결이 매우 긴밀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이런 장비 교체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만 가능하다. 그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니오가 설치한 배터리 교환소는 중국 내 1000곳 이상이다. 2022년 기준 여기서 1000만 건 이상의 배터리 교환 실적이 발생했다. 또한 새 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를 제외해 15퍼센트 정도의 구매 비용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배터리를 제외한 차는 배터리를 월간 일정 비용을 내고 구독하는 BaaS(Bettery–as–a Service)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CATL 역시 자사 배터리 표준화를 통해 교환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이런 시스템을 기업별로 운영 중이지만 언젠가는 중국 정부의 지침 혹은 완성차·배터리 선도 기업 주도로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기업 니오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사진: 니오

중국 신에너지 차량 정책, 내연 기관차의 저승사자


중국의 구체적 정책을 보기 전에 먼저 한국의 상황을 보고 양자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일단 용어부터 정리하자. 한국은 중국 내 통용되는 신에너지 차량이라는 단어보다는 친환경 차량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중국의 용어가 가솔린이나 디젤이 아닌 새로운 에너지를 연료로 한 자동차를 지칭한다면, 한국은 기존 차량보다 친환경적이면 친환경 차량이라 부르는 걸까? 인정 범위가 더 넓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은 친환경 차량을 인증하는 파란색 번호판 부여 기준이 중국보다 엄격하다. 우선 순수 전기차와 수소 연료 전지차만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는 배터리 별도 충전이 불가능한 일반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외부 충전이 가능하고 전기 모터만으로도 일정 부분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두 친환경 차량 번호판을 받을 수 없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도 일정 부분 친환경 차량임을 인정받아서 일부 세금 혜택 등은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은 2023년 기준 친환경 차량의 개별소비세 감면이 2024년 12월 31일까지 지속된다. 차종별로 개별소비세는 각각 최대 하이브리드 100만 원, 전기차 300만 원, 수소차는 400만 원까지 감면되고, 취득세는 하이브리드 40만 원, 전기차 140만 원, 수소차 140만 원까지 감면된다. 수소차는 지방교육세 120만 원이 추가로 감면된다. 차량 구매 보조금의 경우는 하이브리드는 종류 불문하고 지급되지 않으며 전기차는 중대형 최대 680만 원, 소형 최대 580만 원 범위 내에서 차등 지원한다. 수소 승용차의 경우 2250만 원을 지원하며 지자체 보조금이 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최대 3250만 원을 지원한다.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 범주도 한국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중국은 신에너지 차량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하여 보조금 혜택과 세제 감면 혜택을 모두 부여했으며 신에너지 차량의 녹색 번호판까지 지급한다. 단, 중국도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에게는 녹색 번호판을 주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10년부터 13년간 조금씩 변경되던 신에너지 차량 구매 시 지급하던 국가 보조금을 2022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결했다. 중국 정부는 2022년 기준 하이브리드 4800위안(88만 원, 2021년 6800위안), 전기차 1만 2600위안(232만 원, 2021년 1만 8000위안)을 보조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비록 보조금 지급은 중단됐으나 차량 구매세(차량 금액의 약 10퍼센트) 면제는 2023년에도 유지된다.

신에너지 차량 범주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하는지 여부는 일견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결정으로 인해서 중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살펴보자.
2017년 9월 공업부, 정보화부, 재정부, 상무부, 해관총서 등 중국 정부 부처 합동으로 ‘승용차 기업 평균 연료 소비량과 신에너지 차량 마일리지 병행관리 방법’이라는 산업 정책을 발표한다. 추후 쌍마일리지정책(双积分政策)이라고 불리운 중국 내 모든 자동차 기업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중요한 정책이다.

정책의 내용은 복잡하고 계산법이 매년 바뀌어 왔지만, 중국 내 특정 자동차 기업이 내연 차량을 팔수록 마이너스 마일리지가 쌓이게 되고, 신에너지 차량을 팔수록 플러스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다. 각 기업은 연말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마일리지를 정산해야 한다. 만약 마이너스 점수가 더 크다면 저연비 자동차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고 당국에 관련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점수가 모자른 기업들은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플러스 마일리지를 타 기업으로부터 살 수밖에 없다. 1점이 무려 2000~3000위안(36~55만 원) 사이에 거래됐다.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부족한 마일리지를 채우기 위해서 큰 금액을 지출했다. 2021년 기준 평균 연료 소비량 분야 마일리지에서 상치통용(上汽通用)은 마이너스 71만 점, 이치다중(一汽大众)은 마이너스 56만 점, 치루이(奇瑞) 및 동펑(东风)은 각각 마이너스 46만 점, 44만 점을 기록했다. 1점에 2000위안으로만 계산해도 꼴찌인 상치통용은 약 14억 위안, 한화 2583억 원을 토해낸 것이다.

게다가 매년 점수 측정이 달라지고 있다. 2021년에 내연차 량 100만 대를 팔면 마이너스 14만 점이 쌓였다면 2022년에는 16만 점, 2023년 18만 점으로 상승한다. 이처럼 내연 차량 판매 페널티는 커지는 반면 신에너지 차량 한 대를 팔아서 쌓을 수 있는 플러스 마일리지는 줄고 있다. 신에너지 차량 기업에는 큰 타격이 아니지만 추후 마이너스를 메꿔야 하는 내연 차량 위주의 기업은 1점당 가치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지금보다 더 큰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해서 특정 기업이 마일리지 장사를 과도하게 못하도록 별도의 규정을 두고는 있다.

이 정책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내연 차량 생산 및 판매는 오히려 손해가 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중국 내 내연 차량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정책으로 사지에 몰린 기존 내연 차량 제조사들은 속속들이 신에너지 차량 제조로 방향을 전환 중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 차량 제조 및 판매 시 얻을 수 있는 점수를 2021년 기준으로 전기차는 50퍼센트로 줄였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단 20퍼센트만 줄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0년에 전기차 한 대를 팔 때 5점을 얻었다면 2021년에는 그것이 2.5점으로 줄었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4점을 준다는 뜻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더 큰 혜택을 부여하는 중국 정부의 방향성을 보여 준 셈이다.

사실 상기 정책은 기업들을 옥죄는 수단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이렇게 기업만 쥐어짜서는 전환을 완성할 수 없다. 기업이 움직이는 만큼 반드시 소비자도 움직여야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신에너지 차량 범주에 포함해 녹색 번호판 지급을 한 것이 바로 그 유인책이다.

한국도 친환경 차량 번호판 혜택으로 구입 당시 보조금 지급 및 세제 감면 외에도 실사용 중 주차료, 통행료 등의 감면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중국 녹색 신에너지 차량 번호판에는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혜택이 있으니 바로 차량 번호판 구매 관련 기회비용이 거의 없거나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차량 번호판 발급이 중국만큼 까다롭지 않아서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그리고 여기 선전도 마찬가지로 차량 수요자는 많지만 신규 번호판 발급 수량은 제한적이다. 만약 추첨에서 떨어지면 경매에서 많게는 10만 위안(1845만 원) 이상을 주고 파란색의 일반 차량 번호판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발급 번호판 내 녹색 번호판 비율을 점차 늘려 가자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발급이 쉬운 신에너지 차량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023년 기준 선전의 녹색 신에너지 차량 번호판의 발급 조건은 여전히 까다롭지 않다. 선전시 호구(본적)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거주 기간 및 보험 납부 조건만 충족하면 외국인도 녹색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다. 여기에 녹색 번호판의 추가적 혜택으로 베이징을 제외하고 나머지 1선 도시에서는 녹색 번호판이면 외지 차량이어도 혼잡 시간 등에 시내 주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파란색의 일반 번호판은 타지에서는 혼잡 시간대 시내 주행에 제약이 있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이용 편의를 위해 충전소 확대와 국가 보조금까지 지원해서 더욱 플러그인 차량에 힘을 실어 준 것은 굳이 더 강조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정책은 어떻게 괴물을 키웠나


비야디가 중국 신에너지 차량 업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에는 물론 비야디의 공이 크겠지만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상술했듯 중국 정부의 지원을 빼놓을 수가 없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12년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계획(2012~2020년)’을 발표하고 2012~2020년 동안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차량 구입세를 면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이런 국가 정책에 따라 비야디는 당연히 중국 신에너지 차량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중점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정부 구매, 보조금 지원, 융자 등의 여러 혜택을 받았다. 이에 2011년 출시한 비야디의 순수 전기차인 E6 등의 구매가 늘어난 것은 당연지사였고, 2012년 9월에 동 모델은 중앙 정부 공무용 전기차 시범 운영 모델로 선정돼 정부 차량 구매의 50퍼센트 이상을 납품한 바 있다.

해당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에도 비야디는 항상 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추구했다. 비야디는 산시성 정부와 공급 계약을 맺고 시안에 F3 모델을 택시로 공급한 바 있다. 당연히 이는 2003년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시안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시안시 정부와 좋은 관계를 설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2~2018년 상반기까지 중국 정부의 비야디에 대한 직접적 자금 지원은 총 54억 9000만 위안(1조 131억 원)에 달했다. 이는 연구·개발비 지원, 대출 이자 보전, 세금 환급,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2018년 비야디가 전 세계 24만 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4년 연속 글로벌 1위의 자리를 차지했을 당시에도, 판매 물량 중 선전에 공급한 차량이 상당히 많았다. 2019년까지 선전의 택시는 모두 전기차로 대체됐다. 2022년 12월 기준, 선전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선전에는 1만 9602대의 택시가 운행되고 있는데 모두 비야디의 해치백 모델 E6다. 2022년 12월 기준 선전의 공공버스 역시 900여 개의 시내 노선이 1만 5896대의 전기 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2022년 6월 기준 택시 외에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등 모바일 차량 호출에 이용되는 8만 6389대의 영업용 차량 역시 모두 신에너지 차량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를 나쁜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선전의 택시비는 중국 내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선전과는 어울리지 않게 저렴한 편이다. 기본료 10위안(1845원)으로 시작한다. 선전 사람들도 결국 비야디가 받은 보조금을 우회적으로는 누리는 셈이다. 선전을 뒤덮고 있는 전기 택시와 전기 버스, 이 모두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선전에서는 택시, 버스와 기타 영업용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도록 유도했을 뿐 아니라 일반 차량도 신에너지 차량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2014년 12월부터 시행한 선전의 자동차 등록 제한 정책에 따르면 2만 대의 전기차를 포함해서, 향후 5년간 매년 10만 대의 자동차만 선전에 등록할 수 있도록 수량을 제한했다. 연 4만 대는 경매로, 4만 대는 추첨으로, 나머지 2만 대를 신에너지 차량에 배정했다.

2014년 자동차 총 등록 수량이 55만 대였기에 2015년에 10만 대에 불과한 번호판 취득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연하게도 2015년 첫 정책 시행 결과 추첨은 3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경매 평균가는 개인은 2만 2000위안(405만 원), 회사는 3만 3000위안(608만 원)을 기록했다. 핵심은 전체 번호판 중 약 20퍼센트를 신에너지 차량에게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에게 가급적 신에너지 차량을 사라는 뜻이었다.

2015년부터 5년간 시행된 이 제도가 바로 선전에서 신에너지 차량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이런 적극적인 시장 보호와 정부의 자국 기업 제품 구매 정책이 비야디가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2022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전기차 보조금 시대가 저물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해당 산업 생태계에서 자국 기업들이 충분히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보조금 절벽의 시대에서는 오직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여러 전기차 업체들이 퇴출당할 것이며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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