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택시 사업

2024년 4월 9일, explained

완전 자율 주행은 오래된 미래다. 일론 머스크가 시간표를 확정했다.

202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중인 무인 로보 택시 ‘크루즈’의 모습. 사진: Tayfun Coskun/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NOW THIS

테슬라가 로보 택시, 즉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내놓는다. 날짜를 확정했다. 오는 8월 8일이다. 4개월 남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 소식을 전한 것은 현지 시각 지난 4월 5일, 금요일 장 마감 직전이었다. 시장은 환호하는 듯 보였다. 테슬라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만 3.81퍼센트 상승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주말 새 나온 분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WHY NOW

테슬라만큼 단기간에 열성적인 ‘팬’을 확보한 브랜드는 드물다. 테슬라는 혁신의 상징이며 미래를 만드는 기업으로 군림해 왔다. 처음 테슬라가 전기차를 세상에 내놨을 때, 그것은 현실로 마중 나온 미래였다. 그러나 지금 테슬라의 로보 택시는 실패한 현실에 그칠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기대하게 된다. 테슬라는 혁신을 증명해 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의 미래가 이번에는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냉담한 분위기

미국 언론들은 로보 택시가 테슬라의 발목을 잡을 덫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당장 성과를 내기 힘든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에 집착했기 때문”에 테슬라에 위기가 왔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도 테슬라의 자율 주행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23년 12월,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 200만 대 이상을 리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율 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면 1, 2년이 아니라 10년에서 20년까지도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실었다.

합리적 의심

테슬라의 혁신에 이렇게까지 부정적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유가 있다. 이번 로보 택시 발표 과정이 지극히 ‘일론 머스크’ 다웠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장이 마감하기 전 테슬라의 주가는 3.63퍼센트 하락했다. 로이터 통신이 테슬라가 내년 말로 잡아뒀던 보급형 전기차 생산 계획을 폐기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모델 2’로 알려진 프로젝트다. 일론 머스크는 참지 않았다. 당장 자신의 소셜 미디어 X에 “로이터가 (또) 거짓말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꺼낸 카드가 바로 로보 택시다.

깜짝 이벤트

테슬라의 주가는 안 그래도 올해 들어 3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실적은 실망스러웠고, 전망은 어둡다. 여기에 로이터의 보도가 나오면서 기름을 부은 꼴이다. 투자회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Roundhill Investments)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마자(David Mazza)는 테슬라가 직면한 현실을 지적한다.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릴 계기가 없으니,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자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으려면 테슬라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방식의 이벤트가 필요하며, 이번 로보 택시 발표가 바로 그런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기업도 빅테크도 실패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도로 사정을 보면, 일론 머스크를 의심하는 논리에 수긍하게 된다. 자율 주행 택시 사업의 두 강자, ‘GM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 모두 로보 택시 운영에 실패했거나 실패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작년 10월 이후 택시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웨이모는 수익화에 난항을 겪다 세 차례에 걸쳐 인력 감축을 시행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 자율 주행 택시의 24시간 운행을 허가했던 샌프란시스코시는 결국 퇴출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두 기업의 시내 연중무휴 운행을 허가한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PUC)의 결정이 적법한지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로보 택시를 멈추겠다는 얘기다.

기계가 사람을 해쳤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GM 크루즈는 지난해 ‘러버콘’ 때문에 수난을 겪었다. 로보 택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크루즈의 보닛 위에 고깔 모양의 러버콘을 올려두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것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라면 러버콘을 치우고 운전대를 잡았겠지만, 크루즈는 이를 장애물로 인식해 움직이지 못했다. 농담 같은 이 시위는 지난해 10월, 크루즈에 깔린 한 여성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끝났다. 크루즈가 로보 택시 운행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구글의 웨이모에 시민들이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웨이모가 자전거를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미완성 기술

두 회사의 자율 주행 택시는 기술적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비보호 좌회전과 같이 운전자의 ‘눈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가 하면, 크루즈의 경우 차량 1대당 1.5명의 직원이 원격으로 주행에 개입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자율 주행이 아니라 ‘원격 주행’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웨이모도 몇 차례의 사고를 낸 뒤 대대적인 리콜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테슬라의 자율 주행

이론적으로 테슬라의 완전 자율 주행(FSD) 기술은 남다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와는 달리 레이더, 라이다 센서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미지 센싱에 사용되는 것은 차량 외부에 설치된 8개의 카메라와 ‘점유 네트워크(Occupancy Network)’라는 알고리즘이다. 카메라 8대의 이미지를 통합해 차량 주변의 3D 공간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주행 환경의 맥락에 따라 장애물 뒤로 가려진 보행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주변 소리를 근거로 상황을 추론한다. 고가 도로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된 보행자, 멀리서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자율 주행을 위한 정보에 통합된다. 운전자의 시야, 운전자의 판단과 닮은 시스템이다.

IT MATTERS

소설가 장강명의 중편 〈저희도 운전 잘합니다〉는 근미래의 제주도에서 발생한 자율 주행 차량의 사고로부터 시작한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극도로 효율적인 운전으로 도로 상황을 바꿔 놓은 자율주행 차량, ‘하이퍼무브’는 뛰어드는 야생 동물 앞에서도 우아하게 멈출 줄 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손익 계산과 사업 목표 앞에서 인공지능 모델은 ‘계산 착오’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우리는 테슬라에 SF 소설 같은 혁신을 기대한다. ‘오래된 미래’가 되어버린 완전 자율 주행 또한 테슬라가 결국 달성할 것이라는 믿음도 공고하다. 다만, 8월 출사표를 던진 테슬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의 리콜 사태는 차량에 탑재된 자율 주행 기능에 충돌 방지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더 나은 데이터, 더 나은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가 공언한 로보 택시의 등장까지는 4개월, 혁신을 이루기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도요타도, 현대차도 올해 무인 택시 운행을 예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일론 머스크가 일단 토끼부터 꺼내 든 것이 아니라면, 올해 인류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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