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트럼프의 관세 전쟁

2024년 4월 15일, explained

바이든과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같은 듯 다르다.

2024년 4월 6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광저우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를 만났다. 사진: Ken Ishii, Pool,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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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8일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미국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주중 미국 대사관저에서 개최한 방중 결산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이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잉 생산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해 전 세계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WHY NOW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 압박을 하고 있다. 바이든만 그러는 게 아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는 더 강력하다. 트럼프는 재집권에 성공하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중국에는 가혹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중국 경제 정책은 같은 듯 다르다.

저가 물량 공세

옐런의 발언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최근 중국은 내수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과잉 생산을 유발하고, 그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특히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를 초저가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자국 기업이 흔들리고 경제 안보까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저가 상품이 시장 원리상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한다.

관세 압박

옐런은 중국이 보조금 정책을 없애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저가 중국 철강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넘쳐나면서 전 세계와 미국 철강 산업계가 황폐화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강경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블러핑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중국 경제 정책은 같은 듯 다르기 때문이다.

2016년 트럼프

먼저, 트럼프를 살펴보자. 트럼프는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를 정도로 관세 문제에 집요하다. 2016년 집권한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 역사상 최대의 도둑질”을 하고 있다며 중국 때문에 미국 제조업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18년 특정 중국산 제품에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트럼프는 무역 장벽을 세워야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고,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믿었다.

무역 적자 증가

트럼프가 벌인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는 참담했다. 미국은 3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실례로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 철강 산업에 경쟁력이 생겼는데, 그만큼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을 사용하는 미국의 수출품 가격이 올랐다. 국제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자동차 등 후방 산업의 철강 수요가 줄었다. 철강 산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2018년 4190억 달러에서 2020년 3110억 달러로 줄었지만, 그 공백을 미국 생산품이 차지하지 못했다. 멕시코, 베트남, 한국 수입품이 늘면서 세계 무역 적자는 오히려 늘었다. 미국의 세계 무역 적자는 2016년 4810억 달러에서 2020년 6790억 달러로 급증했다.

2020년 바이든

2020년 집권한 바이든은 트럼프가 부과한 중국 관세를 없애지 않았다. 바이든은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비판했지만, 취임 후에는 노선을 바꿨다.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관세 철폐가 경제적 이득보다 정치적 비용이 크다고 판단했다. 취임 후 바이든은 트럼프의 관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투자 활성화, 동맹국과의 연계, 중국과의 책임 있는 경쟁을 강조했다.

책임 있는 경쟁

바이든은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되 충돌하지는 말자는 기조를 세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 안보와 인권이 얽혀 있는 경제 문제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이다. 이런 기조 아래 미국은 동맹국과 연합해 국가 안보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또 바이든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의회와 국민을 설득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 인프라법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기술, 반도체, 인프라 등에 2조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중국의 위기

바이든의 책임 있는 경쟁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GDP는 2022년 21조 8000억 달러에서 2023년 22조 3000억 달러로 성장했다. 반면 중국의 GDP는 2022년 17조 9600억 달러에서 2023년 17조 7100억 달러로 감소했다. 또 중국은 2023년 외국인 직접 투자가 전년 대비 82퍼센트 감소해 199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세계 1위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 등으로 미국 투자의 이익을 얻으려는 외국 자본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미·중 무역 적자도 2790억 달러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IT MATTERS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중국 경제 정책은 같지만 다르다. 다른 점은 수단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삼는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국내 투자에 집중한다. 트럼프는 중국에 통상 정책으로, 바이든은 산업 정책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같은 점은 목적이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아메리카 퍼스트’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 정책은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 통제는 심화할 것이고, 투자는 제한될 것이고, 공급망 분리는 가속화할 것이다. 관세는 바이든이 당선되면 유지되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인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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