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있는 노동 한국의 노동법과 일의 미래

저자 이철수·이다혜
발행일 2019.08.29
리딩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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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일 #플랫폼 #정책 #프린트에디션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노동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일과 삶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저성장 시대와 글로벌 불평등 구조, 기술 혁신 속에서 노동은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일자리를 찾고, 지키기 위한 고민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일은 물론 노동의 종말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노동법 학자인 이철수 교수와 변화에 주목하는 젊은 학자 이다혜 박사는 유연성과 안전성, 노동조합의 기능과 역할, 최저임금, 균열 일터, 돌봄노동과 일·가정 양립, 외국인 노동자 차별, 플랫폼 노동, 기본소득 도입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일의 문제를 노동법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전망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 포용적 성장을 위해 우리의 노동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할까.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유와 해방의 ‘영혼 있는 노동’을 말한다.
 
저자 소개
이철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노동법 학자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용복지법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노사관계 관련 입법에 활발히 기여한 공로로 2008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통일부 개성공단 법률자문회의 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 제도개선 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국노동법학회, 한국노사관계학회,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전환기의 노동과제》, 〈IMF 구제금융 이후의 한국의 노동법제 발전〉, 《북한을 파견하다: 북한 해외노동자의 삶과 노동》 등이 있다.
이다혜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사,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노동법을 강의하고 있다. 이화여대 법학부, 한동국제법률대학원 졸업 후 미국 변호사로 활동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시민권과 이주노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글래스고 법과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으며, 노동의 미래 담론을 주요 관심사로 연구 중이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공유경제와 고용관계》, 〈기본소득에 대한 노동법적 고찰〉, 〈4차 산업혁명과 여성의 노동〉 등이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 경쟁과 성과에서, 영혼이 담긴 노동으로

2화. 국가, 시장, 그리고 노동 ; 한국의 노동법
노동 1.0 ; 국가의 주도
노동 2.0 ; 노동의 부상
노동 3.0 ; 시장의 지배

3화. 고도성장을 지나며(1)
유연성인가, 안정성인가
위기의 노동조합, 산업별 체제로의 전환
균열 일터와 하청노동의 문제
통상임금 대논쟁

4화. 고도성장을 지나며(2)
경영권이라는 허구
일터의 목소리

5화. 소외된 노동자들
돌봄이라는 그림자 노동
국민과 시민 사이, 우리 안의 이방인

6화. 미래의 노동과 새로운 질문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노동
기본소득과 노동 ; 일할 권리일까, 일하지 않을 자유일까?
한국의 노동 4.0을 위하여

7화. 대담 ; 노동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다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일할 자유를 위하여

먼저 읽어 보세요

한국에서 노동법의 변화는 곧 노동 체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1953년 일본법을 계수하며 최초의 노동법을 제정했다. 독재 정권 시기에는 노사관계가 사실상 없다시피 했고,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서는 노동3권이 실종되는 위기도 있었다. 그러다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이라는 반전을 맞는다. 이 무렵부터는 사회적 형평을 강조하고 노동에서의 민주화를 반영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1990년부터 신자유주의가 대세적 사조가 되고 세계화 요구라는 압박이 등장한다. 사용자들은 노동 유연화를 요구했다. 한국도 OECD, ILO에 가입하면서 세계 속 위상에 걸맞게 노동법을 개정하게 되었다.

에디터의 밑줄

“그러나 역사는 기술 혁신이 반드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 주었다. 과거 1차 산업혁명, 즉 증기 기관의 발명과 함께 최초의 산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열악한 노동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을 때, 서구 국가들은이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 보험을 고안해 초기 형태의 복지 국가를 만들었다. 20세기 들어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면서 다시금 실업과 빈곤이 문제되자, 각국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노동법과 표준고용관계를 확립해 위기를 극복했다.”

“IMF 외환 위기는 한국만의 특수한 노동 환경을 만들어 냈고, 그것은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자들은 상시적 구조조정의 위기를 몸으로 체감하며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아웃소싱 등의 경영 전략으로 고용을 감축하고, 외주화하는 균열 일터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 3.0 시기에 나타난 경제, 사회 문제들이 현재 우리 노동 환경에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은 경제, 정치, 사회 맥락의 복합적 산물이다.”

“미국에서는 학술적으로도 경영권은 법적 권리가 아니라고 본다. 경영자의 법적 권리와 경제적 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관계일 뿐이므로, 만일 근로자가 사용자의 권한에 따르지 않으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여 그 계약을 종료할 수 있을 뿐, 사용자가 근로자의 다른 모든 측면에 대해 포괄적인 경영권이라는 권리를 갖지는 않는다고 한다. 경영자의 자본으로부터 비롯되는 권한을 법적인 의미의 권리로까지 승격시키지 않는다.”

“현존하는 노동법의 법적 인간상은 집에 가서 돌봄노동의 의무를 행하지 않는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노동력은 다른 재화와 달리 무한정 소모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재생산의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임금노동이 원활히 기능하려면 돌봄노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것은 노동력의 재생산을 통해 시장 경제 활동에도 기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노동법은 돌봄노동을 여전히 비공식 경제의 영역으로 방치하고, 돌봄노동에 대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 왔다.”

“이주노동이 전 세계적으로 핵심 문제가 된 21세기 현재, 시민권은 다른 각도에서 중요하다. 타향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이들은 어디에서 시민권을 갖는가? 출신국인가, 아니면 거주국인가? 시민권은 국적과 일치하는가? 모국이 아닌 나라에서 이들의 권리가 제한받는 것은 정당한가? 시민권의 내용뿐 아니라 위치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장소가 한 인간의 권리의 틀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수익 활동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1인 기업가’라고 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앱의 신호에 반응하고 타인의 요청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과다한 노동에 시달리는 ‘자기 착취 노동자’일 수도 있다.”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가 없는 심리적 반응일 뿐이며, 기본소득과 유사한 실험을 했던 사례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기본소득이 노동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오히려 생계유지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하는 부담이 줄어들어 다른 영역에서의 자발적인 노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하지 않는 자들의 노동 무임승차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할 수 있다. 현재의 노동 체제에서는 돌봄노동을 비공식 영역에 두고 있어 주로 여성이 수행하는 돌봄노동에 대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 젠더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다. 즉 남성이 여성의 돌봄노동에 무임승차하는 문제가 이미 존재하며, 기본소득이 새로운 무임승차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본소득을 통해 돌봄노동을 정의로운 방식으로 분담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소득 논의는 현재 우리의 노동 현실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노동법이 시대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들을 새롭게 할 풍성한 논의 계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현재의 근로권은 양질의 노동이 아닌 나쁜 노동을 거부할 권리로 그 의미와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이나 집을 사고파는 시민법적 거래와 인간의 노동을 거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노동자는 사회적, 경제적 열위에 있기 때문에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노동법이 출발했다. 자본과 노동이 형식적으로 평등할 수 있다는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노동을 보호하고 집단적 목소리를 키워 주어야 실질적 정의가 구현된다는 점에 모든 국가가 동의한 것이다. 이것은 역사 속에서 검증된 논쟁이 필요 없는 보편적인 공리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점에는 설명이 필요 없지 않나.”

“우리에게는 자유와 평등 모두가 필요하다. 무한 경쟁과 동일시되는 잘못된 의미의 자유 말고, 인간을 보호하고 평등을 구현하면서도 해방시켜 주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필요하다. 한나 아렌트의 통찰처럼 생계유지에만 얽매인 임금노동이 아니라, 자아실현, 의미 있는 창조적 활동, 정치적 참여가 가능한 노동이 필요하고, 그것이 다시금 부각되는 시대가 왔다. 이것이 ‘영혼 있는 노동’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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