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2일 정치
대통령이 되고픈 힙통령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칸예 웨스트가 무소속으로 11월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그는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첫 유세에서 아이를 낳으면 100만 달러, 우리 돈 12억 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낙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핵심 요약: 웨스트는 앞서 4일 “나는 미국 대통령 #2020VISION을 위해 뛰고 있다”는 트윗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아내 킴 카다시안은 리트윗으로 화답했고,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답글을 남겼다.
생일당: 웨스트는 연방 선거 관리 위원회에 소속 정당을 ‘BDY’로 등록했다. ‘생일 파티(Birthday party)’라는 뜻이다.
  • 그는 2015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웨스트는 장모님 집에서 샤워하던 중 갑자기 ‘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될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2018년에는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며 언젠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에 찬 인터뷰를 했다.
  • 트럼프의 경쟁자가 된 웨스트는 한때 할리우드 대표 트럼프 지지자였다. 그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인 붉은색 모자를 쓰고 백악관을 방문했고, 다정한 트윗을 주고받으며 ‘브로맨스’를 연출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하겠다고 했다.
  • 웨스트의 출마에 대해 대부분은 ‘대선이 장난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NBA 농구 선수 카일 쿠즈마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인데, 농담을 지껄이는 사람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돈 윈슬로는 “칸예 웨스트가 핫도그 가게를 운영한다 해도 믿을 수가 없다. 땅콩버터 샌드위치조차 망칠 사람”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MIC 대신 캐스팅 보트 쥘까: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웨스트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가 선거에서 당락을 가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 《워싱턴 포스트》는 웨스트의 대선 출마에 대해 “의외로 의미가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웨스트가 수십 년 동안 민주당에 실망해 온 흑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여론 조사 전문가 테런스 우드버리는 “웨스트가 대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서치 업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만약 웨스트가 완주한다면 민주당 표를 흡수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웨스트가 실제 정치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하려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패션 브랜드 ‘이지’로 떼돈을 번 이후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웨스트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 광고보다 저렴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알리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칸예 웨스트 효과: 실제 웨스트가 완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후보 등록 기간도 놓쳤다. 본심이 무엇인지와는 무관하게, 웨스트는 이미 미국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선택지를 잃은 미국 유권자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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