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 이후의 도시
1화

판데믹 이후의 대도시들

코로나19는 서구의 대도시들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을까

최근까지만 해도 대도시의 성장은 멈출 수 없었다. 해마다 뉴욕, 런던, 파리와 같은 곳들은 더 부유해지고, 더 바빠졌다. 세기가 바뀐 후, 도시의 번영과 오만에 대한 분노가 부분적 원인이 된 ‘닷컴 버블’ 붕괴, 금융 위기, 테러, 정치적 포퓰리즘이 있었지만 도시들은 가볍게 극복했다. 도시의 엄청난 질주가 끝을 맺을 날이 올까?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는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로 가득한 가방의 옆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글로벌 도시들을 가장 강하게 타격했다. 미국 인구의 3퍼센트가 거주하는 뉴욕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9퍼센트가 나왔다(2화 참조).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망 중 4분의 1이 파리와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다. 봉쇄가 해제되어도 해외여행 제한과 감염의 두려움은 남을 것이다. 런던의 혼잡도는 평소의 15퍼센트 수준이다.

고요함은 도시에 중대한 위협이다. 크고 글로벌한 도시에는 더 그렇다. 교외 지역 생활의 즐거움 중 대부분은 더 저렴한 집과 정원에서 비롯된다. 마을 생활의 기쁨은 평화와 전원에 있다. 그러나 도시들은 번화가와 음식점, 그리고 영화관을 통해 번성한다. 지금은 조용해졌거나 폐쇄된 곳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의 소비자들에게는 손실이며, 주로 이민자인 서비스 판매자들에게는 재앙이다.

바이러스는 도시들의 활기와 성공의 핵심을 공격했다. 도시는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가득 찬 재능 있는 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융성한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여타 지역의 시민들보다 50퍼센트 더 생산적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을 사무실과 술집에 모이게 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세기 전과는 달리, 지금은 많은 노동자에게 대안이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일부는 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엄청난 본사 건물을 지었던 기업 페이스북은 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에도 많은 직원들을 원격 근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에서 이뤄지던 일이 일주일에 며칠만이라도 밖으로 빠져 나간다면, 상업 및 주택용 부동산 시장은 폭락할 수 있다. 사무직 근로자, 여행객, 학생의 감소에 따른 조정이 일어나면, 중심지의 상점과 카페는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를 잃으면 도시는 재정적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호텔에 부과되는 세금과 버스 이용료 등으로 얻었던 도시의 수입이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뉴욕 독립 예산국(IBO)은 “심각한 암울함과 불확실성”을 보고하며 앞으로 회계 연도 기준 2년간 세수가 90억 달러(10조 8711억 원) 감소할 수 있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도시들이 예산 삭감, 서비스 악화, 범죄 증가, 그리고 중산층 이탈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1970년대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강인하고 회복력도 있다.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운명은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에 달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들이 가정하는 것처럼 도시의 마법은 도시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쉽게 구현될 수는 없다.

도시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장소로 남아 있다. 위성 도시나 시골 별장에서 줌 회의에 로그인한 지식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앞서 회사 사무실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문화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머리는 아직 도시에 남아 있지만 발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절반만 차 있는 사무실이라도 신입 사원들에게 기업의 업무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사무실이 잡담과 험담을 촉진하고 있다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메일에 답장하는 일은 집에서도 할 수 있다.

희망적인 사실은 은행가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시내로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도시는 적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적고 범죄에 대한 걱정이 덜한 젊은 층은 대도시 생활의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려면 도시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누구도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에 끼어 타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시는 수백만의 인구를 이동시킬 방안을 고심해 왔다. 확장된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에 대한 대담한 계획을 수립한 도시나 보행자의 도로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플라스틱 장애물을 설치한 곳도 있다.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통근 근로자들이 지하철과 버스를 버리고 자차를 이용하면서 교통 체증을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도시라면, 도로 주행과 주차에 대한 더 높은 가격 책정이 수요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들에는 높은 수준의 자치권도 필요하다. 뉴욕의 불운한 시장 빌 드블라지오(Bill de Blasio)의 행정은 강력한 지방 정부에 대한 형편없는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인 서울의 코로나 대응책은 주로 광역 자치 단체와 지방 공무원들이 조직한 결과였다. 반면 런던의 시장 사디크 칸(Sadiq Khan)은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조치를 단행하기 위해 중앙 정부에 로비해야 했다. 영국 정부는 두 달이 지나서야 동의했다.

 

미래의 밝은 빛


중앙 정부와 주 정부는 도시들에게 더 큰 권한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필요가 있다. 도시들이 재정 지원을 요청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중앙 정부와 주 정부는 결국 한발 물러서야 한다. 대도시들은 불쾌한 존재지만, 대체로 국가 예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도시들이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은 단순히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도시는 시민들이 근대적 열린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도시는 시민을 생산하는 기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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