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이타카 홀딩스 각각의 입장에서 이번 딜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미 하이브는 BTS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요, 거액을 투자해 대형 팝 스타들이 소속된 미국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하는 건 두 회사가 함께할 때 생길 시너지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방시혁 의장은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발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이번 딜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도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이브의 성취와 노하우, 전문성을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업해 시너지를 내겠다”, “음악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가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럼, 하이브가 구상하는 시너지는 무엇일까요?
하이브가 얻는 것
우선 이타카 홀딩스는 미국 시장에서 탄탄한 유통망과 네트워크,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BTS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직접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요, 그런 부분을 상당히 효율화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에 따르면,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미국에도 잘 알려져 있었지만 주류 미디어 노출이나 프로모션 등의 한계로 실제 관심도만큼 음원 성적을 내기는 어려웠다고 해요. BTS도 ‘아미’들이 직접 라디오에 곡을 신청하는 등 자발적인 홍보를 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었던 거고요. 그런데 BTS가 영어로 발매했던 〈DYNAMITE〉의 경우엔 통상 미국 가수들이 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그 결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포함해 정말 좋은 성과를 냈죠. 미국 주류 시장에 맞는 유통과 홍보가 결합하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하면 확실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하이브는 다른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하고도 협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 2월 유니버셜뮤직과의 협업을 발표했는데요, 미국 시장에 케이팝 보이 그룹을 데뷔시키고 유니버셜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을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위버스(Weverse)에 합류시키겠다고도 했죠. 미국 시장에서 전문성을 가진 기업과 협업했을 때의 시너지에 대해선 계속 확신하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시장의 다른 기업들 말고 이타카 홀딩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우진 음악·산업 평론가는 스쿠터 브라운이라는 파트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하고, 키운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어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미국에 진출할 때, CL이 미국에 활동을 할 때 함께한 파트너이기도 하고, 아리아나 그란데를 지금의 입지까지 올려놓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음악 업계에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이 유통되는 방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요. 저스틴 비버도, 비버가 유튜브에 친척에게 보여 주려고 올린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발굴했고요. 아직까지 음반 판매와 공연이 주요 수입원인 미국 음악 시장에서 스쿠터 브라운만큼 SNS와 팬덤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를 찾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생길 변화
차우진 평론가는 BTS와 케이팝이 미국 시장에 준 충격의 핵심은 ‘아티스트는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개념이었다고 말해요. 미국, 그리고 서구 시장에서 아티스트라는 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는 거지 회사가 기획하고 만드는 개념은 아니었는데요, 케이팝은 전혀 다르죠. 멤버들 개인의 재능을 조합해서 한 그룹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건 회사고, 그래서 회사가 계약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미국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걸 보고, 하이브는 케이팝의 방식을 세계 시장에서 실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거죠. 케이팝 그룹을 만드는 것과 똑같은 방식을 적용한다기보다는, 회사가 직접 아티스트를 기획하고 관리하면서 팬덤을 확장시키는 방식을 세계 시장에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이브에겐 이게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고, 그래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다른 팝 스타와 가장 다른 점은 팬과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SNS나 브이앱, 위버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수시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팬을 생각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 주고, 유대감을 쌓는데요, 이런 소통 방식이 완전히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글로벌 시장의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고요. 이규탁 교수는 실제로 최근 많은 팝 스타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수시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거나, 팬과 직접 DM(Direct Message)을 주고받는 등의 소통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케이팝의 영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처럼 ‘신비주의’ 전략을 쓰거나 팬과 거리감을 유지하기보다는 친밀한 소통을 늘리고 있고, 그런 흐름이 더 강화될 거라는 겁니다.
하이브의 다음 챕터